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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꼬무' 강승윤, 이승윤, 정인선이 대구 지하철 참사에 눈물 흘렸다.
5일 방송된 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이기'(이하 '꼬꼬무')에서는 '전하지 못한 목소리 : 지화(火)철 1080호 미스터리' 편으로 꾸며졌다.
때는 2003년 당시 62세의 전융남 씨는 지하철을 타고 목적지를 향해 가던 중 맞은 편에 앉은 사람이 눈에 띄었다. 운동복 차림의 그 사람은 한 손에는 약수통, 또 다른 손에는 라이터를 들고 불을 계속 껐다 켜키를 반복했다고.
열차가 중앙로역에 도착하고 목적지에서 내리던 전융남 씨는 수상한 사람을 뒤를 돌아본 순간 그 사람 바지에 불이 붙어있었고, 주변의 도움으로 다행히 불을 끈다. 그러나 남자가 앉아 있던 자리와 바닥에서 불길이 치솟았다.
화재 발생 1분 만에 첫 화재 신고가 접수됐지만 불은 빠르게 옆 칸으로 번지기 시작했다. 중앙로역은 지하3층까지 복잡한 구조로 이루어져있었는데 지하 3층에 있던 사람만 최소 200명으로 추정됐다.
불이난 열차는 1079호였는데, 불이 번지고 있는 상황에 반대편 승강장으로 1080호 열차가 진입했다. 1080호 열차에 타고 있던 승객들은 '잠시만 참아달라'는 안내방송에 크게 동요하지 않았다고.
하지만 곧 출발한다는 1080호 열차는 출발하지 않았고, 그제서야 승객들은 당황하며 창밖을 내다봤고, 건너편 열차에서는 불길이 치솟고 있었다.
이야기를 듣던 정인선은 "제가 있다고 하더라도, 그냥 빨리 지나가면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을 것 같다. 곧 출발한다고 했으니까 기다릴 것 같다"고 전했다.
1079호의 화재가 1080호 열차로 옮겨 붙기 시작하고, 탑승객들은 119에 신고하기 시작했다. 20분 동안 150통 넘는 신고 전화가 왔고, 소방본부 초비상이 걸렸다고.
구조대원이 도착했지만 검은 여기로 시야 확보가 어려운 상태였고, 지하철 내부의 뜨거운 열기 때문에 구조에 어려움을 겪었다. 화염은 1시간 40분 동안이나 지속됐고, 승강장 진화작업은 그 이후에나 가능했다고.
더 큰 문제는 지하철이다보니 눈가 탔는지 몇 명이나 탔는지 알 수가 없었다. 화재로 인해 신원확인이 불가능했고, 그 사이 많은 사람들이 중앙로역으로 몰려 들었다.
화재가 발생한 열차 안에는 유골 일부분과 타다 남은 소지품들만 존재했고, 심지어 유해들이 뒤엉켜있어 신원을 확인할 길이 없었다. 경찰 감식반, 국과수 법의학자들이 총 동원돼 유해 발굴 작업에 돌입했다. 실종자 가족들은 실종자 인적사항 조사표를 적어 낼 수 밖에 없었다고.
참사의 시작점은 휘발유에 불을 지른 방화범 김대한이었다. 정신질환·방화전과도 없었던 그는 갑작스러운 건강악화로 처지를 비관하기 시작했다고. 사망자만 192명. 전체 사망자의 74%가 나온 곳은 뒤늦게 들어온 1080호 열차였고, 142명 사망자는 뒤늦게 들어온 1080호에서 발생했다. 처음에 불이 발생한 1079호에서는 사망자는 한 명도 없다고.
지하철의 컨트롤타워인 종합사령실에서는 화재가 발생한 걸 CCTV에 포착됐지만 아무 대처도 하지 않았다. 당시 그곳에는 3명의 직원이 근무 중이었지만 아무도 CCTV를 보고 있지 않았던 것.
하지만 기회는 남아 있었다. 불이 난 지 1분 만에 화재감지기가 작동을 해서 곧장 사령실로 전달이 됐지만 역시 아무 것도 하지 않았다. 이유는 화재감지기가 오작동인 줄 알았다고 변명했다.
사령실에서는 중앙로역에 열차가 들어오지 못하도록 막았어야 했지만 중앙로역 사령실에서는 '중앙로역 진입 시 조심히 운전하여 들어오시기 바란다. 화재 발생했다'고 다른 열차에 전했다. 1080호 기관사는 비상 시 사용하는 '무정차통과'를 해야했지만 사령실의 지시가 없어 결국 중앙로역에 정차하게 된다.
화재가 있음에도 대피방송은 나오지 않았고, 같은 시각 사령실과 기관사는 전기가 끊기는 상황에서도 열차를 출발시키는 데만 몰두했다. 그렇게 허비한 시간이 5분.
그사이 전기가 전부 끊겨버렸고, 사령실과 교신도 안 되는 상황. 뒤늦게 기관사가 열차 출입문 개방 버튼을 눌렀지만 전기가 끊겨 열리지 않았다. 1080호 기관사는 기관실 바로 옆 1호 칸 출입문 몇 개만 열어주고 자신도 탈출해버렸다.
어렵게 탈출한 사람들에게 또 다른 장애물이 있었으니 바로 방화셔터였다. 뒤늦게 탈출한 사람들은 이미 방화셔터가 내려온 후였다.
수백 명이 희생된 대참사가 발생했음에도 화재 다음날 중앙로역에 200명의 군인들이 빗자구와 삽을 들고 나타나 지하철역 정상화를 위해 중앙로역을 청소해버린다. 잔해들을 쓸어 담고 물청소까지 했다.
이때 실종자 가족들은 가족의 흔적을 애타게 찾고 있는 상황이었는데, 그렇게 버려진 포대 속에서는 사망자들의 신체
유가족들의 이야기를 듣던 이야기친구 강승윤·이승윤·정인선은 오열했다.
한편 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이기'는 세 명의 '이야기꾼'이 스스로 공부하며 느낀 바를 각자의 '이야기 친구'에게, 가장 일상적인 공간에서 1:1 로 전달하는 방식의 프로그램이다. 매주 목요일 오후 10시 30분 방송된다.
[박정수 스타투데이 객원기자]
사진 l SBS 방송 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