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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욱 감독은 2일 서울 JW 메리어트 동대문 스퀘어 서울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영화 '헤어질 결심'(감독 박찬욱) 제작보고회에서 “우리 영화는 100%의 수사드라마이자 100%의 로맨스 드라마다. 말 장난이 아니라 분리할 수 없다는 것이 핵심이다. 어떤 면에서는 수사극이고 어떤 면에서는 러브스토리"라고 소개했다.
박 감독은 "형사가 용의자를 만나고 탐문조사하고 자료조사를 하는 과정. 대화하고 미행하고 잠복근무하면서 밖에서 계속 기다리는 과정. 이처럼 형사의 업무라는 것이 이 영화에서는 연애의 과정과 같다. 분리할 수 없다는 것이 핵심"이라며 "심문 과정이 긴 대화인데, 여기서 보통의 연인들이 할 법한 모든 과정이 그려진다. 유혹과 거부와 밀당, 원망, 변명이 벌어진다"고 설명했다.
그는 "칸 수상도 기쁘지만 무엇보다 관객 분들이 어떻게 봐주실지가 가장 중요하다"며 "특히 이 영화는 전에 만든 영화들보다 좀 더 한국인만이 이해할 수 있는 점들이 많다. 외국영화제 수상보다도 한국 관객들이 어떻게 볼지 제일 궁금하고 긴장된다"고 개봉을 앞둔 솔직한 심경을 밝히기도 했다.
탕웨이 역시 "(박찬욱) 감독님께 처음 출연 제안을 받았을 때 한 시간 반 정도의 시간이 소요됐다. 그때 생각을 들으니 들으면서 물 마시고 흥분 됐던 기억이 난다"며 "천천히 감독님 이야기에 몰입했다. 감독님의 눈빛이 따뜻했다. 외국어로 연기해야 하지만 안심되고 걱정이 없어졌다. 박찬욱 감독님 영화 스타일 매우 좋아하는 팬으로서 함께 작업 행운이라 생각했다"며 깊은 신뢰를 보였다.
이어 "특히 후반 작업 과정에서 감독님은 배우들에게 걱정하지 않게 하는 안심 시켜주는 감독님이다. 나는 배우로서 집중해서 해야할 일만 하면 됐다"며 만족감을 보였다.
이에 박해일은 "탕웨이 씨가 곧 '서래' 였다. 굉장히 잘 어울렸다. 그렇다는 건 감독님께서 탕웨이 씨의 매력을 '서래'에 잘 이식시켜줬단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탕웨이 씨의 모든 작품을 챙겨보지는 못했다.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색,계'와 김태용 감독님의 '만추'를 감명 깊게 봤다. 그 두 작품 안에서 느낀 탕웨이 씨의 매력은 내면의 단단함이었다. 뭔가를 숨기고 있는 눈빛이 탕웨이 씨만의 매력으로 발산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이번 작품에서는 최대치로 그 매력을 확장시킨다"고 말해 기대를 자아냈다. 박찬욱 감독 역시 서래라는 캐릭터에 대해 “외국인으로서 한국에 살기 쉽지 않은데, 당당하고 소신껏 자기 욕망대로 사는 사람이다. 그런 점에서 매력이 있는 캐릭터다. 존중할만한 가치가 있는 사람”이라고 힘을 보탰다.
박해일은 또 자신이 맡은 형사 해준에 대해 “제가 형사 역을 하면 잘 안 어울릴 것 같아서 계속 미루고 미뤘다. 그런데 박 감독님이 제안해 주신 형사는 저와 잘 맞을 것 같았다. 주변에도 분명 친절하고 청결하고 정장에 효율성을 중시하는 형사가 있을 것"이라며 "해준의 매력이라면 우리 같이 열심히 일하는 직장인이다. 주말 부부이기도 하고. 열심히 살아가는 인물이라고 생각해주시면 그 속에서 다양한 모습 발견하실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탕웨이는 “박해일의 눈빛에서 삶을 대하는 굉장한 철학을 느낄 수 있었다"며 "감독님의 모습에서 계승하지 않았나 싶다. 해준의 눈빛은 시작부터 수사에 강직한 형사의 모습을 보이지만 점점 더 박해일의 눈빛을 통해 휘말려드는 제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의 눈빛은 정제돼 있고 디테일하다. 박해일의 작품 중 제가 가장 좋아하는 캐릭터는 해준”이라고 극찬했다.
특히 탕웨이는 "송서래 캐릭터를 연기하며 그간의 캐릭터와 다른 스타일이라 새로운 경험에 내내 설레고 기뻤다. 감독님 덕분에 숨겨져 있던 모습을 끄집어 내는 것에 큰 도움을 받았다고 생각한다"며 진심어린 감사 인사를 전했다.
박찬욱 감독은 "이번 여성 캐릭터 역시 그전의 여성 주인공 못지 않다. 서래는 우리 정서경 작가가 아주 잘 표현했는데 입을 꾹 다물고 있으면 그 안에 뭔가 은밀하게 귀중한 것이 담겨져 있는 것 같은 그런 표정이다. 제가 이 영화에 캐릭터 포스터 디자이너 할 때 모나리자 같은 회화 느낌, 초상화 같이 해보려고 했던 것도 그런 것에서 착안한 것"이라며 "한국 사회에서 외국인으로서 사는 것이 쉽지 않은 인생인데 그런데도 누구보다 당당하고 자기 소신것 살고 있는 사람이다. 굉장히 고급스럽고 훌륭한 인생이 아닐지라도 어쨌든 자기 원칙대로 사는 사람이고, 자기 욕망대로 사는 사람이다. 그런 점에서 매력이 있는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본받을 위인전에 나올 사람은아니지만 그런 매력이 있고 존중할 만한 가치가 있는 사람이다. 그런 캐릭터를 탕웨이가 너무나 잘 소화해줬다. 고마운 마음 뿐"이라고 화답했다.
더불어 "전작에서는 말초 신경을 자극하는 표현들을 했다. 그걸 의도해 폭력, 정사, 노출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필요한 만큼 구사했다. 관객에게 들이대듯 바짝 눈 앞에 갖다 대는, 그런 종류의 영화들이었다"며 "이번에는 다르게 해보고 싶었다. 감정을 숨긴 사람들의 이야기인 만큼, 관객이 '저 사람이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지?' 스스로 가까이 들여다보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하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탕웨이 역시 “박찬욱 감독의 전작이 무거운 맛이라면, 이번 작품은 담백한 맛”이라고 거들었다.
'헤어질 결심'은
[한현정 스타투데이 기자/사진 유용석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