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정은이 `오마주`로 첫 단독 주연을 맡아 좋으면서도 `왕관의 무게`를 느꼈다고 했다. 사진|준필름 |
배우 이정은(52)이 31년 만에 첫 스크린 단독 주연을 맡아 활약했다. 도전이고 모험이었다는 그는 이번에도 역시 강렬한 존재감을 뽐내며 극을 이끌었다.
이정은은 영화 ‘오마주’(감독 신수원)에서 중년의 영화감독 지완을 연기했다. ‘오마주’는 한국 1세대 여성 영화감독의 작품 필름을 복원하게 된 중년 여성 감독의 현재와 과거를 넘나드는 시네마 여행을 그린다. 프랑스어로 ‘존경, 경의’를 뜻하는 제목처럼 선배 영화인들의 ‘삶과 영화’에 대한 박수와 찬사를 전하고 꿈과 현실 속에서 고군분투하는 모든 이들에게 위로와 희망, 따뜻한 기운을 선사한다.
이정은은 주연을 맡은 소감을 묻자 “좋았다가 개봉을 앞두고 하중을 느꼈다. 저에게는 큰 도전이고 모험이었다. 정말 많은 스태프가 도와줬다. tvN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 찍을 때 김태리가 3박 4일 연이어 신을 찍을 때 잘하고 있다고 응원했는데, 이걸 계속 유지하는 주인공들의 무게가 느껴지더라. 왕관의 무게를 견디는 힘은 어디서 나올까. 주연을 맡고 있는 선배, 동료, 후배들에게 날로 존경심이 일고 있다”고 말했다.
다양한 작품에서 조연으로, 신스틸러로 활약해온 그는 “그동안 활동하면서 느낀 건 캐릭터의 서사가 분명했으면 좋겠다 싶었는데, 역할의 분량 때문인지 감독님과 배경이 되는 이야기들에 대해 논의해보니까 더 풍요로워지더라. 장면을 풍요롭게 해야 하니까 그걸 하는 동안에는 피로감을 느낄 수 없었다. 조연일 땐 혼자서 상상하고 만들어보고 걷어내기도 한다. 그만큼 자유롭지만, 밑도 끝도 없는 이야기 속에 던져진 느낌을 받았는데, 이번엔 구획이 있으니까 보호받는 느낌이 있고, 캐릭터의 심도가 깊어지는 차이점은 있는 것 같다”며 설명했다.
↑ 이정은은 지완을 연기하며 신수원 감독과 많은 이야기를 주고 받았다고 말했다. 사진|준필름 |
이정은은 ‘오마주’를 촬영하면서 신수원 감독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역할에 몰입했다고 밝혔다. 뿐만 아니라 제작진이 신수원 감독과 비슷한 옷 스타일을 준비해줬고, 어느 순간에 일상복도 신수원 감독과 점점 닮아갈 정도였다고 했다.
그는 “처음엔 감독님에게 다 감독님 이야기 아니냐고 물어봤다. 경험한 것처럼 쓰여있으니까. 그런데 20% 정도 닮았다고 하더라. 아들이 그만 찍으라고 하지 않냐고 물으니 엄마 영화에 긍지에 있고 지지해주는 것 같더라. 복 받은 인생을 살고 계시다”며 “신 감독님이 홍은원 감독님 따님이 낸 책을 주셔서 읽었다. 신 감독님이 2011년 다큐 ‘여자 만세’로 이분들을 재조명했을 때의 감정이 전달되는 느낌이었다. 그런 부분에 주안점을 뒀고, 저에게도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감독님의 주문이 꽤 많았다. 한 신을 여러 버전으로 찍은 것도 있다. 중요했던 건 지완이라는 사람이 3번 영화가 망하고 나서 대응이었다. 쏟아낼 건지 어떻게 할 건지다. 지완도 어디로 갈지 몰라서 침잠하고 있는데 파도는 안에 있으니까 드러내는 쪽보다 내면에 가지고 있는 식으로 했다. 가만히 있을 때 표정 등을 신경 썼다. 저는 외향적이고 속으로 삭이는 편이 아니다. 신 감독님은 내구성, 파워가 조용하다. 선생님 출신이라 그런지 응집된 힘이 있다. 그런 걸 감독님에게 받아 표현하려 했다”고 고백했다.
이정은은 지완의 슬럼프가 공감되기도 했다고 밝혔다. 그는 “지완이가 ‘되’와 ‘돼’의 정확한 문법을 구분하지 못하는 건 비유다. 자기 글을 썼다가 지웠다가 자꾸 나아가지 못하는, 계속되는 실패와 압력과 가족에게 지지받지 못하는 처지의 상황이지 않나. 저도 갱년기가 겹치고 글자가 쪼개지는 경험을 하면서 이 상태로 연기를 할 수 있을까 고비가 왔던 적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 연출했던 연극 두 작품을 말아먹기도 했다. 그때 내 실패가 모지리 같기도 하고, 내가 좋아해도 사람들이 좋아하지 않는 걸 계속 만드는 게 의미가 있나 고민했던 부분도 접점이 있었다”고 털어놨다.
대본이 쪼개지는 증상은 괜찮아졌을까. 그는 “한의원에 갔더니 더 많이 보고 더 연습하라고 하더라. 의학적으로는 방법이 없다더라. 그래서 많이 보고 연습하려고 한다. 더 예민해지는 부분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 이정은의 실감나는 생활 연기 뒤에는 섬세한 노력이 있었다. 사진|준필름 |
이정은은 현재 제주도를 배경으로 한 노희경 작가의 tvN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에서 생선가게를 운영하는 정은희 역으로 출연해 활약 중이다.
그는 인기를 실감하냐는 질문에 “옴니버스라 그런지 드라마 시청층이 다양한 것 같다. 특히 또래분들이 좋아해 주는 것 같다”며 “제주도 사투리는 다른 분들보다 조금 일찍 내려가서 배웠다. 6개월 동안 배웠는데, 응용해보는 게 재미있더라. 많은 분이 도와줘서 가능했다. 이병헌은 천직인 것 같더라. 몇 번 듣고 나서 현장에서 바로 바꿔서 하더라”고 감탄했다.
늘 실제 같은 생활 연기로 호평받는 그만의 비결은 뭘까. 그는 “배우 김희원을 만나서 이야기하는데 누나는 사실 가만히 들여다보면 허점이 많은데 사람들이 속고 있는 것 같다고 하더라. 내가 가지고 있는 분위기나 생김새가 현실적이라 그렇게 봐주는 게 아닐까 싶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가끔은 일부러 소리 없이 자신의 연기를 모니터한다며 “제가 출연한 작품은 거의 모니터하는데, 가끔은 일부러 소리를 죽이고 보기도 한다. 말은 속일 수 있는데, 행동은 그럴 수 없지 않나. 남들은 몰라도 긴장했구나 싶기도 하고, 나는 눈치채는 부분이 있으니까 그런 걸 줄이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리얼한 연기의 비결을 공개했다.
“제가 오마주한 건 선배님들이죠. 고(故) 김영애 선생님은 연기자는 연기로 말해야 한다고, 멈춰있지 말고 끝까지 열심히 작업하라고 하셨어요. ‘우리들의 블루스’에 함께 출연하는 김혜자 고두심 선생님께서 ‘전원일기’ 때 이야기를 하시는 걸 들어보면 그게 다 전설이더라고요. 지치지 않는 선배님들을 보면서 격려와 채찍으로 삼고 있죠. 요즘 좋은 작가님들이 불러줘서 ‘오마주’나 ‘우
[양소영 스타투데이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