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애 마지막 순간 담배 한대를 피우겠다고 밝힌 유재석. 사진 ㅣtvN |
가수 성시경은 최근 콘서트를 앞두고 금연의 어려움을 호소했다. 목 관리를 위해 담배를 끊고자 필사의 노력을 하고 있는 가운데, 금단 현상을 몇 번 토로했다. 그는 SNS에 “많이 걷고 운동도 합니다만...역대급 금단 현상으로 밤에 라면을 끓이고 본인 유튜브 북어구이를 보다가 생선까스를 시키고 난리도 아니네요”라며 끓어오르는 식욕을 걱정했다.
지난해 뉴욕포스트는 “흡연자들이 금연으로 인한 공허함을 채우기 위해 지방이 많고, 설탕이 많은 음식을 선호한다”는 미국 미네소타 의과 대학 연구팀의 연구 결과를 보도했다. 금연하면 살찐다는 속설이 사실로 드러난 것.
금단 현상은 지속적으로 사용하던 기호품을 갑자기 사용하지 않거나 사용량을 줄일 때 발생하는 생리적, 심리적, 행동적 반응을 뜻한다. 특히 니코틴 금단 현상으로는 욕구 불만, 식욕 증가, 운동 수행능력 감소, 불안, 우울, 짜증, 집중력 저하 등이 생긴다.
↑ 유재석. 사진ㅣ스타투데이DB |
본격적으로 빛을 보기 시작하면서 그는 친구처럼 의지하던 담배를 포기했다. “내가 좋아하는 뭔가를 하나 포기하지 않으면 두개를 갖는 것은 불가능한 것 같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를 국민 스타 반열에 올려놓은 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을 하면서 금연에 대한 필요성은 더욱 절실해졌다. “프로그램을 하는데 누군가 앞에서 뛰어가고 있다면 아슬아슬하게 따라가야 하는데 그게 가능하지 않다면 재미가 없다는 거죠.”
유재석은 과거 ‘유퀴즈 온 더 블럭’에서 ‘죽기 전 딱 하루의 시간이 주어진다면 무엇을 하시겠습니까?’라는 질문을 받고 이렇게 답했다.
“일단 제가 좋아하는 사람, 가족을 포함해서 한자리에 모아서 식사를 하고요. 그리고 다 가고 마지막 순간 담배 한 까치 피우겠습니다. 제가 지금까지 끊었던 그 담배 마지막. 인생에서 마지막 담배를 쫙 피우겠습니다. 담배를 완벽하게 끊어낸 것이 아니라 참고 있어서요.”
그래서 유재석의 금연은 더욱 대단하다고들 한다. 무엇을 얻으려고 하기 전에, 무엇을 버려야 하는지부터 생각해보게 하는 유재석의 금연이다.
‘개그계 대부’ 이경규는 30년간 피워오던 담배를 끊었다. 지난 2009년 KBS 2TV 예능 프로그램 ‘남자의 자격’ 촬영을 하면서였다. 당시 4대암 검진 미션을 수행하다 폐기종 증세가 발견돼 곧바로 금연에 나섰다. 하지만 금연의 길은 처절하고 힘들었다.
이경규는 “금연 중 담배 생각이 너무 나면 수면제를 먹고 자기도 했고, 담배를 끊지 못하는 자신의 모습이 속상해 집까지 걸어가며 울기도 했다”며 자신을 괴롭히던 금단 현상을 토로했다.
↑ 강호동. 사진ㅣ스타투데이DB |
강호동의 금연 결심은 어린이의 이 한마디 때문에 시작됐다. “예전에 프로그램 진행을 하는데 어린이 한 명이 ‘아저씨 담배 피워요?’ 물어보더라. 그 때 담배를 피운 것은 아닌데 몸에 냄새가 났던 것 같다. 어린이 출연자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어서 금연을 하게 됐죠.”
김종민은 강호동의 영향으로 금연에 도전, 힘겨운 금단 증상을 극복하고 성공했다. 그는 “담배를 굉장히 많이 피웠는데 지금은 완전 끊었다. 사람들이 끊길래 자존심 상해서 나도 끊었다. 특히 강호동 형님이 끊는 걸 보고 확 끊었다”고 계기를 밝혔다. 그러면서 “눈이 약간 뒤집어진다. 사람들이 ‘너 눈 돌았어’ 할 정도로 초조해하고 그랬다”며 고통스러웠던 금단 증상을 떠올렸다.
배우 설경구는 영화 한 컷을 찍을 때마다 담배를 물어 심한 경우 하루 3갑을 피우던 골초였다. 하지만 영화 ‘용서는 없다’에 등장하는 추격전 때문에 하루아침에 담배를 딱 끊었다.
설경구는 인터뷰에서 “영화 촬영 중 박상욱 씨와 추격을 하는데, 그 친구는 아이스하키 국가대표 출신에다 나보다 10살이 어려서 달리기 실력 차이가 날 것 같았다”고 금연 계기를 들려주며 “스태프가 다 보고 있는데 헉헉거리는 게 싫었다. 그 후로 2주 동안 금연했다. 그랬더니 정말 효과가 있더라. 금연하니 머리숱도 풍성해졌다. 지금도 만져보면 까끌까끌하게 올라온다. 담배를 피우고 싶을 땐 전두엽을 주먹으로 때린다”고 말했다.
↑ 유아인. 사진ㅣ스타투데이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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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혜자. 사진 ㅣTV조선 |
김혜자는 2016년 TV조선 ‘인생다큐 마이웨이’에서 “맡은 역할이 이해되지 않아 고민될 때, 너무 답답할 때 담배를 피우면 좀 나아지더라 그렇게 조금씩 피우던 것이 34년이 흘렀다. 단 한 번도 멋으로 피우진 않았다”고 애연가 시절을 떠올렸다.
하지만 “어느 날 커피를 갖다 놓고 담배를 피우는데 맛이 이상하더라. 마침 딸에게 전화가 왔기에 ‘나 담배 맛이 이상하다. 죽으려나 보다’고 했더니 딸이 ‘하나님이 내 기도를 들어주셨다. 100일간 새벽 기도를 다녔다’고 하더라”고 34년 동안 놓지 못했던 담배를 끊게 된 계기를 설명했다.
30년간 피운 담배 때문에 40대 중반 심근경색으로 쓰러지기도 했던 개그맨 이용식. 그 역시 결혼 8년 만에 얻은 늦둥이 딸 때문에 새인생을 살고 있다. 그는 “수술을 하고도 끊지 못한 담배를 가족들이 끊게 해줬다”고 했다.
이용식은 “제 인생에서 가장 실수한 게 담배를 배운 거고, 가장 큰 자랑이 담배를 끊은 거다. 딸 수민이가 엄마랑 성지순례를 간 적이 있다. 이스라엘 통곡의 벽에 딸이 아빠 담배를 끊게 해달라고 적었다더라. 그 다음부터 담배 생각이 안 나더라”며 금연에 성공한 사연을 전했다.
‘담배 끊은 독한 사람과는 상종하지 말라’는 옛말은 이제 ‘담배 안 끊는 지독한 사람과는 상종하지 말라’는 말로 바뀌었다. 흡연자는 어딜 가든 대접 받지 못하는 세상이다. 2019년 SBS 추석 특집 방송에서 ‘애주가’ 신동엽과 ‘애연가’ 김상중은 이런 설전을 벌인 적이 있다.
김상중은 술을 마시기 위해 4년 전 담배를 끊었다는 신동엽에게 “담배를 어떻게 끊냐”고 물었다. 신동엽은 “둘 중에 하나는 끊자고 생각했다. 담배는 백해무익하다. 담배는 중독에 이르게 돼 ‘적당히’라는 것이 없어진다”고 답했다.
최근에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흡연이 눈길을 끌기도 했다. 2년 전부터 북한에서도 뒤늦게 대대적인 금연 캠페인이 진행 중인 가운데, 리설주도 남편 김정은의 줄담배는 못 말렸다. 김정은은 코로나 관련 방역대책회의에서도 마스크를 벗은 채 담배를 피우는 모습이 계속해서 포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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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연클리닉을 찾은 사람들. 사진ㅣ연합뉴스 |
세계적으로 비흡연자의 간접흡연 노출로 인한 사망률은 연간 60만 명으로 그 중 여성이 47%, 아동이 28%이었다. 폐암 발생 위험은 20∼30%, 관상동맥 심질환 위험이 25∼30%로 나타났다.
특히 위드 코로나 시대, 금연은 꼭 실천해야 할 백신이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지난 한 해 ‘집콕’의 영향으로 담배 소비량은 더욱 늘어났다. 지난해 1~9월 담배 판매량은 27억5000만 갑으로 1년 전
국립암센터 서홍관 원장은 “코로나19 감염보다 담배를 피우는 것이 건강에 더 위험하고, 흡연하면 코로나19에 걸렸을 때 중증 폐질환으로 진행될 위험성 역시 높아지기 때문에 흡연자들은 반드시 금연을 실천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진향희 스타투데이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