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희열. 사진|안테나 |
유희열은 '유희열의 생활음악' 프로젝트 두 번째 트랙인 '아주 사적인 밤'이 일본 영화음악 거장 사카모토 류이치의 ‘아쿠아’와 비슷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논란의 중심에 섰다. 그는 이와 관련해 "긴 시간 가장 영향 받고 존경한 뮤지션이기에 무의식 중에 기억 속에 남아 있던 유사한 진행 방식으로 곡을 쓰게 됐다"면서 사실상 두 곡간 유사성을 인정했다.
원곡자인 사카모토 류이치는 "두 곡의 유사성은 있지만 제 작품 ‘아쿠아’를 보호하기 위한 법적 조치가 필요한 수준이라고 볼 수는 없다"라고 입장을 밝혔지만, 창작자로서 이미지에 타격을 입은 유희열은 13년 만에 KBS2 음악프로그램 '유희열의 스케치북'에서 하차했다.
프로그램 하차 발표와 함께 내놓은 입장은 논란을 재점화시켰다.
유희열은 “그동안 쏟아졌던 수많은 상황을 보며 내 자신을 처음부터 다시 돌아보게 되었다. 지난 시간을 부정당한 것 같다는 이야기가 가장 가슴 아프게 다가왔다. 상실감이 얼마나 크실지 감히 헤아리지 못할 정도”라면서도 “지금 제기되는 표절 의혹에 동의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올라오는 상당수의 의혹은 각자의 견해이고 해석일 순 있으나 저로서는 받아들이기가 힘든 부분들”이라고 말했다.
시대를 풍미한 뮤지션인 유희열이 표절 의혹으로 많은 이들을 충격에 빠뜨린 데 이어 이적도 같은 의혹에 휩싸였다. 2013년 발표한 ‘거짓말 거짓말 거짓말’이 브라질 가수 라이문도 파그네르의 '루비 그레나(Rubi Grena)'와 유사하다는 의혹에 휩싸인 것. 하지만 이적 소속사는 “표절이 아니다. 이 의혹에 대해서는 대응할 가치가 없다”라고 강하게 부인했다.
이어 이무진 역시 대표곡 ‘신호등’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이 곡이 일본 가수 세카이노 오와리가 2015년 발매한 ‘드래곤 나이트(Dragon night)’와 유사하다는 주장이 온라인 상에 퍼진 것. ‘드래곤 나이트’외에 일본 밴드 ‘데파페코’가 2018년 ‘드라곤 나이트’를 어쿠스틱 버전으로 커버한 곡과도 흡사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 이무진. 사진|빅플래닛이엔티 |
유희열 표절 사례는 MBC '100분토론'에서도 아이템으로 다뤄져 논란을 뜨겁게 달구기도 했다. 부활 김태원은 "표절을 하려면 멜로디 한두 개를 바꾸는데, 이게 바로 표절을 하겠다는 흑심이 있는 것인데 유희열 씨의 경우 8마디가 똑같았다. 그 부분이 아이러니하다"고 말했다.
유희열이 여러 곡으로 표절 의심을 받는 데 대해 일종의 '병'적 습관이라고 진단하기도 한 김태원은 "90년대 초에는 이런 문제는 그냥 넘어가도 되는 문제처럼 되어 있었다. 좋아하는 아티스트의 영향을 받았다는 이유를 대셨는데 그건 핑계도 되지 않는다"고 씁쓸한 심경을 내비치기도 했다.
임진모 음악평론가 역시 '100분토론'에서 "유희열 씨는 작곡을 전공하신 분이다. 이 부분(표절)에 대해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런 사건이 터졌다는 것은 양심과 의도를 이야기하기 민망한 수준"이라며 "이렇게 된 건 도덕적 해이가 아닌가 싶다. 결코 가벼운 문제가 아니다"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평론가들 사이에도 다양한 의견이 오고갔고, 표절 여부를 두고도 갑론을박은 계속됐다.
정민재 대중음악평론가는 "논란이 필요 이상으로 과열되는 것 같아 괜히 보태고 싶지 않았지만, 인터넷을 떠도는 표절 의혹에 공감하지 않는다"면서 "코드 진행 일부가 겹친다고 해서 표절이라고 할 수 없다. 원곡자의 문제 제기가 있었다면 모를까, 찰나의 음표 진행 몇 개가 겹치는 것도 표절이 되지 않는다. 높낮이와 속도를 조정해서 비슷하게 들리는 곳 또한 마찬가지다. 내 귀에 비슷하게 들린다고, 내 기분이 나쁘다고 표절이 될 수는 없다"는 의견을 냈다.
정민재는 그러면서 "지금 제기된 의혹 중 상당수는 누리꾼의 광기처럼 느껴진다. 애초에 이렇게까지 올 일이 아니었다"며 "표절이 아닌 곡들을 내 귀에 의거해 표절로 몰아가는 행위에 공감하기 어렵다"고도 했다.
반면 이대화 대중음악평론가는 "내 생각에 유희열은 레퍼런스와 창작의 경계가 아슬아슬한 사람"이라고 정반대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이 평론가는 "(유희열을 옹호하는 측은) 유튜버들의 의혹 제기가 허망하다고 하는데, 내가 듣기엔 해피 버스데이 투 유(Happy Birthday To You)'는 정말 비슷하다. 아니 어떻게 가사까지 (똑같냐)"며 "특정 아티스트와 곡에서 영감을 받아 음악을 만드는 방식도 문제될 것 없다. 하지만 정도가 지나치다 생각하면 스스로 멈춰야 한다"고 했다.
그는 이어 "그런 것에 관대해지면 결국 이런 문제들이 터진다"며 "'레퍼런스라 하더라도 이렇게 하면 나중에 문제된다'의 예로 평가하고 반면교사로 삼아야지 왜 기준을 낮추자는 쪽으로 분위기가 가는지 나는 잘 모르겠다"고 꼬집기도 했다.
가요계 광풍이 된 표절 이슈에 대해 한 대중음악 관계자는 매일경제 스타투데이에 "법적으로 표절 여부를 따지면 현재 의혹에 휩싸인 곡들 대부분이 표절이 아닌 것으로 결론 날 수 있다"면서도 "과연 해당 곡자들이 표절 의혹 비교 대상이 되는 곡들을 전혀 접한 적이 없는 것인가를 두고 본다면, 그렇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며 창작자의 양심의 문제라고
한편 유희열은 지난 19일 '유희열의 스케치북' 마지막 녹화를 끝냈다. 프로그램 600회 녹화이자 여름 특집으로 꾸며진 이날 녹화에서 유희열은 불명예 하차를 의식한 듯 시종 담담한 모습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유희열의 스케치북' 마지막 회는 22일 전파를 탄다.
[박세연 스타투데이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