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해수 인터뷰 사진=넷플릭스 |
‘종이의 집’ 박해수가 설득력 있는 연기로 자신만의 한국판 ‘베를린’을 선보였다.
28일 오후 넷플릭스로 오리지널 시리즈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에서 베를린 역을 맡은 박해수가 화상 인터뷰를 진행했다.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이하 ‘종이의 집’)은 통일을 앞둔 한반도를 배경으로 천재적 전략가와 각기 다른 개성 및 능력을 지닌 강도들이 기상천외한 변수에 맞서며 벌이는 사상 초유의 인질 강도극을 그린 넷플릭스 시리즈다. 스페인 작품을 원작으로 한 작품이다.
하회탈, 남북의 교류 등을 소재로 한 한국판 ‘종이의 집’은 원작과는 다른 차별점을 더 담아내며, 한국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를 풀었다. 그중에서도 시청자들 사이에서 가장 눈에 띈다는 반응을 받은 것은 ‘베를린’ 역의 박해수였다.
그는 ‘사냥의 시간들’ ‘오징어 게임’ ‘야차’ 등에 이어 ‘종이의 집’으로 또 한 번 넷플릭스 작품인 ‘종이의 집’으로 시청자들을 만나게 됐다. 이전과는 또 사뭇 다른 분위기의 베를린으로 분해 친절함 속 숨겨진 포스와 위압감 등을 몸소 보여주며, 살아있는 눈빛 연기를 제대로 보여줬다. 그만큼 호불호가 갈리는 한국판 ‘종이의 집’에서도 많은 호평을 받은 캐릭터로 자리매김했다.
↑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 박해수 사진=넷플릭스 |
▶이하 박해수와의 일문일답.
Q. ‘넷플릭스 공무원’이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이에 대한 소감은?
A. 넷플릭스의 아들이기에는 장성한 아들이다. 너무 나이 든 아들이다. 책임감 있게 하고 있다. 사실 너무 감사하다. 지금까지 해왔던 작품들이 넷플릭스라는 곳에서 많이 보여드릴 수 있게 돼서, 좋은 무대를 열어주셔서 개인적으로 너무 영광이다. 많은 시청자들을 만날 수 있어 감사하다. 작품을 선택할 때 ‘넷플릭스 아니면 안 해!’ 한 건 아닌데 작품을 받고 시나리오를 보면 넷플릭스에서 오거나 틀어지게 된 작품이 많았다. 중요한 이유가 있나 보다, 내가 넷플릭스 작품을 하는 이유가 있나 보다 생각하는 것 같다. 인기를 떠나서 지금까지 넷플릭스에서 계속해서 좋은 작품을 시청자들에게 보내는 이유가 살짝 있는 거 아닐까 생각한다. 감사하다.
Q. 시청자들 사이에서 “‘종이의 집’에서 베를린이라는 캐릭터가 제일 눈길을 끌었고, 연기가 좋았다”라는 호평이 많다. 이런 반응들에 대한 소감 부탁한다.
A. 우선 너무 감사하다. 잘 봐주신 것 같다. ‘종이의 집’ 시즌1의 6부까지 베를린이 가지고 가야할 가장 큰 것은 ‘빌런’ 같은, 반발과 갈등을 일으키는 요소였다. 그렇게 갈등을 일으켜줘야 하는 요소를 잡으려면 주변 인물들이 그 인물을 가져와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많은 분들이, 인질들이나 강도단들이 나를 리더로 보고 공포심을 조성하게끔 만들어줘서 좋은 호평을 받은 것 같다. 혼자서 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었다.
Q. 베를린의 한국화에는 북한 사투리도 한 몫을 했다. 개성있는 캐릭터로 보이는 역할을 톡톡히 했다. 이를 준비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 궁금하다.
A. 베를린이 쓰는 사투리는 평양어이다. 작품 전부터 평양이 고향인 선생님을 만나서 작품 검수와 함께 처음부터 끝까지 대본을 계속 수정하고 상황에 맞는 어법으로 바꾸고 하면서 했다. 억양을 따라 하기 쉽지 않다. 실제 억양도 높낮이가 많지 않은 억양이라. 가장 좋았던 것은 선생님과 대화하면서, 어느 날인가 선생님의 살았던 이야기들, 공간에 대한 이야기, 인생에 대한 이야기를 듣다 보니까 문화적인 부분들이나, 생각하는 부분들을 느낄 수 있었고, 그런 걸 녹음해서 많은 듣기도 했다. 많은 공부가 됐다. 매 순간 녹음을 많이 해서 선생님께 들려드렸고, 억양을 많이 준다기보다 베를린의 성격과 같이 가되 중요한 부분에서의 어미처리는 신경 쓰려고 노력했다.
↑ 박해수 베를린 사진=넷플릭스 |
Q. ‘오징어 게임’에서는 통제를 받는 참가자 조상우 역할을 맡았지만, 이번에는 교수의 밑에서 현장을 통제하는 역할을 했다. 역할을 전환하는 것에 대한 어려움은 없었을까.
A. 현장 통제를 맡은 캐릭터가 베를린이지만, 베를린과 조상우의 비슷한 점이라고 한다면, 조상우 또한 하나의 가면을 쓰고 있다. 조상우는 알리(아누팜 트리파티 분)를 바라보는 선민사상도 있고, 자신이 갖고 있는 진실을 보지 않으려는 부분도 있다. 베를린 또한 친절함을 가장한 통제를 한다. 그 사람들을 바라봤을 때 베를린 또한 인질들을 바라보는 눈빛, 시선에서는 내가 만들고 싶었던 한 무리나 덩어리로 보려고 했다. 친절한 가면을 쓰고 있는 거다. 비슷한 점이 있어서 어렵다고는 생각해본 적 없다. ‘종이의 집’ 촬영할 때는 조상우라는 캐릭터는 벗었던 때라.
Q. 극 중 베를린과 도쿄와의 갈등이 시즌1에서 가장 두드러진 부분이다. 전종서와의 호흡은 어땠나.
A. 도쿄는 원작과 다른 세계에 있는 도쿄를 표현했다. 전종서만이 할 수 있는, 감독님께서, 작가님께서 빅픽처를 그리신 것 같다. 전종서가 똑똑하게 접근을 해줬다. 에너제틱한 배우인데도, 잔잔하게 강한 에너지를 가지고 들어왔다. 갈등이 있는 순간순간에서 나오는 본능적인 에너지는 너무 멋있었다. 그 부분에서 같이 기대면서 연기했다. 실제로 전종서가 가진 매력도 너무 많고 나보다 한참 동생이지만 재밌다.
Q. 교수, 베를린, 도쿄 등이 팀을 이끄는 모습이 나온다. 박해수 본인이 생각할 때 가장 잘맞는 리더는 누구인가.
A. 도쿄가 나하고 잘 맞는 리더인 것 같다. 서로서로 감시보다는 자유 위주로 행동할 수 있는 부분을 만들어주는 리더가 맞는 것 같다. 교수가 만약 리더였다면? 유지태 선배님이 가진 풍채 때문에 자연스럽게 압박이 오지 않았을까. (웃음) 목소리는 진짜 교수님인데 풍채와 아우라가 있어서 압박이 있을 것 같다. 도쿄와 나이로비(장윤주 분)가 팀을 이끌 때 자유스러움, 좋은 리더의 모습인 것 같다.
Q. 그렇다변 박해수 본인이 조폐국의 인질이 된다면 어떤 행동을 할 것 같은가.
A. 인질로 잡힌다면 기회를 노려야겠다. 발톱을 숨기고 있다가 지금이다 싶으면 재빠르게 움직여서 문 여는 버튼을 누를 거다. 행동할 것 같다. 국장(박명훈 분) 동지와 비슷하지 않을까.
Q. 베를린은 공포 정치를 하다 결국 도쿄와 나이로비한테 제압을 당했다. 현장에서도 압도감이 있었을 것 같은데, 당시 느낌이나 생각나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A. 홀로되는 시점이 있다. 논리적으로 공포 정치로 리더를 잡고 있다가 도쿄가 반발을 일으키고 나이로비가 편을 바꾸는 부분이 있었는데 속상했다. 그때 베를린으로서 당시에는 오래가지 않을 것 같았다. 크게 나에게 와닿아 보이지는 않았다. ‘어짜피 이 시간은 금방 갈 거다. 즐길 수 있을 때 즐겨라’는 마음이었다.
Q. ‘종이의 집’의 재미 포인트 중 하나는 교수의 계획대로 모든 것이 진행이 된다는 부분이었다. 실제 박해수는 계획파일지, 즉흥파일지 궁금하다. 또한 교수의 반전들을 처음 접했을 때 어떤 느낌이었을까.
A. 개인적으로는 즉흥파가 맞다. 웬만한 계획들을 세워서 하지 않는데 작품을 할 때는 한다. 박해수로서는 즉흥적으로 사는 걸 더 좋아한다. 또 대본으로 봤을 때는 원작을 봤기 때문에 ‘이거를 어떻게 표현할까?’에 대해 생각했다. 반전을 보고 놀라기보다는 ‘우리가 어떻게 표현해야 하나’에 더 집중했다.
Q. 만약 박해수가 강도단이 되어 나라의 이름을 정한다면, 어떤 걸로 하고 싶은가.
A. 도시 말고 나라 이름이라면, 대한민국이다. 이유는 자부심이 있어서. 빨리빨리 할 수 있어서 강도단이면. (웃음) 강도단의 우선 목적은 신속함 아닐까요? 우리 한국이 가진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도 ‘Hurry Up, Hurry Up’. 무엇을 털지에 대해서는 다를 수 있을 것 같다.
Q. 작품 속에 다양하고 매력적인 캐릭터들이 많이 나온다. 성별에 상관없이 해보고 싶은 역할이 있다면? 또 상황적으로 공감이 갔던 캐릭터는 누구일까.
A. 성별에 상관이 없다면, 욕을 먹을 것 같은데. 여러 캐릭터가 매력 있는데 국장 캐릭터도 매력있다. 국장 동지 캐릭터. 박명훈 선배가 잘 살리고 잘 연기해주셨는데 굉장히 해보고 싶은 매력이 있었다. 도쿄 역할도 굉장히 매력적이라고 생각한다. 차분하고 굵게 굵게 움직이는 걸 가지고, 어려우면서도 매력적이다. 절대 못할 거는 윤미선 캐릭터이다.
A. 베를린한테 제일 공감을 느끼려고 해서 그런지 베를린이 공감이 됐다. 나 말고는 국장 캐릭터 같다. 상황적으로 마음에 안 들고 혼자 살려고 하는 게 조상우 같기도 하고. (웃음)
Q. 김윤진과 강도단이 처음 마주한 장면도 인상깊다. 김윤진은 그 장면에서 너무 좋아 ‘대박’이라고 표현할 정도였다고. 실제 그 장면을 함께 연기해본 박해수의 소감은?
A. 김윤진 선배님 인터뷰를 보면서 감동을 느꼈다. 예전부터 할리우드 대표 배우로 자리매김하셨고 인터뷰 하는 과정에서 너무 감격하고 감동스럽다고 해주셔서 나는 정말 감사했다. ‘김윤진 선배님, 유지태 선배님과 이 자리에 있는 것도 영광이구나’ 했다. 두분이 없었다면, 지금의 K-콘텐츠도 어려웠을 거라는 생각이 들 만큼 김윤진 선배님께 너무 감사하다. 나랑 가장 처음 마주친 장면이라 그 촬영 전 며칠 전부터 기대했다. 나는 무장을 다 풀겠다고 해서 총을 빼고 가면을 벗은 채로 했다. ‘가면을 썼다가 벗을까요?’ 하다가 내가 완전히 무장을 해제했으면 좋겠다고 말해서 그렇게 만난 거다. 엄청 긴장이 많이 됐고 긴장을 숨기기 위한 긴장이 더 많이 되면서 에너지를 표출했다. 양쪽의 인질들이 관객처럼 보고 있는 채로 연기를 했는데 그 장면이 너무 좋았고 쫄깃쫄깃했다. 나에게는 인상이 많이 남는다.
Q. 시즌2도 기다리고 있다. 베를린과 작품의 어떤 점을 기대하면 좋을까.
A. 시즌1을 보면서 파트2가 기대가 돼서 너무 다행이다. 나도 너무 기대가 많이 된다. 내가 들은 바로는 시즌2가 더 재밌고 역동적이라고 한다. 편집해주시는 분들이 이야기해주셨다. 이 캐릭터들이 어떤 목적으로 가는지 조금씩 이야기가 나올 거다. 갈등이 더 증폭될 거고 경찰과 내부와 외부의 갈등도 더 심해질 거고 그런 것들을 많이 기대해주셔도 좋을 것 같고, 원작과 다른 스토리로 흘러가는 걸 더 기대해주셔도 좋을 것 같다. 베를린은 시즌2에서 더 폭주하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거다.
Q. 이번 베를린을 하면서 사명을 느꼈다고 했는데, 그 이유는 무엇일까.
A. 이전 작품들에서 도움이 됐던 것도 있고, 북한 분을 만나 수업받은 것도 많다. 대사 수업을 받은 것도 있다. 다른 무엇보다는 남북 관계, 분단, 난민, 전쟁 등에 대해 생각하면 마음이 아픈 걸 느꼈다. ‘내가 이런 것에서 연민을 느끼고 있구나’ 하는 마음이 있었고, 이런 것에 대해 경건하게 접근하고도 싶었다. 무대에서만 작품을 할 때, 방송, 영화하면서 입지를 넓히고 싶기도 한 이유기도 하고, 평양 극장에서 남자 주인공으로 서보고 싶다는 마음이 있었다. 사상이나 가치관이 다른 부분을 화합시키는 좋은 이야기, 좋은 문화나 공연이나 문화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큰 차이없이 감성을 공유하면 좀 더 빠르게 서로가 가치관이 만나지 않을까 하고. 정말 작은 소망이었다.
Q. ‘종이의 집’ 홍보 과정에서 유지태와 ‘패트와 매트’ 인생네컷을 패러디해 화제가 되고 있다. 촬영 비
A. 개인적으로 패트와 매트와 인생네컷은 모르고 시키는 걸 했을 뿐이다. 패트는 패트병인가 했고, 그때가 아기 매트를 구하는 시점이었다. 동생들이 패트와 매트라고 해서 ‘무슨 매트지?’ 했던 기억이 있다. 죄송하다. 이게 비하인드가 될 수 있을지 모르지만, 굉장히 귀엽더라. 지태 선배님이. (웃음)
[이남경 MBN스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