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첫 한국 영화 연출작 `브로커` 개봉을 앞두고 "기대 반 설렘 반"이라고 말했다. 사진|CJ ENM |
‘어느 가족’(2018)으로 칸 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을 탄 일본 거장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60)이 영화 ‘브로커’로 첫 한국 영화를 연출했다.
지난달 열린 제75회 칸국제영화제 경쟁 진출작이기도 한 영화 ‘브로커’는 베이비 박스를 둘러싸고 관계를 맺게 된 이들의 예기치 못한 특별한 여정을 그린다. 칸에서 남우주연상을 거머쥔 송강호를 비롯해 강동원 이지은 배두나 등 국내 간판 배우들이 대거 출연했다.
개봉 전 인터뷰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개봉을 앞두고 기대 반, 불안 반 이런 심정이다. 송강호를 비롯해 이번에 영화를 함께 만들었던 배우들과 칸 일정도 같이 했고, 국내 언론 시사도 함께 해서 그런 시간은 즐기고 있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송강호가 남우주연상을 탄 건 진심으로 기뻤다. 저뿐만 아니라 함께 이 영화를 참여한 분들과 그 칸에 함께하지 못한 분들도 같은 마음일 것”이라며 “감독이란 게 내가 칭찬받으면 빈말이 아닌가 의심하게 된다. 난 의심이 많다. 그런데 배우가 칭찬받았을 때는 기쁘다. 이번 작품을 위해서 송강호 남우주연상은 최고의 상”이라며 기뻐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한국 영화 연출 소감을 묻자 “프랑스에서 영화 ‘파비안느에 관한 진실'(2019)을 찍을 때 프랑스 영화를 연출하고 있다는 걸 특별히 의식하고 만들지 않았다. 내가 좋아하는 배우들과 언어는 다르지만, 함께 만들고 있다는 감각으로 임했다. 일본이든 프랑스든 변화가 없다. 한국 영화라 이렇게 찍어야지 따로 갖고 임했던 건 아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한국에서 나고 자란 게 아니라 모르는 게 많다. 시나리오 작업할 때 베이비 박스 소재를 다루는 만큼 주변 취재를 많이 했다. 스태프분들과 함께 시간과 공을 들여서 여러 견해, 입장을 수렴하며 작업해나갔다. 한국 관객이 봤을 때 위화감 없게 글과 주제를 다루는 것에 대해서 평소 이상으로 공을 들였다”고 말했다.
↑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브로커`의 웃음 포인트와 혹평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사진|CJ ENM |
‘브로커’는 감독의 전작보다 웃음 코드가 많고, 더 따뜻한 느낌을 준다. 대사와 상황으로 소소하게 웃음을 주는 신들이 곳곳에 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저도 조금 웃을 수 있는 포인트가 많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아이를 버린 엄마와 아이를 팔려고 하는 남자들의 이야기인데, 심각한 소재고 심각한 여정이 될 거라고 예상하면서 보게 된다. 수진(배두나 분) 형사가 느낀 것처럼, 보는 관객도 그런 인상을 갖고 영화를 시작하고 들여다본다. 그런데 가까이 다가서면 굉장히 시시한 이야기를 하고 있고 웃긴 상황도 있다. 그 반전이 재밌지 않을까 싶었다. 송강호는 소소한 웃음을 잘 살리는 배우라 그런 부분을 늘리고 싶다는 마음으로 의식적으로 작업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칸 영화제에서 ‘브로커’가 베일을 벗은 후 “아기 유괴범을 사랑스러운 도적으로 바꾸려는 순진한 태도를 보여준다”는 외신의 혹평이 나오기도 했다.
이에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어느 가족’ 때도 좀도둑과 생활할 수 있을까 비판을 많이 받았다. 그런 의견에 대해서 신경은 안 쓰고 있다. 평소에도 그렇지만 흑백이 또렷이 잡히는 영화를 만들지 않는다. 의도적으로 그라데이션으로 이 세계를 묘사하고 싶다는 생각이 있다”고 말했다.
계속해서 “아이를 팔려고 하는 인물들을 보면 은은한 흰색을 띠고, 반대로 범인을 체포하는 정의로움을 등에 업은 형사 쪽은 편견이 있다. 양쪽이 뒤섞이면서 어느 순간 마지막에는 반전을 이루고 함께 아이를 둘러싸는 형태를 생각했다. 관객이 흑백이라고 생각한 대로 묘사되지 않았다고 하면 논란이 있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칸 영화제에서 박찬욱 감독의 수상 당시 `눈물`을 해명했다. 사진|CJ ENM |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함께 칸 영화제 경쟁 부문에 오른 영화 ‘헤어질 결심’의 박찬욱 감독이 감독상을 받고 소감을 말할 당시 눈물을 닦는 듯한 모습이 포착돼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그는 “사실대로 말씀드리면 재미없을 텐데”라며 너스레를 떤 뒤 “박찬욱 감독님과는 나이도 같고, 과거 내 작품 ‘아무도 모른다’의 배우가 칸에서 주연상을 받을 때 감독님은 ‘올드보이’로 수상했다. 신비한 경험이었다. 이번에 감독님이 단상 위에서 수상 소감을 말했을 때 동시통역을 듣고 있었는데, 코로나 상황을 극복하고 오랜만에 영화인들이 함께하고 통상적인 영화제가 개최되는 것에 대해 다 같이 기뻐할 수 있는 상황과 수상 소감 내용이 감동적이었다. 그런데 그때 눈물을 흘렸던 건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극장 자체가 굉장히 더웠다. 턱시도 입고 있어서 땀이 흐르고 있었다. 제가 가지고 있던 물티슈로 땀을 닦으면 체감 온도가 3도 내려간다. 상기된 얼굴을 닦고 있던 건데 공교롭게도 박찬욱 수상 소감 타이밍과 맞아떨어졌다. 이 제품을 광고하기 위해 가져온 건 아니다. 워낙 질문을 많이 해서 설명해드리기 위해 가져왔다. 수상 소감에 감동을 받은 건 사실”이라며 직접 물티슈를 보여줘 웃음을 자아냈다.
“이번에도 감독으로서 작업은 똑같았죠. 국적으로 영화가 논의되는 부분은 잘 와 닿지 않아요. 칸 영화제는 올림픽이 아니에요. 깃발을 들고 입장하지 않아요. 그게 영화의 재미있는 부분이에요. 국경을 뛰어넘을
[양소영 스타투데이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