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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두준이 4년 만의 드라마 복귀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제공|KT스튜디오지니 |
ENA '구필수는 없다'(극본 손근주 이해리 조지영, 연출 최도훈 육정용)는 가족은 있지만 살 집은 없는 치킨가게 사장 구필수(곽도원 분)와 아이템은 있지만 창업할 돈은 없는 청년 사업가 정석(윤두준 분)이 티격태격 펼쳐나가는 생활밀착형 휴먼 코믹 드라마다.
윤두준은 극중 정석 역을 맡아 이상과 현실의 괴리 속에서도 당당히 꿈을 쫓는 모습으로 시청자들에게 유쾌하고 긍정적인 에너지를 전했다. 특히 정석의 다양한 상황과 감정선을 몰입도 있게 표현해 호평 받았다.
"저는 개인적으로 엔딩이 너무 좋았어요.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게 잘 마무리된 것 같았어요. 보면서 개운한 느낌이었죠."
서울 서초구 한 카페에서 매일경제 스타투데이와 만난 윤두준은 '구필수는 없다' 여정의 시작부터 마무리까지의 소회를 그야말로 솔직하게 다 털어놨다. 그도 그럴 것이, '구필수는 없다'는 윤두준의 4년 만의 드라마 컴백작이었고, 기존에 보여주지 않았던 다채로운 감정선을 보여준 사실상의 첫 작품이었다.
모처럼의 작품인 만큼 윤두준에게 기존 어느 작품보다도 특별했던 '구필수는 없다'였다. 그는 "4년 만에 촬영에 나서니, 이전에 어떻게 해왔는지 기억이 안 나더라. 경험치라는 게 중요한건데, 공백이 있다보니 그 경험치가 쓸모 없어지는 게 있었던 것 같다. 그게 사실 처음에는 많이 힘들었고 무서웠다. 그래서 더 조언을 많이 들으려 했다"고 말했다.
살인적 스케줄의 빠듯한 촬영을 주로 해오다 100% 사전제작 작품을 처음 경험한 느낌은 어땠을까.
윤두준은 "그동안 너무 타이트하게 촬영한 게 많았어서 그런지, 할 땐 너무 힘든데 정신차리면 끝나있는 느낌이었다. 그런데 이건(사전제작) 7개월 동안 촬영하다 보니 힘들었다. 예를 들어, 감정신을 하루에 몰아서 찍으면 좋은데 다음날까지 촬영이 이어지거나 하면 감정이 올라오지 않을까봐 고민되는 게 있었다. 작품의 완성도가 높은 점은 확실히 좋은데, 촬영하면서는 힘든 점도 있었다"고 털어놨다.
그 모든 소회를 뒤로 하고, 다시 '구필수는 없다' 속으로 돌아와 이야기를 이어갔다. 일단, 작품 합류 과정은 타이밍상 자연스러웠다.
"제가 이 작품을 선택했다기보다는, 좋은 타이밍에 제안이 들어왔어요. 시기도 잘 맞았고요. 또 휴먼 드라마이다 보니 다양한 연령층의 배우들이 많이 나왔는데, 그동안은 청춘물도 해보고 보통 또래 배우들과 연기해왔는데 이번에 좋은 경험이 될 것 같아서 하게 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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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두준은 극중 호흡을 맞춘 곽도원에 대해 "최고의 선생님"이라며 고마워했다. 제공|KT스튜디오지니 |
'환장의 콜라보'에서 '환상의 콜라보'를 보여준 파트너 곽도원과의 호흡에 대해 묻자 "정말 많은 도움을 받았다"며 고마움을 먼저 전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질문왕' 윤두준이 A부터 Z까지 물어보면, 곽도원은 질문에 살을 붙여 더더욱 디테일한 답변으로 돌려줬다.
"만약 누군가 저에게 물어본다면, 친절하게 말은 해줄 수 있는데 저라면 상대방의 판단에 더 맡기는 답변을 해줬을 것 같아요. 그런데 (곽도원) 선배님은 명쾌하게 다 알려주셨어요. 굉장히 디테일하면서도 명쾌하게, 납득이 가게 설명하면서 저를 설득해주셨어요. 또 (연기의) 테크닉적인 설명을 많이 해주셨는데, 그런 가이드가 너무 도움이 많이 됐어요. 기술적으로도 정말 많이 배웠어요. 선배님과 촬영할 때가 오히려 더 편했고, 저에게는 최고의 선생님이셨어요."
다마스를 타고 가며 점점 가까워지는 장면 등 '브로맨스'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선배님이 저를 잘 끌어내주셨다"며 말을 이어갔다. "개인적으로 정석과는 다른 면도 많아서, 필수와의 관계에서 '이게 표현이 될까' 싶었던 장면들도 많았는데 선배님이 잘 이끌어주셨어요. 다마스신에선 둘이서만 좁은 다마스 안에 고립돼 있으니까, 제가 궁금했던 선배님의 영화 이야기를 많이 여쭤봤는데 비하인드를 많이 얘기해주셨죠. 너무 재미있었어요."
윤두준이 맡은 정석이 극중 보여준 성장사는 어떤 의미에서 스토리적으로 뻔할 수 있는 설정이기도 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윤두준이 집중한 부분 역시 필수와의 브로맨스였다.
"진부한 스토리 때문에 시청자들이 어떻게 흥미를 느끼시게 할까 고민했어요. 그래서 저는 드라마의 큰 타이틀인 브로맨스가 중요하다고 생각했죠. 새로운 회사를 차렸지만 잘 안 되는 과정에서, 내가 꼰대라고 생각했던 그 아저씨(구필수)의 말을 듣고 아저씨가 하는 행동을 보고 '이게 나에게도 도움이 되는구나' 하는 걸 깨달아가는 것, 주변 사람들의 말에 귀를 기울여가는 게 정석의 성장 포인트인데 그 과정에서 아저씨와의 티키타카와 케미가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어떻게 더 재미있게 보여줄 수 있을 지 고민했죠."
박원숙, 한고은, 정동원 등 배우들과의 호흡도 차례로 언급했다. "박원숙 선생님에 대한 제 첫 기억은 초등학생 때 봤던 드라마 '올인'이었어요. 당시의 기억을 갖고 대본리딩에서 선생님을 처음 뵈었는데, 너무 신기했어요. 밀접한 역할이라서 사실 걱정도 많이 했는데 선생님께선 엄청 열려 있는 분이셨어요. 웬만한 건 다 받아주셨고, 카메라 꺼지면 옛날 이야기도 많이 해주시고요. 즐거운 시간이었어요."
한고은에 대해서는 "굉장히 털털하고, 실제 누나처럼 잘 챙겨주셔서 감사했다"고 밝혔으며, 정동원에 대해서는 그의 재능에 놀라움을 표하기도 했다. "동원이는 '라켓보이즈'에 드라마까지 10개월 동안 함께 했다. 처음에는 그냥 막연하게 어린 나이에 노래 잘 부르는 친구라고 생각했는데 이 친구가 가진 재능을 보면서 놀라웠다. 연기, 노래, 랩, 끼, 자신감 등을 보며 오래오래 잘 커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사람이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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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필수는 없다` 윤두준이 가수와 연기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일만은 포기할 수 없다고 밝혔다. 제공|KT스튜디오지니 |
"정석이라는 캐릭터가 설정상 좋은 사람은 아니었는데, 주변 사람 만나고 성장하며 포용력도 생기고, 그런 점들이 '나도 이런 면이 있었겠구나' 하고 자각할 수 있었어요. 나는 아니라고 생각해도 주변에서 볼 땐 그럴 수 있으니까, 저도 데뷔하고 나서 얼마 안 돼 너무 많은 사랑을 받고 지금까지 감사하게 활동할 수 있는 것들이, 주변에 좋은 사람이 없었다면 지금까지 할 수 있었을까 싶은 생각이 드는 거죠. 좋은 동료를 만난 것도 그렇고. 저를 대입해서 생각하게 돼 저를 돌아보게도 됐습니다.
극중 정석이 보여준 굴곡을 연기하며 느낀 점도 들려줬다. 윤두준은 "정석이라는 캐릭터처럼 빈털터리가 되어 길바닥에 나앉는 건 내가 알 수 없는 부분이지만, 큰 굴레에서 벗어나 다시 시작하는 느낌은, 회사(전 회사) 나오고 나서의 막연한 두려움과도 통하는 부분이 있었다. 그런 부분에서 조금씩 끄집어냈던 것 같다. 분명히, 하이라이트 활동이 정석을 이해하고 만들어내는 게, 도움을 많이 받았을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정석이 보여준 이상주의적인 면모에 대해서는 "개인적으로는 공감하지 못했다"고 했다. "초반 설정의 정석은 '네가 나를 거절해? 후회할텐데' 이런 마인드인데, 뭣도 없는데도 그런 스탠스를 유지하는 걸 보며 고민을 많이 했어요. 사람이 이렇게 몰리는데 어떻게 이렇게 당당할 수 있나 싶었죠. 어쨌든 드라마고 캐릭터를 표현해야 하는 거니까 하긴 했지만 그런 점들이 나와는 성격이 전혀 다른 부분이었어요. 엄청난 자신감, 내 능력 하나면 '나는 지금은 없어도 잘 될거야'라는 게, 굉장히 부러우면서도 한편으로는 무책임한 것처럼 느껴졌어요. 그런 데서 오는 괴리가 있긴 했어요."
전체적인 스토리 라인에서도 정석이 현실의 벽에 부딪치고, 깨지고, 성장해가는 과정은 꽤 구체적으로 그려졌다. '구필수는 없다'가 힐링 드라마를 표방한 만큼 드라마의 스토리 자체는 충분히 예상가능했지만, 정석의 서사는 작품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했고, 그때문에 인물을 연기하는 윤두준으로서는 쉽지 않은 여정이었다.
"아무래도 가장 크게 변화하는 사람이 정석이다 보니, 내가 처음부터 끝까지 표현해야 했어요. 그래서 촬영하면서 정말 많이 힘들었고, 주위의 도움을 많이 받았죠. 사실 잘했는지 못 했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그냥, 이번에 해보고 싶은 장면을 다 해본 것 같아요. 저 아래서부터 꼭대기까지 튀는 감정의 표현을 다 해본 거죠. 저는 화가 안 나는데, 화를 내야 하니까 힘들긴 했거든요. 제가 할 수 있는 한으로는 다 쥐어짜낸 것 같아요. 그 부분은 속시원해요. '더 잘할 수 있었는데'라는 생각은 딱히 들지 않을 정도죠."
드라마는 공식 포스터를 통해 '부러질지언정 굽힐수는 없다'는 슬로건을 표현하기도 했다. 두 주인공 구필수와 정석의 줏대와 소신을 표현하는 뜻일 터. 이에 대한 윤두준의 견해를 묻자 그는 "인상깊은 제목이다. 그런데 개인적으로는, 드라마에 철학에 반하는 건 아니지만 어느 정도는 굽혀져야 부러지지 않고 탄력을 받아 더 뛰어오를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쑥스러운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럼에도 윤두준이 '이것' 하나만은 굽힐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것은 무엇일까.
"지금처럼, 이렇게 (음악과 연기) 둘 다 할 수 있는 것이요. 그게 너무 축복이라고 생각하고
[박세연 스타투데이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