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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밤 방송된 MBC '오은영 리포트-결혼 지옥'(이하 '오은영 리포트') 5회에서는 전라북도 정읍시에서 미용실을 운영하는 박향순, 한성훈 부부의 모습이 공개됐다.
두 사람은 결혼 11년차 연상연하 헤어디자이너 부부로, 24시간 껌딱지처럼 붙어지내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다정해보이는 모습도 잠시, 손님이 있는 자리에서도 고성과 욕설을 주고받아 충격을 안겼다. 남편은 아내 때문에 연고도 없는 정읍으로 내려와 외톨이가 됐다고 호소했고, 아내는 남편에 대한 신뢰가 깨졌다고 소리쳤다.
영상이 공개된 후 MC들은 할 말을 잃을 정도로 당황했다. 하하는 "방송에선 욕설이 묵음 처리가 되겠지만 저희가 듣고 놀랬다. 수위가 세다"고 당황스러움을 표현했다. 김응수도 "듣기 거북하다"며 불편함을 드러냈다.
이날 부부가 스튜디오에 출연했다. 아내 박향순 씨는 "남편이 원해서 나오게 됐다. 방송에 나갔을 때 사람들이 저한테만 뭐라하지 않을까 걱정했다"며 눈물을 흘렸다.
이에 김응수는 "지금 영상만 보면 다들 아내가 나쁘다고만 이야기들 할 것 같다. 왜냐하면 남편에게 거친 욕을 하시니까"라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먼저 남편의 이야기부터 공개됐다. 공개된 부부의 일상 영상 속 이른 아침 아내는 아이를 챙겼고, 그동안 남편이 집에서 문을 열고 바로 미용실로 나와 오픈 준비를 했다.
남편은 단골 아이 손님들을 위해 곰국까지 끓여주는 등 정감 있는 모습을 보였다. MC들은 "마음이 너무 따뜻하다"며 감탄했다.
아내가 손님의 머리를 다듬는 동안 남편은 아이를 케어하고 미용실 잡일을 도맡았다. 아내는 손님들이 있음에도 남편에게 연신 가시 돋힌 소리를 해댔다.
또 아내는 남편의 질문을 몇 번이나 일부러 무시하는 모습을 보였다. 남편이 손님의 머리를 다듬는 동안, 아내는 뒤에 앉아 남편을 향한 폭언을 다 들리도록 아무렇지 않게 내뱉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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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 한성훈 씨는 스튜디오에서 "아내에게 욕을 하지 말아달라고 말한 적 솔직히 많다"며 "와이프도 저에게 바란 것도 있고, 저도 그렇고. 24시간 같이 있다보니 변화가 있기 힘들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오은영 박사는 "감정 조절이 안 되는 사람은 대체로 여기저기서 감정 조절이 안 되는 편이다. 근데 아내 분은 아침에 아이들 깨울 때도 다정하고, 손님들과 다른 집 아이들한테도 굉장히 친절하다"며 "근데 유독 남편 분한테만 그런다. 그럼 이 분이 원래 화를 잘 내고 거친 사람인가, 그렇게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오 박사는 남편이 손님들 앞에서 창피함을 호소해도 아내가 욕설과 무시를 멈추지 않는 모습에서 일부러 이야기를 한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이건 굉장한 마음의 상처가 있을 때, 내가 너무 아프면 나한테 아픔을 준 사람에게 되갚아 주고 싶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에 아내는 "좀 그런 것도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오 박사는 아내가 남편과 결혼을 결심했던 이유를 질문했다. 아내는 "전 겁이 많고 좀 외톨이처럼 지냈는데, 이 사람은 자신감이 넘치는 게 좋아 보였다. 제가 얘기했을 때 경청해주는 모습이 좋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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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은 "연애하고 한 두세 달 후부터 약간의 욕설이 있었다. 그땐 어느정도 애교로 받아들었는데 같이 샵 운영을 하면서 욕설이 더 생겼다. 폭언을 시작한 가장 큰 계기는 정읍, 아내의 고향에 내려오고부터는 너무 심해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공개된 영상에서 남편은 아내에게 욕설을 자제해달라고 부탁했다. 그러자 아내는 "내가 처음부터 그랬냐"며 화를 냈다.
아내는 "내가 돈 없어서 울고 다닐 때 드론 사야 한다고 검색하고, 비트코인 한다고 핸드폰 보고 주식하느라 핸드폰 보고. 그래서 수익률이 좋았냐. 욕심만 많아서 이것 조금하고 저것 조금하고"라고 분노했다.
아내는 남편이 해명하자 "내가 도와줘야 한다고? 개소리 하지 마. 난 네 따까리가 아니니까 도움을 바라지 마라. 내 지금 하는 일만 해도 벅차다"며 "난 쪼들리고 이리 아끼고 저리 아끼고, 보일러 노즐 하나도"라며 폭발했다.
남편은 "난 우리 가족 다 버리고 정읍 내려왔다"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그렇게 둘의 대화는 전혀 이어지지 못했고, 남편은 결국 고성을 지르며 분노했다.
두 사람은 서울 원룸에 살며 맞벌이를 하다가 아이가 생기면서 육아를 이유로 정읍에 내려오게 됐다고 했다. 오 박사는 "정읍에 내려가는 건 남편도 동의를 하신 거냐"고 물었고, 남편은 "엄청 고민을 많이 하다가 아내 믿고 내려가보자 했다"고 답했다.
오 박사는 이에 "아내를 믿고 내려간다? 얼핏 들으면 맞는 말 같은데 자세히 들으면 '어...?' 하는, 저는 좀 그렇다"며 "서울에서 정읍으로 내려가는 게 결혼, 육아에 있어 합리적이라 생각해서 아내가 제안한 거 아니었냐"고 물었다.
이어 "그럼 누굴 믿고 안 믿고의 문제가 아니라 같이 의논해서, 아이를 키울 수 있는 가장 괜찮은 환경으로 결정이 나야되는 부분 아닌가"하며 남편에게 의아했던 부분을 되물었다.
이에 남편은 "솔직히 말씀드리면 아내는 그 전부터 아이를 가질 생각이 없었다. 근데 임신을 하게 된 거고, 아내가 정읍에 내려가자 했을 때 난 싫다고 했는데, 아내가 그럼 아기를 안 낳겠다고 했다. 그게 협박으로 느껴지기도 했고 고민을 많이 했다. 그래서 정읍에 가기로 했다"고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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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미용실엔 아내의 친구가 등장, 두 사람에게 도움을 주고 싶어했다. 아내 친구는 남편에 "성훈 씨가 나이가 3살 어리잖냐. 그래서 주도권을 아내가 가지고 있어서 싸우는 것 아니냐"고 물었다.
남편은 "남자로선 자신감, 자존감도 필요한데, 아내는 어찌 보면 도를 지나쳤다는 느낌이 있다"고 말했다. 이에 아내는 "지랄하네"라고 말했다.
아내는 "내가 처음부터 그러진 않았다. 처음부터 사람들 앞에서 그러지 않았다"고 말했고, 아내 친구는 이 사실을 인정했다.
아내는 "부부 상담받고 나서도 또다시 돌아가더라"며 방송에 대한 기대감이 낮다고 말했다. 그는 "나도 지금 한계다. 체력은 저하되고 이제 나도 맞추고 싶지 않은 거다. 난 (남편의) 하인이 아니니까"라고 말했다.
아내는 두 아이를 낳은 후 산후조리를 해본 적 없었다고 밝혔다. 자신이 일하지 않는 동안 남편이 미용실을 제대로 볼 수 없다고 생각해서였다.
그는 "퇴원하자마자 와서 일했다. 제왕절개로 낳아서 실밥 빼고 와서 바로 일했다"고 말해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아내는 "두꺼비 손 되고, 대상포진 와도 약 먹고 일했다. 이 악물고 살았는데 다 나쁜소리만 듣는 것 같다"고 털어놨다.
아내는 "그??가 부부싸움을 절정으로 많이 했을 때다. 그때 남편이 싸우고나서 집을 나갔던 적이 몇번 있는데, 3년 정도, 싸우고 자리를 비웠을 때 아기까지 데리고 나가더라"고 말했다.
이어 "제가 무릎 꿇고 빌면 안 데리고 나가겠다고 해서 무릎을 꿇었는데 결국 아기까지 데리고 가더라. 아이도 뺏어가는 것 같고, 배신감이 들었다. 버려진 느낌도 들었다"며 눈물을 닦았다.
이에 남편은 "그때 되게 크게 싸웠다. 제 짐이랑 아들 짐이랑 다 던져버리고 나가라고 했었다"며 "실망감이 컸다. 아예 끝이구나 해서 데리고 나간 것도 사실"이라 해명했다.
남편은 "전 그때 대화할 사람이 없었다. 저도 스트레스 받고 힘든 시기였는데. 전 서울에 있던 거 다 포기하고 여기 내려왔는데 아내에게 쫓겨났단 생각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아내는 두 사람의 집과 미용실 건물이 자신의 명의로 돼있다고 밝히며, "남편이 자기 명의가 아니라며 공동 명의로 계속 해달라고 하더라"고 전했다.
이어 아내는 "소규모 땅인데다 대출과 친정에 빌린 돈이 대부분인데, 그걸 소유권을 공동 명의로 해야 된다고 하니까 제가 봤을 땐 너무 말이 안 됐다. 당시 대부분 재산이 제 명의로 돼있었다. (남편이) 자기는 이 집에서 어떤 역할이냐, 이런 말을 진짜 많이 했다"며 "소유권 문제로 변하는 남편의 태도가 너무 보기 싫었다"고 토로했다.
아내는 "정읍에 내려왔을 땐 혼인신고를 한 상태여서 어차피 부부로서 취득한 재산이니 명의는 상관없다고 말했는데, 남편은 되게 불안해 했다. 그리고 주변에서 (남편에게) '너는 데릴사위야? 하인이야?' 이러면 굉장히 예민해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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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두 분이 결국 이혼하더라도 두 분 내면의 성숙과 성장 없이 그냥 이혼하면 그 후의 삶이 굉장히 힘들고 상처가 크다. 이혼하시란 얘기가 아니라, 두 분 관계의 갈등은 본인 자신을 위해서도 개선돼야 한다. 나 자신을 위해서 그런다고 생각하셔야 한다"고 조언했다.
오 박사는 "제일 중요한 건 나의 어떤 면 때문에 상대가 이렇게 반응했을 때 내 분노 버튼이 눌러지는지 알아야 한다. 나에 대해 알지 못하면 맨날 상대 탓하고 싸운다"며 "정말 이혼할 거 아니라면 갈등이 있을 땐 상대의 어떤 면을 고치려기보다는 나를 알아차리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아내에게 "정말 또순이다. 생활력이 강하고 뭐든 제대로 해내려고 한다. 사실 내면의 에너지가 많은 분이다. 그런데, 정서적 지지가 없을 때 가장 큰 갈등을 느낀다. 아내가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는 대상이 마음의 의지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할 때 감정적 통제력을 잃으시는 것 같다. 그래서 욕을 하시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오 박사는 남편에겐 "순한 분이다. 드세진 않다. 근데 자기중심적이시다"라고 일침을 가했다. 이어 "남편이 여유롭게 편안했을 땐 아내에게 의지 대상이 되어줬을 거다. 근데 남편이 흔들리게 되면 아내의 의지 대상이 돼주지 못하고, 남편은 더 상황을 자기중심적으로 바라보고. 그래서 정서적 지지가 필요한 아내와 자기중심적인 남편이 살아가고 있어서 갈등이 극대화된 것"이라 설명했다.
오 박사는 조심스럽게 가느다란 빛을 봤다면서, "남편이 화를 안 내고 잘 받아들인다. 두 분이 있을 때도 이게 좀 되면 훨씬 나을텐데, 두 분만 있을 땐 화를 참는 게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오 박사는 대화의 회복을 위해 먼저 해야 할 일은 "꺼내기 싫은 옛날 이야기를 실컷 하셔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하는 "누군가 먼저 옛날 이야기를 꺼냈을 때 한 사람은 무조건 들어주는 약속이 돼있어야겠다"고 짚었고, 오 박사는 "너무 중요한 얘기다. 그래야 한다"고 말했다.
오 박사는 "두 분에게 필요한 건 경청이다. 그 말이 옳아서, 동의해서가 아니라 그냥 끝까지 들어줘야 한다. 어느 정도 말을 하고 나면 자, 이제 당신이 말해보라 할 때까지 끝까지 입을 꿰매고 채워야 한다. 쉽지 않다. 어떻게 하냐면, 입술을 물어라"고 특급 처방을 내렸다. 상대의 말을 끊지 않고 끝까지 듣기 위해, 말하고 싶어도 입술을 물며 참아보라는 것.
이에 남편은 "말씀하신대로 이야기를 다 들어주면 끝이 없을 것 같다"고 불만을 표했다. 그러자 오 박사는 "맺혀있는 옛날 이야기가 충분히 되고 나면 그 다음에 그 그릇에 좋은 이야기를 쌓기가 더 좋을 거다. 맺혀있는 옛 이야기가 담겨있으면 조금이라도 건드려지면 걷잡을 수 없다"고 조언했다.
오 박사는 욕하는 아내에겐 "
남편도 반성의 기미를 보였다. 그는 "깜짝 놀랐던 게 아내와 제가 얘기하는 영상에서 제가 표정이 인상 쓰고 억양이 높아지더라"며 "나 자신부터 바꿔야겠단 생각을 먼저 하게 됐다"고 말했다.
[박새롬 스타투데이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