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보다 아름다운 별 안녕히"…故 강수연, 눈물의 배웅 속 영면

↑ 故 강수연 영결식이 11일 엄수됐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원조 월드스타 고(故) 배우 강수연이 영화인들의 눈물의 배웅 속에 영면에 든다. 고인과 생전 특별한 관계였던 김동호 장례위원장, 임권택 감택, 연상호 감독, 배우 설경구 문소리는 고 강수연을 추억하며 마지막까지 애통해했다.
11일 오전 10시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에서 고 강수연의 영결식이 엄수됐다. 사회를 맡은 유지태는 고개를 떨군 채 깊은 한숨을 쉬며 고인을 애도한 뒤 묵념의 시간을 가졌다. 그는 “전혀 실감이 안 나고 있다. 영화 속 장면이었으면 했다. 강수연 선배님을 떠나보내는 자리에 가족 분들과 영화계 선후배 여러분들이 함께 해줬다. 감사하다”며 인사했다.
첫 추도사는 고인과 생전 부녀처럼 가까웠던 김동호 강릉국제영화제 이사장이 맡았다. 김 이사장은 “영화인들이 참으로 비통한 마음으로 이 자리에 모였다. 믿기지도, 믿을 수도 없는 마음으로 고인을 떠나 보내려한다”라고 운을 뗐다. 이어 “수연씨, 이게 어찌된 일입니까? 우리가 자주 가던 만두 집에서 만난 게 채 한 달도 되지 않았는데...그때만 해도 건강해 보였는데...어찌된 일입니까?”라며 애통해 했다.
김 이사장은 “모스크바에서 처음 만난 지 33년이 지났다. 아빠와 딸처럼, 오빠와 동생처럼...그렇게 지냈는데 나보다 먼저 떠날 수 있는 건가요?”라며 “당신은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단 한 해도 빠짐없이 영화제를 빛내주었고 매순간 최선을 다했다”라고 추억했다. 이어 “당신은 참으로 힘들게 살아왔다. 명예를, 자존심을 지키며 버티며 영화인답게, 스타답게 자신을 지켰다. 억세고도 지혜롭고 강인한 가장이었다. 어려움 속에서도 가족을 지극 정성으로 모셨고 동생을 이끌어왔다. 강한 리더십으로 후배들을 사랑과 믿음으로 끌어안았다”라고 고인의 면면을 돌아봤다.

↑ 故강수연과 부녀 사이 같았던 김동호 이사장. 사진｜영화진흥위원회 유튜브 캡처

김 이사장은 “오랜 침묵 끝에 새로운 영화로, 타고난 연기로, 새롭게 도약하는 배우 강수연의 모습을 누구보다 믿고 기다렸다. 그 영화가 유작이 될 거라고는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다”며 “응급실에서, 중환자실에서, 비록 인공호흡기를 하고 있었지만 평화로운 모습으로 누워있는 당신을 보면서 만감이 교차했다. 비록 오늘 우리 곁을 떠나 천상의 별이 돼 더 화려하게 우리들을 지켜주고 빛날 거라 믿는다. 부디 영면하시길 바란다”라고 추모했다. 끝으로 “장례 기간동안 조문해주시고 유족들을 위로해주신 모든 분들께 유가족을 대신해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강수연의 영화 드라마 출연작을 모은 추모 영상이 상영된 뒤 추도사에 나선 임권택 감독은 “수연아, 친구처럼, 딸처럼, 동생처럼, 네가 곁에 있어 늘 든든했는데, 뭐가 그리 바빠서 서둘러 갔나. 편히 쉬어라”라고 짧게 말했다. 슬픔이 가득 담긴 임 감독의 외침에 영결식장에 곳곳에서 울음 소리가 터져나왔다.

↑ 故 강수연 영결식이 11일 눈물 속에 진행됐다. 사진|강수연 장례위원회

설경구는 “한 달 전에 약속을 잡고 만나자고 했는데, 이제는 볼 수가 없으니 너무 서럽고 비통하다. 너무 비현실적이고 영화의 한 장면이라고 해도 찍기 싫은 끔찍한 장면일 텐데 이 자리가 너무 잔인한 것 같다. 잔혹한 날”이라고 말했다.
영화 ‘송어’(1999)로 고인과 처음 만났다는 그는 “영화 경험이 거의 없던 저를 세세하게 가르쳐주고 도움 주면서 이끌어줬다. 저는 선배님의 막내, 세컨드, 퍼스트였고 조수였던 것이 너무 행복했다. 알려지지 않은 배우였던 저에게 앞으로 영화를 계속 할 것이라는 용기와 희망을 줬다. 선배님은 영원한 저의 사수다. 과분할 정도로 감사했다. 저 뿐만 아니라 모든 배우들에게 무한한 애정과 사랑을 준 걸로 안다. 배우들의 진정상 스타였고 거인 같은 대장부였다”고 추억했다.
이어 “너무 당당해서 너무 외로우셨던 선배님이다. 아직 할 일이 너무 많고 할 수 있는 일, 해야 할 일이 너무 많은데 너무 안타깝고 비통하다. 그러나 선배님은 영원히 사라지지 않는 별이 되었다. 좋은 추억 만들어줘서 감사하다. 언제든 어디든 어느 때든 찾아와달라. 너무 사랑했던 배우들에게 찾아와 다독여주시고, 감독님과 스태프들과 함께 해달라”라며 울먹였다.
설경구는 “나의 친구, 나의 누이, 나의 사부님. 보여준 사랑과 배려와 헌신, 영원히 잊지 않겠다. 사부와 함께여서 행복했다. 감사하다. 사랑한다. 그리고 너무 보고 싶다. 당신의 영원한 조수 설경구가”라고 추도사를 마쳤다.
고인의 유작이 된 ‘정이’ 감독 연상호는 “한국영화의 독보적 아이콘 강수연 선배와 함께 하고 싶었다. 다시 작업실로 돌아가 강수연 선배님과 얼굴을 맞대고 고민을 해야한다. 배우 강수연의 연기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 문소리가 故강수연 추도사를 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사진｜영화진흥위원회 유튜브 캡처

고인과 각별했던 후배 문소리는 흐르는 눈물을 주체하지 못한 채 “언니...”라며 어렵게 운을 뗐다. 그는 “친구네 집에 있을 때 언니가 영원히 눈을 감았다는 소식을 들었다. 허망한 마음으로 멍하니 앉아있었는데 친구가 '청춘스케치' LP를 들고 나왔다. 우리는 그 LP를 한참 동안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야, 김철수. 내가 당당해서 기분 나쁘니?’ 그 때도 여전히 당돌한 언니 목소리가 너무 좋아서 울면서 웃으면서 들었다”며 또 다시 눈물을 흘렸다.
문소리는 애써 마음을 다잡으며 “라일락 꽃향기가 나는 길에서 하늘을 보며 속으로 '(마지막) 가는 길을 꼭 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게 서러운 마음 속 피식 웃음이 났다. 영화의 세계가 땅에만 있는게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하늘에서 많은 분들과 영화 한 편 하세요”라고 말했다.
문소리는 마지막으로 “언니 잘 가요. 한국 영화에 대한 언니 마음 잊지 않을게요. 언니 얼굴, 목소리도 잊지 않을게요. 여기서는 말 못했지만 이 다음에 만나면 같이 영화해요, 언니"라며 흐느꼈다.
추도사가 끝난 뒤 영결식장에 참석한 영화인들이 고인과 차례대로 인사를 나눴다. 영결식에는 정지영 감독, 강제규 감독, 배우 한지일 류경수 설경구 김현주 이용녀 정웅인 예지원 김아중 문소리 엄정화 정웅인, 외유내강 강혜정 대표, 심권호 등 영화계 동료 선후배들이 참석했다.

↑ 배우 정우성과 설경구가 故 강수연의 영결실에서 운구에 참여했다. 사진| 사진공동취재단

설경구 정우성 류경수와 강제규 연상호 감독이 운구 행렬에 앞장섰고, 선후배 동료 영화인들이 고인의 마지막을 배웅했다. 엄정화와 ‘정이’에서 호흡을 맞춘 김현주 등은 마지막 배웅 후 눈물을 흘려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영결식에 이어 발인을 마친 뒤 고인은 경기도 용인추모공원에서 영면에 든다.
영화 '씨받이', '아제아제 바라아제' 등으로 1980년대 한국 영화를 세계에 알린 '원조 월드스타' 강수연은 지난 5일 자택에서 심정지 상태로 발견돼 병원에 이송됐으나 7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