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현진이 알츠하이머 환자 역할로 관객들을 만난다. 제공|트리플 픽쳐스 |
배우 서현진(38)이 화려한 ‘로코퀸’의 아우라를 벗고 깊은 슬픔에 빠진, 야윈 맨 얼굴로 돌아왔다. ‘알츠하이머’를 소재로 한 가족 영화 '카시오페아'(감독 신연식)를 통해서다.
최근 가진 화상 인터뷰에서 서현진은 “스크린에서는 드라마에서 해왔던 것과는 다른 도전, 새로운 경험을 쌓고 싶다는 마음이 늘 있었다”며 “시나리오를 읽는데 몰임감이 상당했다. 내내 울면서 봤고 그 점(지나친 신파가 될까봐)이 걱정됐지만 이야기의 힘을 믿었다”고 선택 이유를 밝혔다.
서현진은 극 중 잘나가는 변호사이자 욕심 많은 엄마 30대 ‘수진’으로 분했다. 매일 새벽 5시에 일어나 업무를 보고, 영어 공부가 하기 싫다는 딸을 억지로 학원에 보내며 미국 유학을 준비 중이다. 늘 날이 서 있는 그는 누구에게도 기대지 않은 채 하루 하루를 버텨내다 언젠가부터 깜빡깜빡하는 일이 잦아지더니, 결국 알츠하이머 진단을 받게 된다. 나날이 증세가 악화되던 수진은 딸의 얼굴까지 기억하지 못하게 되고, 그의 곁을 묵묵히 지키는 건 바로 아버지 인우(안성기 분)다.
↑ 치매로 투병한 외할머니 생각에 촬영 내내 울었다는 서현진. 제공|트리플 픽쳐스 |
그러면서 “처음엔 관객이 울고, 나는 덤덤하고 싶었다. 눈물을 흘리지 않으려고 최대한 절제하고 싶었다. 그런데 자꾸 외할머니 생각이 나 눈물이 흘렀다. 두 가지 버전을 모두 찍어 비교해가며 촬영했는데 진짜로, 있는 그대로의 감정을 담아내는 게 맞는 것 같다는 결론이 나왔다. 그 때부터는 고민하지 않고 과감하게 표현했다”고 설명했다.
“막상 촬영이 시작됐을 땐 두려웠는데 안성기 선배님이 계셨잖아요. 아버지가 선배님이시니 얼마나 든든하고 영광스러워요.(웃음) 사실 제가 언제 또 선배님과 연기를 해볼 수 있을까 싶기도 했고요. 속으로 ‘우와~ 대박이다, 꿀!’ 이라고 몇 번이고 생각했어요. 게다가 감독님이 직접 쓴 작품이라 제1 창작자와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에 신뢰가 깊었고, 제가 그동안 해온 작업과는 전혀 다른 것들이 많아 너무나 욕심났죠.”
개인적으로 부모와 자식 관계에 대한 고민이 있던 시기에 만나 더 운명처럼 느껴졌단다. 서현진은 “가장 많이 싸우고, 금방 화해하고, 민낯을 그대로 드러내는 제일 가깝고도 험한 관계이기도 하지 않나. 그런 것에 대한 생각이 많던 시기라 더 공감되고 와 닿았다. 촬영을 마치고 영화를 보면서 굉장히 힐링 받았던 것 같다”며 미소 지었다.
이어 “촬영 기간 내내 정말 ‘수진’이로만 살았다. 심적 고통이 극심했는데 작은 영화인 만큼 예상보다 빨리 끝나 다행이었다. 일상에 대한 소중함, 잊는 것에 대한, 죽음에 대한 두려움 등 작품의 메시지에 대해 따로 생각할 시간 없이 역할에만 빠져 지내다 영화가 끝난 뒤에야 곱씹고 되짚
그러면서 “소재는 새롭지 않지만 오롯이 가족에 대해 이야기하는 점이, 가족 간 연대의 이야기가 아빠의 큰 사랑을 통해 전달된다는 게 참 좋았다. 어려운 도전이었는데 무사히 완주해 기쁘다”며 뿌듯해 했다. (인터뷰②에 계속)
[한현정 스타투데이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