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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I'비상선언' 포스터, 쇼박스 |
'비상선언'은 의문의 한 남성이 비행기에 탑승한 이후 원인 불명의 사망자가 발생되면서 시작된다. 끔찍한 증상으로 고통을 받다 짧은 시간 안에 사망한 탑승객을 시작으로, 비행기 내부의 모든 탑승객들은 일대 혼란과 두려움에 휩싸인다.
상공에는 재난에 직면해 맞서 싸우는 이들이 있다. 비행공포증을 앓는 재혁(이병헌)은 자신의 트라우마를 이겨내고 어린 딸을 지켜야 하고, 부기장 현수(김남길)는 비행기 내 갑작스레 사망자가 발생하자 조종석과 기내를 오가며 문제 해결을 위해 나선다. 사무장 희진(김소진)은 공포에 질린 승객들을 진정시키기 위해 특유의 침착함으로 온 힘을 쏟아 붓는다.
지상에도 이들을 돕고자 하는 자들이 함께 싸운다. 밀린 수사 업무로 인해 아내와 약속한 하와이 여행을 함께 하지 못하게 된 베테랑 형사팀장 인호(송강호)는 아내를 지키고자 목숨을 걸고 고군분투 하고, 국토부 장관 숙희(전도연)는 안전 대책 회의를 소집하고 각 부처와 고민하며 대책 마련에 힘쓴다. 하지만 실시간으로 전해지는 비행기의 지옥 같은 상황. 이들은 쉽사리 극복할 수 없는 막혀버린 현실에 좌절과 공포감을 느끼게 되고, 이 모든 뉴스는 육지에 있는 이들에게도 전해져 믿지 못할 끔찍한 뉴스가 된다.
영화는 지상과 상공의 이야기를 하나로 엮여내 재난의 공포와 인간의 면면을 조망한다. 숨통 트일 구간이란 없다. 기내 상황뿐만 아니라 재난 앞에 선 사람들 각각의 감정과 드라마는 섬세하게 다뤄져 입체적인 ‘리얼리티’를 뽐낸다.
누군가는 재난의 씨앗이 되고, 누군가는 그 앞에 나약해지고 이기적이게 된다. 어떤 누군가는 용기 있는 결정을 내리기도. 각자의 방식으로 살아남기 위해, 소중한 사람을 지켜내기 위해 고군분투 한다. 마침내 사람이기에 나약하지만, 오직 사람이기에 할 수 있는 숭고한 선택으로 묵직한 감동을 안기기도 한다. 다소 씁쓸할 수밖에 없는 엔딩까지 집요하게 현실적이고 진지하다.
관객들은 재난 상황에 놓인 승객이 된 듯하다. 숨 돌릴 구간이 없이 내내 답답하고 침울하기도. 관람형이 아닌 극강의 체험형이다. 비행기는 세상의 축소판이요, 재난이 닥치니 공포 가득한 독립된 폐쇄된 공간이 된다. 그 주변 역시 마찬가지다. 여행을 떠나는 설렘은 어느새 불안감으로 가득 차고, 사명감은 현실의 벽의 부딪혀, 몰아지는 혼돈 속에서 마침내 인간 본성이 다양하게 발현된다.
여기에 송강호 이병헌 김남길 임시완 김소진 등 배우들은 빈틈 없는 열연으로 힘을 보탠다. 특히 송강호는 '칸 남우주연상' 명성에 걸맞는 울림 있는 연기로 관객의 감정선을 뒤흔든다.
다만 극강의 리얼리티는 양날의 검이 되기도 한다. 처음부터 끝까지 소재의 묵직함을 강조하며 영화적 쾌감, 미화를 최소화한 채 (엔딩까지) 리얼하게만 밀고 나가니 중·후반부로 갈수록 지친다. 클라이맥스에 버무린
[한현정 스타투데이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