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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탄소년단. 사진|빅히트 뮤직 |
그룹 방탄소년단(BTS) 리더 RM(본명 김남준)이 자신의 '고백'이 가져온 엄청난 폭풍에 대해 되돌아보며 다시 한 번 허심탄회한 속내를 꺼내놨다.
RM은 지난 16일 공식 위버스에 장문의 글을 올리고 이틀 전인 14일 밤 유튜브 채널 '방탄TV'(BANGTANTV)를 통해 공개한 '찐 방탄회식' 영상 이후 쏟아진 해체설 등 여러 반응에 대한 생각을 털어놨다.
"방송이 나가고 데뷔 이래 가장 많은 연락을 받았다"고 운을 뗀 RM은 "보내주신 캡쳐들과 기사 제목들을 보니 해체라던가 활동 중단 선언 등의 자극적이고 단면적인 키워드들이 참 많더라. 이럴 줄 몰랐던 것도 아니고, 각오하지 않은 것도 아니지만 역시나 참 씁쓸하다. 저희가 울고 짜는 방송까지 풀로 시청해 주시고 의견을 남겨주시길 바라는 것도 아니었지만"이라고 적었다.
RM의 말마따나 '찐 방탄회식'이 가져온 파장은 거의 지구촌 '지진' 급이었다.
해당 영상에서 RM을 비롯해 멤버들은 쉼 없는 활동으로 개인이 성장할 시간과 기회를 놓쳤으며, 그로 인해 "방향성을 잃었다"는 고백과 함께 "방탄소년단이라는 팀을 오랫동안 하고 싶기 때문"에 멤버 개인이 숙성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판단, 당분간 개인 활동에 치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영상에서 멤버들이 해체가 아니라고 직접적으로 밝히기도 했지만 시장 충격은 컸다. 2013년 데뷔 후 9년 동안 팀으로서의 활동으로 대중 앞에 섰던 방탄소년단이 쌓아올린 성과가 국내는 물론 글로벌 음악 시장에서도 독보적이었기 때문에, 영상 공개 후 AP 통신, 워싱턴포스트(WP), 뉴욕타임스, CNN, BBC 등 다수 외신은 충격적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BBC는 "방탄소년단이 그룹 해체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엄청난 팬들을 거느리며 최전성기를 누리는 상황을 고려하면 K팝을 넘어 세계 가요계와 대중문화 분야에 큰 파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또 워싱턴포스트는 “한국의 보이 밴드 BTS가 데뷔 9주년을 기념하며 충격적인 발표를 했다”며 “방탄소년단은 2013년 등장 이후 영향력 그 자체였다”고 보도했다.
멤버들의 군 입대 문제 관련 불확실성(사실상 릴레이 입대 가능성이 가장 높다)이 커지면서 단체 활동 재개 시점이 수 년 뒤가 될 것이란 전망과 함께 일각에서는 사실상 해체 수순을 밟는 게 아니냐는 의견도 대두됐다. 이미 글로벌 아티스트 반열에 든 방탄소년단이지만 '단체 활동 잠정 중단'이라는 워딩이 재생산되면서 이들의 그룹으로서의 수명도 K팝 아이돌 그룹의 그것으로 한정되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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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탄소년단. 사진|빅히트 뮤직 |
멤버 정국 역시 같은 날 브이앱 라이브 방송을 통해 "우리는 해체할 생각 없다. 앞으로 단체로 스케줄 할 것 많이 남았다. 그리고 앞으로도 꾸준히 생길 예정이고,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걱정 안 하셔도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오해하시는 분들이 있을까봐, 저희는 해체 안 한다. 활동 중단 아니다. 저희 달방('달려라 방탄'이라는 자체 제작 콘텐츠)도 계속 찍을 것"이라 놀란 팬들을 안심시켰다.
그리고 '찐 방탄회식'에서 가장 많은 속내를 털어놓은 RM은 자신의 말이 불러온 '일파만파'에 대해 조목조목 설명했다. RM은 "이 정서는 그동안 인터뷰에서 수십 수백 번도 더 받았던 질문이지만 참 무어라 말 몇마디로 형언하기가 어렵고 힘이 든다"며 "그 특별함을 아무런 댓가 없이 여태 교감해온 모든 팬분들께 하고싶은 고백이자 고해성사였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영상을 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옛 투 컴'(Yet To Come)이라는 노래 제목이 시사하듯 저희가 진실로 말하고 싶었던 것은 절대로 지금이 끝이 아니라는 사실이었다"고 강조했다.
RM은 특히 "제가 오열하는 장면만 캡쳐가 되고 계속 재확산이 돼서 역시나 괜한 객기를 부렸나 싶은 생각도 든다. 솔직하고 싶은 용기는 역시 언제나 불필요한 오해와 화를 부르는 것 같다"고 털어놓으며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저희는 사실 2인데 1로 돌려말한 것이 아니다. 1을 1로써 얘기하고 그 과정에 있었던 모든 정서들을 용기와 눈물로 공유하고 싶었을 뿐"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희를 아는 아미분들이라면 너른 이해를 해주실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영상에서 저희가 말한 게 전부다"라고 일각에서 불거진 해체설을 강한 어조로 부인했다.
하이브 측의 "해체가 아니"라는 명확한 워딩에 멤버들의 입장까지 더해지면서 방탄소년단 해체설은 하루 만에 잠재워졌다. 특히 팀 활동이 중단되는 게 아니라는 사실은 17일 방탄소년단이 '2030 부산세계박람회'(월드엑스포) 홍보대사로 참여한다는 소식까지 더해지면서 보다 확실해졌다. 하지만 이들이 '옛 투 컴'을 기점으로 잠시 그룹으로서의 음악을 내놓는 것을 중단한다는 것 또한 분명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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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탄소년단. 사진|빅히트 뮤직 |
그럼에도 불구하고, 방탄소년단은 왜 '찐 방탄회식'에서 이같은 발언을 해 '워딩'을 남김으로써 일종의 '공식화'를 해버린 걸까. 그 이유는 아마도 "영상에서 저희가 말한 게 전부"라고 했던 RM의 심경문 그 자체인지도 모르겠다.
데뷔 9주년 시기에 새 앨범으로 돌아오는 이들이, "팬들에게 이런 말을 하는 것조차 미안하다"고 할 정도로 느끼는 일종의 '죄책감' 때문에 꽁꽁 숨겨 왔었지만, 하지만 진짜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일곱 멤버가 함께 모이는 것으로는 어쩌면 당분간 마지막이 될 지 모를 데뷔 기념일을 맞아 과감하게 꺼내놓은 것이다. 아미는 이해해 줄 것이라는 아주 강력한 믿음으로 말이다.
새삼스럽지만, 방탄소년단의 지난 여정은 말도 안 되게 강렬한 빛과 그림자가 공존한 시간이었다. 9년 전, 그저 음악이 좋아서 시작한 이 길에서 상상 이상의 엄청난 사랑을 받았지만,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크고 또 그만큼 무거운 책임감이 부여되는 상황들의 연속에서 스스로를 통제하지 못한 채 그저 물길 따라 흘러가는 대로만 흘러갔던 지난 2년은, 아이러니하게도 방탄소년단이 글로벌 음악 시장에서 최고의 확장을 보여준 시간이었다.
팬들에게는 그들의 음악으로 자기 자신의, 자아의 소중함을 깨닫자는 메시지를 전했지만 정작 그들 스스로는 자아를 잃어버려간 아이러니하고도 이율배반적인 상황 속, 방탄소년단으로서 계속 나아가기 위해서는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것에 동의한 멤버들은 어쩌면 가장 적절한 타이밍에 팬들에게 이같은 속내를 털어놨다. 적어도 팬들에겐 이러한 마음을 숨긴 채 계속 갈 수 없었기에, 그간 전하지 못했던 하지만 언젠가 한 번은 꼭 했어야 할 진심을 아주 진솔하고도 용기있게 전한 것이다.
다만, 단지 이들이 몸 담은 그릇(하이브)이 상장사가 된 이상, 그 발언이 가져올 파장과 후폭풍은 이들이 예상했던 것 이상으로 거셌던 것이고, 그 결과만 놓고 보면 한편으론 참으로 무모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털고 갈 수 밖에 없었고, 그렇게 털어놓고 가는 게 가장 방탄소년단다운 선택인 것 또한 사실이다.
"솔직하고 싶은 용기는 역시 언제나 불필요한 오해와 화를 부
[박세연 스타투데이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