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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강호가 일본 거장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한국 연출작 `브로커`에 출연하게 된 계기를 밝혔다. 사진|써브라임에이전시 |
제75회 칸 국제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을 받은 배우 송강호(55)는 “안전한 방법을 선택하지 않고 도전하고 싶고 새로움을 창조하고 싶다”며 앞으로도 연기든, 이야기든 새로움을 줄 수 있는 작품으로 관객들과 꾸준히 소통하고 싶다고 했다.
영화 ‘브로커’는 베이비 박스를 둘러싸고 관계를 맺게 된 이들의 예기치 못한 특별한 여정을 그린, 일본의 거장 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첫 한국 영화 연출작이다. 송강호는 극 중 아이를 키울 적임자를 찾는 자칭 선의의 브로커 상현 역을 맡아 열연했다.
송강호는 ‘브로커’ 출연 계기를 묻자 “고레에다 감독님은 지난 2007년 영화 ‘밀양’으로 칸영화제에 다녀온 해에 부산 국제영화제에서 봤다. 엘리베이터 앞에서 만나 잠시 인사를 나눴다. 이전부터 감독님의 작품을 감동적으로 봤던 상태에서 만나 기억에 남는다. 지금으로부터 한 6~7년 전쯤 고레에다 감독님과 정식으로 미팅했다. 그때는 ‘브로커’가 아니라 ‘요람’이라는 제목으로 이야기를 나눴다. 감독님이 당장 들어갈 영화는 아니지만 언젠가는 꼭 하자고 하셨던 게 시작이었다”고 말했다.
세탁소를 운영하는 상현 캐릭터를 위해 바느질도 열심히 배우고 연습한 그이지만, 상현의 전사에 대해서는 크게 생각하지 않았단다.
그는 “상현의 전사가 짐작은 되지만, 그 자체가 궁금하다거나 알고 싶다는 생각은 없었다. 상현이란 인물은 신비롭게 다가가고 싶었다. 상현의 마음을 정확하게 표현하고 정확하게 알고 싶지는 않았다”며 “등장도 퇴장도 알 수 없는 캐릭터가 되길 바랐다. 그래서 오히려 관객들이 더 많은 생각을 할 수 있고 상현이란 인물을 통해 이야기하고 싶은 메시지가 선명해지길 원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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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강호가 '브로커'에서 호흡을 맞춘 배우들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사진|써브라임에이전시 |
앞서 고레에다 감독은 송강호가 현장에서 많은 도움을 줬다며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이에 송강호는 “너무 민망하고 부끄럽다. 도움 드린 것도 없다. 단지 우리말의 어감이나 미묘한 차이만 놓칠 수 있으니까 조심스럽게 말씀드렸는데 크게 와닿았나 보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다른 배우들 건 말씀드리지 못하고 제가 나온 장면만 말씀드렸는데 민망하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그러면서 고레에다 감독에 대해 “처음 만났을 때부터 인상적이었다. 첫 번째로 드는 생각이 인격적으로 깊이와 어마어마한 철학으로 무장된 덕장이구나 싶었다. 배우들과 스태프들 말에 귀를 기울이고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소통하는 것에 놀라웠고 어떤 권위 의식도 없어서 놀라웠다. 정말 친구처럼 행복하게 작업했다”고 귀띔했다.
송강호는 ‘브로커’에서 함께 작업한 배우들에 진한 애정을 드러냈다. 송강호는 소영 역의 이지은(아이유)에 대해 “사실 제가 노래는 잘 모른다. 근데 배우로서 워낙 팬이었다. ‘나의 아저씨’ 이전에도 ‘최고다 이순신’을 보면서 어떻게 노래도 잘하는데 연기까지 잘하는지 대단한 사람이라는 생각을 했다. 같이 작업하게 돼서 제가 더 영광”이라며 “앞으로 더 대성할 것 같다. 자기 일에 대한 사랑과 열정, 태도가 선배로서 봐도 대견스러울 뿐 아니라 오히려 배울 점이 많다고 생각한다. 한국 영화계를 대표하는 배우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또 영화 ‘의형제’ 이후 오랜만에 재회한 강동원에 대해서는 “생김새와 다르게 인간적이고 소탈하다. 생긴 건 피 한 방울 안 나올 것 같은 조각 같은 미모지만, 실상은 된장 뚝배기 같은 친구”라며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너무 재밌어 시간 가는 줄 모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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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강호가 올해 칸 국제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을 받은 소감을 밝혔다. 사진|써브라임에이전시 |
영화 ‘복수는 나의 것’ ‘괴물’ ‘마약왕’ ‘브로커’까지 네 번째 호흡을 맞춘 배두나에 대해서는 “저와 제일 많이 작품을 한 여배우다. 이번이 네 번째”라며 “베테랑이 가진 노련함은 아주 감탄할 정도다. 완전 깜짝 놀랐는데 훌륭한 연기를 보여주지 않았나 싶다”고 칭찬했다.
또 이주영에 대해서도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매력과 배우로서 가진 잠재력이 점점 깊어간다. 누구보다 훌륭한 매력이 있는 배우”라고 이야기했다.
송강호는 지난달 열린 칸 국제영화제에서 ‘브로커’로 한국 배우 최초로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영화 ‘밀양’에서 함께한 전도연의 여우주연상, ‘박쥐’의 박찬욱 감독의 심사위원상, ‘기생충’ 봉준호 감독의 황금종려상까지 칸영화제와 남다른 인연을 이어온 송강호는 ‘브로커’로 드디어 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그는 수상 소회를 묻자 “너무 영광스러운 순간이었다. 기쁘다 이런 감정보다는 ‘브로커’ 팀과 같이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잊지 못할 순간이었다. 그리고 ‘헤어질 결심’의 박찬욱 감독님도 박해일도 있었고 두루두루 행복했던 순간이었다”고 돌아봤다.
그러면서 “영화제 출품이나 상을 받기 위해 연기하는 사람은 없다. 영화라는 작업은 정말 관객들과 소통이 가장 중요한 작업이다. 좋은 작품으로 관객과 소통하는 것이 유일한 목표다. 영광스럽지만 상이 목표가 될 수 없다. 전도연의 여우주연상, 박찬욱 감독의 상,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까지 영광스러운 순간을 같이 나눴지만 어떤 목표를 가지고 간 건 아니다. 배우로서 영광스럽지만, 앞으로도 그 이전과 이후가 달라질 건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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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강호가 한국의 거장 감독들이 자신을 찾는 이유에 대해 언급했다. 사진|써브라임에이전시 |
송강호는 봉준호 박찬욱 이창동 김지운 등 대한민국에서 최고로 꼽히는 감독과 작업해왔다. 그는 감독들이 자신을 찾는 이유를 묻자 “잘생기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능청스레 말했다.
그는 “이런 질문을 몇 번 받아서 생각을 해봤는데, 가장 평범하게 보이는 사람이라 조금 쉽게 찾아주지 않나 생각이 든다. 영화라는 게 우리의 삶과, 이웃, 사람을 표현하고 연구하는 직업이고 작업이다. 평범하게 생긴 사람을 통해 이야기하고 싶지 않았나 싶다. 저는 굉장히 운이 좋은 배우다. 훌륭한 분들과 동지로 영화 작업할 수 있다는 게 배우로서 큰 행운이고 축복”이라며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브로커’는 일본 감독, 한국 배우 등 국적이라는 개념을 떠나 존경하고 좋아하는 감독, 배우들과 잊지 못할 작품을 관객에게 소개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의미
[양소영 스타투데이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