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희열. 사진|스타투데이DB |
유희열은 최근 잇단 표절 의혹에 휩싸이며 팬들을 실망 시켰다. 지난 14일 뉴에이지 피아니스트인 사카모토 류이치의 곡을 표절했다는 의혹을 시작으로 무려 네 곡이나 의혹의 시선을 받았다.
최초 의혹 제기 당시 유희열은 곡을 둘러싼 논란을 인정하고 사과했다. 유희열은 "'유희열의 생활음악' 프로젝트의 두 번째 트랙인 '아주 사적인 밤'과 사카모토 류이치의 '아쿠아(Aqua)'가 유사하다는 제보를 검토한 결과, 곡의 메인 테마가 충분히 유사하다는 데 동의하게 됐다"고 유사성을 인정했다.
유희열은 "긴 시간 가장 영향받고 존경한 뮤지션이기에 무의식 중에 기억 속에 남아 있던 유사한 진행 방식으로 곡을 쓰게 됐다"며 "발표 당시 나의 순수 창작물로 생각했지만 두 곡의 유사성은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충분히 살피지 못하고 많은 분들에게 실망을 드린 것에 대해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사과 후 조치가 이어지기도 채 전, 무려 세 곡의 표절 의혹이 추가로 제기됐다. 15일엔 피아노 작곡가 준조가 유튜브에 '이것도 표절일까요?’라는 제목으로 유희열의 '내가 켜지는 시간'과 사카모토(모리꼬네) '1900' 비교 영상을 게재하며 표절 의혹을 또 제기했다.
또 2013년 방송된 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자유로 가요제'에서 발표된 유희열의 '플리즈 돈트 고 마이 걸(Please Don’t Go My Girl)(Feat. 김조한)'과 그룹 퍼블릭 어나운스먼트의 '보디 범핀(Body Bumpin’)'의 유사성이 추가로 제기됐고, 20일엔 유희열이 작사, 작곡해 2002년 발매된 성시경의 곡 '해피 버스데이 투 유(Happy Birthday to You)가 1998년 일본 유명 록밴드 안전지대 멤버 겸 싱어송라이터 타마키 코지가 발표한 곡 'HAPPY BIRTHDAY ~愛が生まれた~'와 도입부 등이 유사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걷잡을 수 없이 계속된 의혹은 20일 사카모토 류이치 측이 "표절이라 볼 수 없다"는 공식입장을 내놓으며 일단 제동이 걸렸다. 류이치 사카모토 소셜 프로젝트 코리아를 운영하고 있는 잇뮤직크리에이티브 측은 "사카모토 류이치와 우리 직원들은 즉시 ‘유사성’을 확인했다. 그러나 두 곡의 유사성은 있지만 제 작품을 보호하기 위한 어떠한 법적 조치가 필요한 수준이라고 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
사카모토 류이치 역시 "모든 창작물은 기존의 예술에 영향을 받는다. (책임의 범위 안에서) 거기에 자신의 독창성을 5-10% 정도를 가미한다면 그것은 훌륭하고 감사한 일이다"라고 말했다. 또 "유희열 씨와 팬분들의 아낌없는 성원에 감사드린다. 유희열 씨의 새 앨범에 행운을 기하며 그에게 최고를 기원한다. 주저하지 말고 앞으로 나아가시길"이라고 덧붙이며 유희열의 앞날을 응원하기도 했다.
유희열 소속사 안테나 역시 공식입장을 내놨다. 안테나는 "내부 검토 결과 곡의 메인 테마가 충분히 유사하다는 점에 동의해 그 즉시 류이치 사카모토 선생님 측과 연락을 취했다. 15일 류이치 사카모토 선생님 측으로부터 회신을 받았고, '음악적인 분석 과정에서 볼 때, 멜로디와 코드 진행이 표절이라는 범주에 부합되지 않는다'라는 점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후속 논란이 된 ‘1900’ 곡에 대해서는 유희열님이 원래 알고 있던 곡이 아니었고, 유사성이 있다고 보긴 어려우나 다시 한번 논란의 대상이 되었기에 류이치 사카모토 선생님 측에 재차 상황을 전달드렸으며, 추후 이와 같은 상황이 재발하지 않도록 말씀드렸다. 류이치 사카모토 선생님께서는 현재 지속되고 있는 이 이슈가 더 이상 확산되기를 원치 않고 계신다"고 전했다.
안테나는 그러면서 "이번 일로 인하여 많은 분들께 실망감을 드리게 돼 진심으로 죄송하다. 다시 한번 배려와 따뜻함으로 너그럽게 이해해 주신 류이치 사카모토 선생님에게 감사와 사과의 말씀을 전한다. 안테나는 앞으로도 좋은 음악으로 보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 유희열. 사진|KBS |
하지만 어떤 결과가 나오더라도 '창작 뮤지션'으로서의 본질을 저버린 표절 시비에 수차례 휘말렸다는 것 자체가 유희열로서는 뼈아픈 일이다. 토이(TOY)로서 시대를 풍미하며 대중의 추앙을 받고, 14년째 자신의 이름을 걸고 국내 대표 음악 프로그램인 KBS2 '유희열의 스케치북' 진행자로 활동하면서 후배 뮤지션들의 무한한 존경을 받는 그이기에, 되돌아 온 여론의 질타는 뜨겁고 분위기는 싸늘하다.
뮤지션으로서의 명성에 오점이 남은 것은 어쩌면 부차적 문제. 더 큰 문제는 유희열의 음악에 신뢰에 금이 가버렸다는 점이다. 앞으로 발표될 그의 음악들은 아마도 꽤나 오랫동안 예의주시의 대상이 될 것이고, 수많은 매의 눈(시선)들 속 그의 창작 역량은 위축될 수 밖에 없다.
뒤숭숭한 분위기 속
[박세연 스타투데이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