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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해는 자가용 대신 지하철을 타고 다녔다. 사진|KBS |
30년 넘게 매 주 일요일 낮 12시 10분에 '딩동댕' 시그널과 함께 울려 퍼지던 송해의 우렁찬 목소리를 이제 정말 더 이상 들을 수 없게 됐다. 현역 최고령 방송인, 진정한 '국민MC'였던 송해의 시간이 2022년 6월 8일 결국 멈췄다.
경찰과 의료계에 따르면 송해는 이날 오전 서울 강남 자택에서 별세했다. 송해는 올 들어 1월과 5월 건강 이상으로 병원에 입원했으며, 3월에는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에 확진돼 치료 받는 등 건강상의 어려움을 겪다 95세를 일기로 영면했다. 대한민국방송코미디언협회에 따르면 고인의 빈소는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되며, 장례는 코미디언협회 희극인장으로 치러진다. 발인은 10일 오전 5시, 장지는 대구 달성군 옥포리다. 달성군은 먼저 간 부인 석옥이 여사의 고향으로, 석 여사가 영면한 곳이다.
송해는 1927년 4월 27일 황해도 재령에서 태어났다. 1950년 6.25 발발 후 북에 어머니와 여동생을 두고 혈혈단신으로 남하, 1955년 창공악극단을 통해 데뷔해 66년 동안 연예계 현역으로 활동해 온 대표적인 실향민 방송인이다.
대표적인 프로그램은 국내 최장수 프로그램인 KBS1 '전국노래자랑'이다. 그는 초대 MC 이한필을 시작으로 이상용, 고광수 아나운서, 최선규 아나운서 등에 이어 1988년 5월부터 35년 간 '전국노래자랑' MC를 맡아왔다. 코로나 이전까지 전국 지역을 돌며 출연자, 관객들과 호흡하며 웃음과 감동을 선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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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해. 사진|스타투데이DB |
항상 호방하게 웃고, 단단해보였던 송해였지만 이따금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지난 2015년 '송해쇼-영원한 유랑청춘' 기자회견에서도 그는 "언제까지 할 거냐고 묻는 분들이 있는데, 미지수다. 제가 혈혈단신 남쪽으로 와서 지금까지 살면서 3년 계획을 세워보지 못했다. 평생 비정규직이 우리들(방송)이다"며 울먹였다.
그는 "방송 일을 하는 사람들은 개편 때면 피가 마른다. 언제 나가야 될지 모른다. 그래도 난 '전국노래자랑'을 30년 넘게 했으니 행복한 편이다. 고생하는 분들이 비일비재 하다. 때문에 스스로 인내해서 꿈과 희망을 찾아야 한다. 난 무대에서 쓰러질 그날까지 그저 내 이야기를 전하는 게 사명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2015년에는 KBS2 예능 프로그램 '나를 돌아봐'를 통해 부인 고(故) 석옥이 여사와 63년 만에 결혼식을 올려 화제가 됐다. '전국노래자랑' 악단의 연주에 맞춰 버진로드를 걸은 두 사람은 60여 년 해로를 떠올리며 복받치는 감정에 끝내 눈물을 흘려 시청자에 뭉클한 감동을 안겼다. 하지만 그로부터 불과 3년 뒤인 2018년 1월, 송해는 아내를 지병으로 떠나보내고 홀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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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해. 사진|스타투데이DB |
소박한 일상은 '전국노래자랑'에서 남녀노소 서민들과 두루 어우러진 비결이기도 했다. 송해는 종로의 단골 '이천원 국밥집'을 비롯해 4000원짜리 이발을 하고, 걷다가 붕어빵을 사먹고, 대중목욕탕에서 시민들을 만나는 등 검소하고 소탈한 일상으로 유명했다.
지난해 11월에는 자신의 삶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 ‘송해 1927’(감독 윤재호) 언론시사회를 통해 모처럼 공식석상에 나서기도 했다. 당시 송해는 젊은 나이에 떠나보낸 아들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놓는가 하면, 낭떠러지에서 극단적인 시도를 했던 경험 이후 다시 삶의 희망을 찾고 대중과 호흡하며 지내온 지난 시간의 소회를 떠올리며 눈물을 보였다. 또 "영원한 오빠로 불리는 게 좋다"며 천생 '딴따라'다운 면모를 보였다.
그는 자신의 다짐대로, 90세를 넘어서까지 '전국노래자랑' MC로서 변함 없이 우리네와 소통해왔다. 하지만 최근 건강상의 이유로 '전국노래자랑' MC에서 34년 만에 하차하는 것을 논의 중이라는 소식이 알려져 안타까움을 사기도 했는데, 결국 그는 병상에서 일어나지 못했다. 평생 어머니와 누이동생 등 가족과 고향을 가슴에 품고 살아온 그의 소망은 고향인 황해도 재령에서 '전국노래자랑'을 개최하는 것이었으나 끝내 그 꿈을 이루지 못한 채 눈을 감았다.
송해는 생전 대한민국연예예술상 특별공로상, KBS 연예대상 공로상, 백상예술대상 공로상, 한국방송대상 공로상, 대중문화예술상 은관문화훈장 등을 수상했다. KBS는 지난 1월 송해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최고령 TV 음악 탤런트 쇼 진행자’ 부문 기네스 세계 기록 등재를 추진했다. 또 설 특집 기획으로 송해의 파란만장한 인생사를 담은 트로트 뮤지컬이자 송해를 위해 후배들이 꾸민 헌정 공연 ‘여러분 고맙습니다’를 제작해 방송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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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해. 사진|스타투데이DB |
'달을 봐도 고향 달이요/해를 봐도 고향 해인데/해도 달도 말이 없구나/고향이 어떻게 변했는지/발을 뻗으면 닿을것 같고/소리 지르면 들릴것도 같은데/칠십년이 흘러가도 돌아갈 수 없구나/세월아 가지말고 거기 섯거라/내 고향 갈때까지'
청재킷을 입고 무대에 올라 고
1994년 교통사고로 아들을 먼저 보내는 아픔을 겪었다. 유족으로는 두 딸이 있다.
[박세연 스타투데이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