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지영 사진|강영국 기자 |
정지영 감독이자 부천영화제 조직위원장이 배우 설경구과 인연을 밝혔다.
8일 오후 경기 부천 고려호텔에서 제26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BIFAN) 배우 특별전 ‘설경구는 설경구다’ 기자회견이 열렸다. 정지영 부천국제영화제 조직위원장, 모은영 프로그래머, 배우 설경구가 참석했다.
정지영 조직위원장은 “신철 집행위원장보다 내가 잘 말할 수 있다고 뺏었다. 설경구를 완벽히 이해하지 못하지만, 최근 한 작품을 했고 제가 겪은 에피소드를 들려주고 싶어 자청했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설경구를 처음 만난 게 ‘박하사탕’ 촬영장이었다. 이창동 감독이 박하사탕 찍는다고 해서 현장 응원갔는데, 이창동 감독이 주연 맡은 설경구를 소개해줬다. 난 지금보다 그때 더 유명했다. 그런데 인사를 받고 멀뚱히 있더니 가더라. 별 희한한 놈을 본다고 했다. 어떻게 저렇게 무례하게 인사를 받고 가나 싶더라”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왜 그러냐고 이창동 감독에게 물어보니 역할에 빠져있다고 하더라. 피폐한 경찰이란 역에 빠져있어서 인사를 그렇게 받았을 거라고 하더라. 다니엘 루이스라는 배우가 그 영화가 끝날 때까지 역할에서 빠져나오지 못한다고 해서 설경구가 그런 배우인가 싶어서 존경이 생기더라”고 말했다.
또 정지영 조직위원장은 아들과 여러 인물로부터 설경구에 대해 듣기도 했다며 “설경구라는 사람이 일산에서 서울까지 걸어 다닌다고 하더라. 만만치 않은데 어떻게 걸어드리냐 싶더라. 살을 뺀다고 그런다고 하더라. 설경구란 배우는 만만치 않은 배우다 싶더라”며 “‘백두산’을 보니까 살을 찌우고 나왔더라. 이 배우는 독한 배우라는 생각을 했다”고 이야기했다.
계속해서 “그 후에서 영화판이라는 다큐를 찍은 게 있는데, 한국 영화의 현대사를 압축해서 상당히 스피디하게 만든 거다. 그것 때문에 인터뷰했다. 내가 설경구에게 ‘박하사탕’ 때 이런 경험을 했다고 하니 지금은 요령이 생겼다고 하더라. 그 역할에 빠져서 생활한다는 건 가정과 떠나서 하면 괜찮은데, 가정이 있는데 그렇게 한다면 주위 사람을 불편하게 하는 거다. 자기가 조금씩 요령이 생겼다고 하더라. 설경구 배우랑 같이 일을 해왔는데 역시나 약간의 요령은 터득했다고 하더라”며 설경구를 소개했다.
또한 정지영 집행위원장은 설경구에 대해 “설경구는 연기자의 변화를 가져온 인물이다. 그 전까지는 한국의 스타급 배우들이 안성기가 있었는데, 안성기는 어려서부터 아역을 해서 연기를 특별히 배우지 않은 사람이다. 그런데 연기를 공부해서 연극을 통해서 공부해서 나온 스타로서는 최초의 연기자다. 그 이후에 연극배우 출신들이 상당히 많이 나왔다. 그건 설경구를 보면서 그들이 영화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갖고 열심히 한게 아닌가 싶더라. 그런 측면에서 한국 영화사에서 중요한 배우라고 생각한다”고 치켜세웠다.
BIFAN은 2017년부터 한국 영화를 대표하는 배우를 선정해 배우 특별전을 진행했다. 전도연 정우성 김혜수에 이어 3년 만에 재개하는 배우 특별전의 주인공은 설경구다.
이번 배우 특별전에서는 설경구가 직접 선택한 7편의 대표작 ‘박하사탕’ ‘오아시스’ ‘공공의 적’ ‘실미도’ ‘감시자들’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 ‘자산어보’ 등을 볼 수 있다. 작품과 배우 설경구에 대한 깊은 이야기를
지난 7일 개막한 제26회 BIFAN은 ‘이상해도 괜찮아’(Stay Strange)라는 슬로건 아래 오는 17일까지 부천시 일대 극장에서 11일간 개최한다.
[양소영 스타투데이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