↑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유인식 감독 문지원 작가 사진=ENA |
26일 오후 서울 마포구 스탠포드호텔코리아에서는 ENA채널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이하 ‘우영우’)의 기자간담회가 개최됐다. 현장에는 유인식 감독, 문지원 작가가 참석해 작품과 관련한 다채로운 이야기를 나눴다.
이날 유인식 감독은 ‘우영우’ 신드롬의 인기와 관련해 “당연히 이렇게까지 사랑해주실 거라고 예상 못 했다. 아시다시피 많이 알려지지 않은 채널에서 방송을 했다. 소재가 굉장히 대중성을 확보할 수 있는 것인지 확신이 없을 수밖에 없었다. 우리가 음식으로 따지자면 평양냉면처럼 슴슴한 편이라서 입소문을 타고 좋아하시는 분들이 많이 찾아주시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초반부터 열화 같은 반응이 올 줄은 몰랐다”라고 밝혔다.
이어 “실감하는 부분은 십몇 년 동안 연락을 못했던 사람들에게 연락이 오고, 얼마 전에는 고등학교 은사님이 연락이 와서 ‘아들이 재밌다고 해서 연출 이름을 보니 너더라’고 하셔서 울컥했다. 그저 감사할 뿐”이라고 덧붙였다.
문지원 작가는 진경과 박은빈이 연기한 우영우의 모친 태수미와 우영우의 재회 장면을 집필하며 중점을 둔 부분에 대해 답했다. 그는 “출생의 비밀을 넣는다고 할 때 제작사가 ‘괜찮은 거냐. 새롭고 신선한 드라마를 해야 하는데, 클래식한 장치를 가지고 오는 게 괜찮은 거냐’라고 우려가 있었다. 원래 영화를 하던 사람이라 드라마에 익숙하지 못해 내 해석과 다른 결과들이 나오기도 했다. 어느 장치나 문법을 생각하지 않고 두 사람 관계에 집중해서 내가 풀어낼 수 있는 이야기를 풀어내자고 해서 풀어낸 건데 좋아해 주셔서 감사하다”라고 말했다.
↑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기자 간담회 사진=ENA |
앞서 ‘우영우’의 신드롬과 함께 우영우를 패러디하는 이들이 생겨나며 논란이 불거진 바 있다. 이를 둘러싼 갑론을박이 펼쳐졌고, 유인식 감독은 “패러디 기사를 봤다. 걱정도 했다. 드라마를 만드는 사람으로서 그런 이야기가 편안하지는 않다”라고 견해를 이야기했다.
그는 “그렇게 생각한다. 일상생활에서나 유튜브상에서 ‘우영우’ 캐릭터를 따라 하셨던 분들이 말 그대로 자폐인들을 비하하고 싶다 이런 생각으로 하지는 않았을 거다. 본인이 사랑하는 캐릭터를 보고 있으면 따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수 있지 않냐. 그런데 우리 드라마 안에서의 우영우가 하는 행동은 드라마를 통해서 쭉 쌓아온 맥락 위에서 하는 행동이다. 어느 클립을 볼 때도 그 맥락을 이해하며 보실 수 있지만, 바깥에서 그 행동의 어느 순간만을 하게 되면 또 다른 맥락이 발생하기도 한다. 그것이 요새는 바로바로 불특정 다수에게 전달되는 세상이다 보니까 본인의 의도와 다른 맥락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그런 부분에 대해서 조심성을 가져야 하는 시대가 되어가는 것 같다”라며 “이것이 몇 년 전에 받아드리시던 감수성과 빠르게 변해가고 있기 때문에 누군가가 정해져서 ‘이것은 여기서부터는 비하이고, 여기서부터는 패러디’라고 정해줄 수 있는 부분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사회적인 합의나 시대적인 감수성의 차원에서 공론화가 되면서 기준점이 생긴 것 아닌가 싶다. 박은빈과 처음 시작할 때 조심스러웠던 거는 극 밖에서는 하지 않는 게 좋겠다고 생각해서 박은빈도 그런 걸 인터뷰 때 주의하는 걸로 알고 있다”라고 조심스러워했다.
또한 ‘우영우’의 신드롬과 함께 문지원 작가의 전작 영화 ‘증인’도 주목받았다. ‘증인’ 속 김향기가 맡은 지우의 캐릭터가 “나는 변호사는 못되지만 증인은 될 수 있다”라는 대사가 ‘우영우’와 연장 선상에 놓인다는 것. 문지원 작가는 “3년 전 어느 날 에이스토리 PD님들이 찾아오셔서 영화 ‘증인’을 재밌게 봤다. 김향기가 연기한 지우라는 캐릭터가 성인이 돼서 변호사가 되는 것이 가능하냐, 그리고 그 이야기를 16부작 드라마로 만들면 재밌을 것 같냐고 물었다”라며 “그래서 나는 이렇게 답했다. 가능하고 재밌을 것 같고 내가 하면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해서 시작된 거다”라고 짚었다.
더불어 “세계관과 관련해서는 뭐를 하나 만들면, 그 스토리 속 인물이 평행 세계처럼 어딘가에 살아가는 느낌을 주지 않냐. 우영우는 영화 ‘증인’을 보지 않을 것 같은 사람이지만, ‘증인’ 속 지우는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라는 드라마를 본방사수하고 재밌게 볼 것 같고, 영우의 말투를 거의 복사한 것처럼 따라해도 유일하게 비난 받지 않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서 그런 생각을 하면 좋아진다. 성장보다는 그 친구는 그 친구대로, 우영우는 우영우대로 살고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설명했다.
유인식 감독은 호흡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부분이고 작가님이 써주신 대본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문제이기도 하다. 대부분 ‘우영우’에서 좋은 장면들은 좋은 배우들이 자연스럽게 호흡을 잘해줘서 드러나는 것 같다. 연출자의 개입이나 편집으로 끊지 않으려고 하는 게 내가 생각하는 연출의 방향이기는 하다. 그러다 보면 맺고 끊어지는 리듬에 생기는 것 같다”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호흡에 꼭 극적으로 살려줘야 되겠다는 부분들은 배우와 협의를 해서 펀치라인이라고 하는 부분들을 시청자들이 원하는 순간에 예상하지 못하는 순간에 드러나게 하는 부분이 있다. 예를 들면, 4부의 법정에서 동그라미와 아버지가 폭행을 당하고 상대편 변호사가 폭행을 유도한 것 아니냐고 할 때 영우가 돌아서면서 ‘그렇다는 증거 있습니까?’라는 대사는 내가 생각할 때 적정한 호흡을 주고 적절하게 카메라가 다가갔을 때 나와야 되는 대사인 것 같아서 그런 대사를 할 때 배우와 카메라 워크를 맞추면서 리허설을 했던 기억이 있다”라고 답했다.
↑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박은빈 강태오 강기영 주현영 하윤경 주종혁 출연 사진=ENA |
극 중 우영우가 김밥을 먹는 장면에 대한 비하인드도 공개했다. 우영우가 부친이 만든 김밥은 세로로 먹지만, 다른 김밥들은 가로로 먹는 것에 대한 이유였다. 유인식 감독은 “의도한 거는 아닌 것 같다. 먹는 신이라서 먹어야 할 때는 꼭 먹으면서 연기를 한다. 일부러 점심을 굶고 와서 연기를 하기도 하고, 신에 따라서 많이 먹어야 할 때도 있어서, 우영우 김밥 같은 경우는 얇게 썰어서 자주 먹을 수 있게끔 만들어 놓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 보니 가볍게 세로로 먹기 좋은 게 아닐까 생각이 든다. 구내식당이나 다른 식당의 김밥은 두께감이 달라서 집어 먹다 보니까 그렇게 되지 않았나 싶다”라고 말했다.
팽나무 에피소드 이후 천연 기념물로 검토 중인 사실도 화제가 됐다. 문지원 작가는 “뉴스에서 보고 웃었다. 내가 뭘 의도한 거는 아니고 많은 분들이 드라마를 사랑해주셔서 생겨난 반응이라고 생각해서 앞으로 더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글을 써야겠구나 생각했다”라고 털어놨다.
강기영이 맡은 정명석 캐릭터는 판타지 캐릭터라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 그만큼 비현실적이면서 매력적인 캐릭터라는 것. 이와 관련해 문지원 작가는 “내가 생각한 40대 초반의 사람이 가질 수 있는 멋진 거를 많이 넣었다. 내가 40대는 이런 게 멋있지 하는 걸 넣은 캐릭터이다. 명석이뿐만 아니라 제목부터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니까 주변 인물들이 ‘우영우’와 들러리들로 느껴질까봐, 사건을 매화 풀어야 해서 분량을 양껏 줄 수 없어서 캐릭터들이 짧은 분량 안에서도 개성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 명석 캐릭터는 로펌에 있을 법한 이를 그리면서도 이런 게 40대의 멋이지를 넣은 것도 사실이다”라고 판타지 캐릭터임을 인정했다.
이와 함께 문지원 작가는 “우영우라는 캐릭터를 지지하는 이유가 불쌍하고 안쓰러워서보다 사랑스럽고 씩씩하고 멋있어서이길 바랐다. 그런 의도를 가지고 쓰다 보면 충분히 담아내지 못하는 잔여로 남아 있는 것은 사실이다. 작품이 가질 수 있는 한계라고 생각한다”라고 조심스러움도 드러냈다.
유인식 감독 역시 “세상의 모든 장애, 모든 자폐를 영우가 대표할 수 없다. 자폐인들의 폭이 워낙 넓다 보니까 그들이 겪는 고통은 일상생활의 어려움, 가족들 간의 문제로 고생하는 분들도 있다. 비교적 가볍다고 해야 할까. 이전에는 아스퍼거 증후군으로 되었던 진단을 받지 않았을 뿐이지, 본인이 자폐인이라는 자각을 하면서 사회생활의 어려움을 겪는 분도 계실 거다. 우리와 떨어져 있고 다른 존재인 영우가, 비자폐인과 살아가며 겪는 어려움이나 거기서 겪는 크고 작은 애환도 비자폐인이 많은 시청자에게 드려볼 만한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자폐 전반을 아우를 수 있는 이야기면 좋았겠지만, 나의 재주도 한계가 있고 드라마 초점도 있어서 (힘들었다). 다양성을 담아보려고 했지만, 어쩔 수 없이 다루지 못한 다른 측면에 계시는 자폐인이나 발달 장애인들이 마치 영우가 그들을 대변하는 존재인 것처럼, 마치 자폐인은 특정한 능력이 있어야만 하는 것 같은 박탈감에 대해서는 공감하고 안타깝게 생각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모두 받아들일 수 있는 이야기로 하기에는 우리의 한계가 있었다”라고 조심스럽게 답했다.
우영우가 깨달음을 얻을 때마다 떠오르는 고래의 이미지가 다른 부분에 대한 궁금증도 쏟아지고 있다. 유인식 감독은 “고래를 녹여 넣으면서 크게 연출적으로 고래의 형태가 나오더라. 하나는 고래 이야기에 확 빠져들어서 나오는 포토 그래픽 메모리라고 하지 않냐. 수많은 자료들을 찾아서 보여 드려야 하는 부분이고, 다이빙해서 향고래나 고래 퀴즈에서 귀엽게 등장하는 건 종이로 고래 모양을 만들어서 모션 그래픽 처리를 해서 만들었다. 하나는 영우가 깨달음을 얻을 때 우리가 찾을 수 있는 걸 찾아서 박은빈이 매회 한두 번씩 바닷바람을 불어가면서 촬영을 한 그림의 스타일로 촬영을 했다”라며 “회별로 달라야 한다고 생각했다. 대본에 암시는 있었다. 시원스러운 아이디어로 뒤집을 수 있다는 생각이 아닌 장면에 대본에는 고래가 물밖으로 나오지는 않고 빼꼼히 주변을 살피는 게 하나 있었고, 분수를 내뿜는 장면이 있더라. 시원하게 점프할 수준의 아이디어는 아니라고 생각해서 골랐다. 네 번째는 영우의 특별한 순간에 나타나는 고래를 만들고 싶어서, CG팀과 시작부터 머리를 맞대고 어느 순간에 고래를 어떻게 캐스팅해서 어떻게 나오게 할까 했다”라고 비하인드를 풀었다.
마지막으로 사회적 약자들을 출연시킨 의도와 관련해 문지원 작가는 “자폐가 없는 사람, 대부분 대다수의 시청자가 편하게 감정이입 할 수 있는 사람을 주인공이나 최소 화자로 설정해놓고, 그 사람의 시선으로 관찰되는 자폐인으로 묘사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증인’이 그런 구성이었다. ‘우영우’를 하면서는 내 나름대로 도전과제였다. 단독 주인공으로 세워놓고 우영우와 시청자들 사이에 매개인이나 매개체 없이 직접 소통하게 하자는 의도가 있었다. 이 드라마를 본다는 것은 자폐 스펙트럼을 가진 이상하고 낯선 우영우에게 직접 감정이입을 해서 함께 울고 설레하고 웃고 하는 기적 같고 마법 같은 체험이라고 생각한다”라며 “이왕 이게 의도인거라면, 드라마 전체가 다양성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갈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이 부분에 대해서 제작사나 감독님도 환영하며 적극적으로 의견을 내주셔서, 동성애 커플, 탈북민 등 다양 드라마에서 특별한 계기가 없으면 나오기 힘든 것도 자연스럽게 스며들지 않았나 싶다”라고 털어놨다.
유인식 감독은 “박은빈에게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피력을 했다. 우영우를 할 수 있는 배우가 많지 않
[상암동(서울)=이남경 MBN스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