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설경구 사진|강영국 기자 |
연기 인생 30년을 맞은 배우 설경구가 배우 특별전을 맞은 남다른 소회를 밝혔다. 그는 연기 비법은 따로 없다면서도, 자신의 숙제를 계속 풀어나가고 싶다고 밝혔다.
8일 오후 경기 부천 고려호텔에서 제26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BIFAN) 배우 특별전 ‘설경구는 설경구다’ 기자회견이 열렸다. 정지영 부천국제영화제 조직위원장, 모은영 프로그래머, 배우 설경구가 참석했다.
BIFAN은 2017년부터 한국 영화를 대표하는 배우를 선정해 배우 특별전을 진행했다. 전도연 정우성 김혜수에 이어 3년 만에 재개하는 배우 특별전의 주인공은 설경구다.
설경구는 뮤지컬 ‘지하철 1호선’ 등을 거쳐 ‘꽃잎’(1996)으로 영화와 인연을 맺었다. ‘러브스토리’(1996) ‘처녀들의 저녁식사’(1998) ‘유령’(1999) 등에 단역으로 출연했다. 이창동 감독의 ‘박하사탕’(2000)으로 제36회 백상예술대상 신인연기상, 제37회 대종상 신인남우상, 제21회 청룡영화상 남우주연상 등 10개의 상을 휩쓸었다.
‘공공의 적’(2002) ‘오아시스’(2002) ‘용서는 없다’(2010) ‘나의 독재자’(2014) 등에서 열연, 여러 영화제에서 수상 행진을 이어왔다. ‘실미도’(2003) ‘해운대’(2009)로 천만 관객을 모으며 흥행 배우로서의 입지를 굳혔다.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2017)으로 대종상 남우주연상을 세 번째로 수상했고, 최근 ‘자산어보’(2021)로 제42회 청룡영화상을 비롯해 5개의 시상식에서 남우주연상을 차지했다. ‘킹메이커’(2022)로 올해 백상예술대상 최우수 연기상을 수상했다.
설경구는 “부집행위원장에 전화가 와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두루뭉술하게 넘어가서 제 특별전을 하게 되어 있더라. 전화를 끊고 나서 깜짝 놀랐다. 내가 무슨 짓을 한 거지 싶고, 당한 것 같아서 후회됐다. 회사 마케팅팀에 전화해서 이런 결정을 하게 된 것 같다고 하니 하라고 하더라”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배우 일하면서 특별한 사람이라고 생각한 적 없고, 특별한 자리에 주인공이 되는 것도 어색한데 결정하고 나서 이유를 만들어봤다. 영광스러운 자리지만 부담스럽기도 하다. 내가 특별전을 하게 된 이유를 납득될 수 있게 만들어보자고 해서 만들어봤다”고 설명했다.
또 설경구는 “1993년도에 대학교 2학년 때 대학 사회 나와서 연기를 시작했다. 햇수로 30년이 됐더라. 30년이라는 연차가 잘 버텼다는 생각이 와서 특별하게 와 닿더라. 선배님들 40~50년 넘은 분도 있지만. 30년이 중간 점검을 할 수 있는 특별한 해라고 생각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부천영화제 측에 감사한 마음이 생겼다. 좋은 자리 마련해줘서 감사하다”고 덧붙였다.
설경구는 지난 30년에 대해 “제가 무슨 역할을 했는지를 일일이 생각하면서 30년을 온 건 아니다. 하나하나 풀어가면서 오다 보니까 30년이 된 것 같다. 제가 느끼기에도 여러 일이 일었고 굴곡이 많았던 것 같다. 그래서 잘 버텼다고 말씀드리는 거다. 특별전 이후에 생각이 더 깊어지더라. 무슨 역할을 하고, 무슨 작품을 할지 더 깊어졌다. 특별전이 정중앙은 아니겠지만, 한번 되짚고 가는 느낌으로 생각하고 있다. 제 숙제는 결국 연기다. 못 풀 거라고 생각하지만, 앞으로 계속 풀어가야 할 숙제라고 생각한다”며 연기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또 정지영 집행위원장은 설경구에 대해 “설경구는 연기자의 변화를 가져온 인물이다. 그 전까지는 한국의 스타급 배우들이 안성기가 있었는데, 안성기는 어려서부터 아역을 해서 연기를 특별히 배우지 않은 사람이다. 그런데 연기를 공부해서 연극을 통해서 공부해서 나온 스타로서는 최초의 연기자다. 그 이후에 연극배우 출신들이 상당히 많이 나왔다. 그건 설경구를 보면서 그들이 영화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갖고 열심히 한게 아닌가 싶더라. 그런 측면에서 한국 영화사에서 중요한 배우라고 생각한다”고 치켜세웠다.
설경구는 대표작으로 ‘박하사탕’을 꼽았다. 그는 “작품을 하나의 감정으로 하는 게 아니라 개인의 오만 감정이 들어가 한 작품이 된다. ‘박하사탕’처럼 말초신경까지 끌어와야 하는, 카메라 경험도 없어서 제가 끌어올 수 있는 건 모두 끌어오고 도움을 수 있는 건 도움 다 받았다. 작품의 좋고 나쁨을 떠나서 앞으로도 ‘박하사탕’일 것”이라고 말했다.
↑ 설경구 사진|강영국 기자 |
이번에 선정한 7개의 작품을 선택한 이유도 공개했다. 그는 “‘박하사탕’은 제가 좋아하기도 하고, ‘오아시도’도 이창동 감독을 정말 좋아한다. ‘공공의 적’ 같은 경우는 ‘박하사탕’ 끝나고 나서 제 얼굴을 조금씩 아시더라. ‘박하사탕’ 지나간다고 하더라. 제가 ‘박하사탕’인 줄 알았다. ‘공공의 적’하고 그런 게 사그라들더라. 새벽에 길 가다가 웨이터 명함에 강철중이 있더라. 상업적으로 절 알린 영화”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실미도’는 최초의 천만이라는 상징적 의미가 있다. ‘감시자들’은 최근 책은 그런데 영화를 보고 놀란 게 있다. 템포와 리듬으로 극적으로 만들 수 있구나, 이게 영화구나 싶은 게 ‘감시자들’이었다. ‘불한당’은 ‘박하사탕’ 이후 저에게 한번 턴을 시켜준 거다. ‘자선어보’는 촬영하는 과정이 힐링이었다. 그 섬에서 나오기 싫을 정도였다. 제가 고르지 않은 작품에서도 좋은 게 많은데, 7개로 골랐다”고 이야기했다.
특히 ‘불한당’이 턴을 시켜줬다는 표현에 대해서는 “전에는 무조건 몰입하려고 했다. 그 과정에서 오는 예민함으로 주변을 불편하게 했다. 변성현 감독은 콘셉트가 정확하게 있는 감독이다. 기본적으로 배우가 몰입해서 연기해야 하지만, 그게 다가 아니라 자기가 원하는 각도가 있고 배우에게 해달라고 하더라. 처음에는 그게 불편하다고 했는데, 그럼에도 중요하다고 해달라. 찍고 나서 모니터를 보니까 중요한 것 같더라. 캐릭터의 날이나 선이 되게 중요한 것 같더라. 이렇게도 연기를 할 수 있구나 싶더라. 제가 늦게 깨우치는 편인데, 뭐가 더 극대화되는지 따귀도 진짜로 때릴 때와 가짜 때릴 때가 오히려 진짜 맞는 것처럼 보일 때가 있다. 만들어서 극대화되는 것도 있더라. 오히려 몰입이 불편할 수도 있고, 조절을 잘해야 하는구나 싶었다”고 고백했다.
↑ 정지영 사진|강영국 기자 |
‘지천명 아이돌’이란 애칭에 대해서는 “인터뷰하다가 지천명인데 아이돌 같은 인기라고 하셨는데, 지천명 아이돌이 됐다. 기분이 나쁘지 않다. 즐거운 별명”이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인기에 대해서는 “제가 가는 길이 흔들릴 정도는 아니다. 바뀐 건 아닌데, 있는 나쁜 일은 없고 큰 힘이 된다. 응원도 많이 해주고 힘이 되는 부분이 있고 인기 있는 건 좋은 것 같다. 대중 예술을 하는 사람이라 그런 것 같다”고 말했다.
설경구는 “연기 비법은 절대 없다. 끊임없이 몰입해서 느끼고, 변성현 감독 같은 경우는 제가 결정하는 게 아니라 그분의 스타일이다. 처음에는 거부감이 들었다가 잘 맞아들어갔다. 연기의 비법은 앞으로도 없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전에 인터뷰할 때도 나이를 잘 먹어가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했다. 나이를 잘 먹어가고 싶다. 얼굴, 몸 관리가 아니라 여러모로 저 사람 나이 잘 먹고 있구나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이번 배우 특별전에서는 설경구가 직접 선택한 7편의 대표작 ‘박하사탕’ ‘오아시스’ ‘공공의 적’ ‘실미도’ ‘감시자들’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 ‘자산어보’ 등을 볼 수 있다. 작품과 배우 설경구에 대한 심도 깊은 이야기를
[양소영 스타투데이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