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칸에서 트로피를 들고 포즈를 취한 박찬욱 감독(왼쪽)과 배우 송강호. 사진|칸=김유태 기자 |
‘브로커’의 주연 배우 송강호는 29일(한국시간) 폐막한 제75회 칸 국제영화제에서 한국 남자 배우 최초로 남우주연상을 수상했고, 박찬욱 감독은 '취화선'의 임권택 감독(2002) 이후 20년 만에 감독상의 영예를 안았다. 세계 3대 영화제에서 작품성을 인정 받은 두 영화가 국내 극장가에서도 명성에 걸맞는 흥행 파워를 보여줄지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지난 30일 '브로커'의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과 송강호 강동원 아이유(이지은) 이주영, '헤어질 결심'의 박찬욱 감독과 박해일 등 칸의 주역들이 귀국했다. 탕웨이는 지난 25일 칸 영화제 공식 일정을 마치고 먼저 출국했다.
두 편의 영화 모두 6월 개봉하는 만큼, 이들은 귀국과 함께 곧바로 국내 공식 일정에 돌입한다.
↑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연출한 첫 한국 영화 `브로커`. 사진|CJ ENM |
‘브로커’는 베이비 박스를 둘러싸고 관계를 맺게 된 이들의 예기치 못한 특별한 여정을 그린, 일본의 거장 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첫 한국 영화 연출작이다.
국내 간판 배우들과 일본 거장의 만남에 영화계는 물론 영화팬들도 관심을 보였다. 송강호는 이 작품에서 특유의 자연스러운 연기로 칸 남우주연상을 거머쥐었다.
'브로커'는 칸에서 첫 상영된 뒤 12분간 기립 박수를 받았다. 보통 보다 긴 박수였지만, 이후 주요 매체들의 평은 박수에 미치지 못했다.
미국 연예매체 버라이어티는 영화가 내포하는 주제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며 "단순한 범죄 영화 이상의 따뜻함을 지닌 작품, 좋은 결말이었다"고 언급했다. 데드라인은 "존경 받는 일본의 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가 '브로커'를 통해 사회 관찰과 감상주의 사이의 선을 지켜냈다"며 "스토리에는 여유가 있으며 곤경을 헤쳐 나가는 사람들의 따뜻하고 재밌는 영화"라고 평가했다.
반면 가디언은 5점 만점 중 고작 2점을 부여하며 "아기 유괴범을 사랑스러운 불량배들로 만들려고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영화는 어리석고 지나칠 정도로 얕다"며 "이런 사기를 친 캐릭터가 현실 세계에 있다면 소름끼치고 혐오스러운 인물일 것"이라고 비판했다.
데일리 텔레그래프 역시 '브로커'에 2점을 매겼다. 그러면서 "보기 드문 엉터리 드라마, 투박한 애정과 성격으로 가득찼다"며 "올해 칸 영화제 경쟁 부문의 가장 실망스러운 작품일 수 있다"고 아쉬워했다.
미국 연예매체 더랩은 "영화의 형식적인 요소와 이야기 사이에 이상한 불협화음을 만들어내며 톤을 잡는 데 힘든 시간을 보낸다"고 비판하면서도 "고레에다 작품으로는 중급이지만 다른 작품들보다는 낫다"고 평했다.
칸 영화제를 대표하는 소식지인 스크린데일리에 따르면 ‘브로커’는 평점 1.9점을 받아 경쟁 부문 출품작 21편 중 하위권에 머물렀다. 이는 '스타스 앳 눈'(감독 클레어 드니)과 같은 점수이자, 최저점인 1.8점을 받은 '포에버 영'(감독 발레리아 브루니 떼데시)보다 0.1점 높은 평점이었다.
↑ 박찬욱 감독의 신작 `헤어질 결심`. 사진|CJ ENM |
'헤어질 결심'은 산에서 벌어진 변사 사건을 수사하게 된 형사 해준(박해일 분)이 사망자의 아내 서래(탕웨이 분)를 만나고 의심과 관심을 동시에 느끼며 시작되는 ‘멜로 스릴러’다. 영화는 칸에서 상영 직후 약 8분간의 뜨거운 기립박수를 받았고, 스크린데일리에선 4.0 만점에 3.2점으로 21편 중 최고점을 받았다. 이는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받았던 3.4점에 근접한 수치로, 박 감독은 감독상의 기쁨을 누렸다 .
다만 “이전과는 다른 것을 하고 싶다는 ‘전작과의 차별화’를 의식하며 시작했다”는 박찬욱 감독의 말처럼, 그간 폭력적이고 선정적인, 강렬한 색채를 보여줬던 그의 전작들과는 전혀 다른 결을 지녔다. 새로운 시도가 가미 된 만큼 현지 평가는 엇갈렸다.
대체로 박 감독의 변화에 반가움과 호평을 내놓았다. 영국 데일리 텔레그래프는 "영화 속 복잡한 퍼즐이 풀릴 때 기생충 속 고도의 예술적 기교를 넘어선 역작의 발판이 만들어진다"며 탄탄한 각색을 극찬했다.
가디언은 "화려하고 매혹적으로 만들어졌으며, 탕웨이는 웅장하다"고 호평했다. 또한 서스펜스 영화의 전설 앨프리드 히치콕 감독 작품들과 비교하며 "히치콕 영화를 본 적 없는 사람이 만든 히치콕 영화"라며 "훌륭하게 조직된 반전에 이은 반전이 매우 히치콕스럽다"고도 했다. 할리우드 리포터는 박찬욱 감독을 "게임의 정점에 서있는 세계 최고 수준의 예술가"라고 평가했으며, 영국 스크린데일리는 "매혹적인 네오 누아르 영화"라며 독보적인 비주얼 스타일리스트라 평했다.
반면 데드라인은 "박찬욱 감독의 전작들만큼 강렬하지는 않다"며 "영화적 요소가 잘 맞지 않고 중구난방인 편이다. 반전도 기대에 못 미친다"고 혹평했다. 영국 BBC는 "박 감독의 최고작이라고 할 정도는 아니다"면서도 "그렇다고 하더라도 다른 대부분 감독의 최고작을 능가하는 영화다. 이런 저런 평을 할 수는 있겠지만, 우리가 낸 티켓값 이상의 가치는 주는 작품"이라고 담백한 평을 내놓았다.
박찬욱 감독은 “말초 신경을 자극하는 전작들처럼 그런 감각적인 면이 아주 없진 않지만 막 들이대기보다는 좀 관객 스스로가 더 들여다보고 싶게 만드는 영화를 하고 싶었다”면서 “너무 들이대면 자꾸 뒤로 물러나게 되는데
‘브로커’는 6월 8일, ‘헤어질 결심’은 6월 29일 각각 개봉한다.
[한현정 스타투데이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