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②] '종이의 집' 김성오 "김윤진 덕에 참 재미있게 촬영"

↑ 김성오는 원작엔 없던 차무혁 캐릭터를 찰떡같이 소화했다. 제공| 넷플릭스

(인터뷰①에 이어) 김성오가 맡은 차무혁 역은 북한 출신으로 선우진 경감을 견제하려 했으나 이후 선우진의 능력에 감탄하며 모든 논의를 함께 하는 아군으로 돌아선다.
극중 차무혁은 뛰어난 두뇌 회전에다 결단력을 갖췄고 강도단이 총기로 무장한 조폐국 안까지 의료진인척 무기도 소지하지 않고 숨어드는 대범함 등이 돋보였다. 어떻게 준비했을까.
김성오는 "차무혁은 원작에는 없는 인물이다. 한국판으로 리메이크 하면서 만들어진 캐릭터"라고 운을 뗐다. 이어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회사를 다니고 일상을 살면서 생을 마감한다. 그러면서 해야할 일이 뭐고 목적이 뭔지 세뇌된다. 더군다나 차무혁은 군인이다. 차무혁은 사실 극 중 남북한 통일 분위기가 조성되기 전, 남한을 공격하는 것이 주 목적이었던 사람이다. 목적이 없어졌다는 것이 차무혁에게는 엄청난 고통이고 슬픔일 것 같더라. 갑자기 임무가 없어진 것 아닌가"라며 자신이 만들었던 차무혁의 서사를 들려줬다. 김성오는 "시즌2에서는 차무혁이 군인으로 있었을 당시 서사가 나올 것"이라고 귀띔했다.
차무혁이 극에 다연스레 녹아들 수 있었던 것은 탄탄하게 만들어 놓은 전사 때문만은 아니다. 자연스러운 북한 사투리가 차무혁이 극에 동화되는데 큰 몫을 했다.
김성오는 "북한 사투리를 가르쳐주시는 선생님과 뵙고 이야기를 나누면서 준비했다"면서 "제가 아무리 연습해도 그 지방 출신만큼 할 수는 없지 않나. 노력해도 완벽하게 할 수 있다는 생각이 안들어서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강원도 말이랑 좀 비슷하다는 생각도 들더라. 북한에도 지역별로 사투리가 있을테니 자신감을 가지고 편하게 하면 더 자연스럽지 않겠나 싶었다. 그래서 강원도 사투리 정도로 생각하고 선생님이 말하는대로 사투리를 쓰려고 했다"고 준비 과정을 들려줬다.
특수요원 출신인 차무혁을 연기하려면 아무래도 액션이나 비주얼적인 노력도 중요했을 법 하다. 김성오는 "전작인 '루카'에서 김홍석 감독님과 수없이 액션을 했다"면서 "거기에 비하면 차무혁은 별로 하지 않았다. 북한군이라고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지 않나. 제가 가진 북한군에 대한 이미지를 없애고 심플하게 표현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 김성오가 `종이의 집` 파트2의 차무혁을 기대해달라고 당부했다. 제공| 넷플릭스

강도단 소탕을 위해 초반 선우진과 대립하던 차무혁은 이후 다른 신념을 품었음에도 선우진을 인정하고 따르게 된다. 대치 상황에서의 묘한 긴장감 등은 어떻게 감정을 잡았을까.
김성오는 "차무혁 입장에서는 남한과 협업하겠다는 마음이 없었을거다. 그래서 내 방식대로 임무를 수행하겠다고만 생각했을텐데 선우진이 반대 의견을 제시한다. 차무혁은 '내가 잘하니 내가 처리하는 게 맞다'고 생각하고 의견을 존중하지 않으려 하는데 차무혁의 방향이 틀렸다는 게 보여지니 협상가로서의 선우진의 능력을 인정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선우진이 아닌 배우 김윤진에 대해 "촬영할 때 강도단은 같이 있을 수 있는 시간이 드물다. 김윤진 선배와는 붙어서 이야기를 할 시간도 많아서 통화도 많이 했다. 촬영장에 나가면서 '오늘은 선배님과 어떤 이야기를 할까?'하면서 갔었다. 세트장이 답답하고 더운데 김윤진 선배 덕분에 참 재미있었다"고 애정을 드러냈다.
극 중 김성오와 김윤진이 맡은 TF팀이 상식적인 면에서 보면 범죄자를 잡기 위한 공권력 집단인 만큼 조금 더 정의의 편에 가깝다. 그러나 작품이 강도단 입장에서 서술되는 만큼 국가의 질서를 흐트러트리는 강도단이 오히려 더 큰 응원을 받는다. 서사가 강도단에 쏠려있는 만큼 아쉬움도 있을 법 하다. 김성오는 "드라마의 아이러니한 점"이라고 말했다.
"영화나 드라마는 아이러니한 게 화면 속 인물의 매력과 방향성에 따라 사람들의 마음이 따라가는 방향이 달라집니다. 착한 사람이라서 옹호하고 나쁜 사람이라 감정선을 못따라가는 게 아니에요. 허구의 이야기이고 즐겁기 위해 보는 것이라 나쁜 인물도 내가 봤을 때 매력적이면 감정선을 따라가는 것 같아요. 현실 속에서는 그렇게 할 수 없지만요. 강도단의 사연을 보면 강도 행위 자체는 나쁘지만 사람을 죽이지 않으려는 점 등 인간적인 면모가 보이다 보니 시청자들이 강도단에게 감정 이입을 하는 것 같아요. 그렇지만 이들을 저지하려는 경찰 TF팀이 나빠 보이진 않죠. 이런 감정들이 충돌하는 게 재미있어요."
'종이의 집'에는 매력적인 캐리터들이 상당히 많이 출연한다. 김성오에게 만약 캐릭터를 선택할 선택권이 주어진다면 어떤 역할을 연기해 보고 싶을까. 김성오는 "배우라면 감정선을 많이 표현할 수 있는 역할을 연기해보고 싶을 것"이라면서 "차무혁도 좋지만 더 표현할 수 있는 캐릭터도 해보고 싶어요. 만약 제가 선택할 수 있을때 (액션을 소화할 만큼) 컨디션이 안좋다면 교수를, 운동을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면 베를린을 선택해 연기해 보고 싶다"고 택했다.
'종이의 집' 파트1은 차무혁과 교수가 마주보는 장면으로 끝난다. TF팀에서 경질당한 차무혁이 교수의 가게까지 찾아가 그를 만난 것. 긴장감이 극도에 달한 그 장면이 파트1의 대미를 장식했다.
김성오는 "12부까지 촬영했는데 6부씩 파트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