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학폭 소재 영화 `니 부모 얼굴이 보고싶다`로 관객과 김지훈 감독. 제공|마인드마크 |
학교 폭력 문제를 가해자 부모 시점으로 다룬 영화 '니 부모 얼굴이 보고싶다'를 연출한 김지훈 감독은 무려 5년 만에 작품을 선보이며 이렇게 말했다. 후련함보다는 걱정이, 걱정보다는 두려움이 앞선다고 했다. 그만큼 답답하고도 어려운 현실, 모두가 알지만 누구도 해결하지 못한 문제를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2011년 대구 중학생 사건을 모티브로, 동명의 일본 연극을 원작으로 한 영화는 스스로 몸을 던진 한 학생의 편지에 남겨진 4명의 이름, 가해자로 지목된 자신의 아이들을 위해 사건을 은폐하려는 부모들의 추악한 민낯을 그린다. 가해자로 지목된 학생들은 변호사, 병원장, 전 경찰청장, 국제중 교사 등 모두 권력과 재력을 가진 이들의 아이들이다. 학교 폭력을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의 부모 시선에서 그려내 시선을 끈다.
↑ 영화 ‘니 부모 얼굴이 보고싶다’에서 가해자 아버지 역을 맡은 설경구. 제공|마인드마크 |
김 감독은 “원작 희곡이 워낙 탄탄하고 메시지가 강렬해 작가와 내가 손을 댄 건 직업이나 한국적 정서, 시간과 공간의 확장까지였다”며 “새로운 지점이긴 하지만, 그럼에도 가해자의 시선에 들어간다는 게 참 괴로웠다. 공감하고 싶지도, 이해하고 싶지도 않았기에 오랜 시간이 걸렸고 고민도 깊었다. 나의 부족한 점을 배우들이 채워줬다고 생각한다”고 겸손하게 말했다.
“각색 과정에서 대구 수성구 중학생 학폭 사건을 메인으로 다양한 사례를 참고했어요. 원작의 힘을 바탕으로 여러 사례를 모아 얼개를 만들었어요. 보시는 분들은 '설마 이런 일이 있어?' 혹은 '너무 참혹하다'라고 생각하실 수 있지만, 이것은 실제 일어나는 일들이에요. 그래서 내내 괴로웠고요.”
↑ 김지훈 감독은 가해자 시점 학폭 장면 촬영의 괴로움을 고백했다. 제공|마인드마크 |
“이 영화를 통해 학교 폭력이 있어서는 안되고, 한 아이의 영혼이 이렇게 힘들어서는 안된다는 공감대가 형성 되길 바랄 뿐이에요. 인간이 인간에게 절대 하지 말아야 하는 짓이 영혼을 파괴하는 거니까요. 그것은 회복 불가한 영원한 상처잖아요. 더이상은 이런 영화가 안 만들어지면 좋겠고요. 학폭이 계속 발생할 것이라고 부정적으로 생각하기보단, 우리가 아이의 말을 들어주고 손을 내민다면 학폭은 근절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끝으로 그는 “나 역시 아이를 키우는 학부모로서 '우리 아이가 피해자가 되면 어떡하지'라는 걱정이 있었는데 원작을 보며 '우리 아이가 가해자가 되면 어떡하지'라는 두려움으로, 연출 후에는 고뇌는 깊어지고 시선은 넓어진 것 같다. 자식을 위해 물불 가리지 않는 가해자들 부모의 얼굴에서 때로는 나의 얼굴이 보이기도 했다. 그래서 혼란스럽고 고통스럽더라”라며 “(개인적으로는) 명확한 답을 내지 못한 채 작품을 완성한 것이 일면 죄송스럽지만, 건우의 아픔을 온전히 전달하려는 영화의 핵심 메시지는 살아 숨 쉬었기 때문에 진심이 잘 닿을 거라 믿는다”고 덧붙였다.
영화에는 변호사 강호창으로 분한 설경구를 비롯해 오달수, 고
[한현정 스타투데이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