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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 기상 예보가 틀려도 화를 내지 않게 됐다”는 박민영. 제공ㅣ후크 엔터테인먼트 |
배우 박민영(36)은 최근 막을 내린 JTBC 드라마 ‘기상청 사람들-사내연애 잔혹사편(이하 기상청 사람들)’을 통해 또 한 번 흥행 여배우임을 입증했다. ‘기상청 사람들’은 기상청을 소재로 한 첫 드라마였지만 4%로 출발해 7%를 웃돌며 호평 받았다.
최근 화상 인터뷰를 통해 만난 박민영은 “이젠 아무리 예보가 틀려도 화내지 않는다”며 “골프 라운딩을 잡았는데 비가 오더라도 그냥 이해한다”고 웃었다.
박민영은 이번 드라마에서 엘리트 코스를 밟아온 기상청 최연소 과장 ‘진하경’을 연기했다. “모든 근육을 이완시킨다는 생각으로 힘을 빼고 연기했더니 친한 배우들이 좋았다는 말을 많이 해줬다”는 성과도 들려줬다.
“기상청에 대한 자료가 희귀해서 다큐멘터리를 반복해서 봤어요. 직접 견학해 분위기를 둘러보고 그분들의 말투 등도 관찰했고요. 엘리트 코스를 밟은 하경이지만 허점이 많은 캐릭터라 차츰 성장해나가는 모습에 초점을 두고 연기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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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민영은 “극중 진하경이 나쁜 짓 하고 간 남자와 쿨하게 지내는 점은 자신과 너무 다르다”고 했다. 제공ㅣ후크 엔터테인먼트 |
“눈하고 귀에 물이 잔뜩 들어갈 정도로 바닷바람을 맞았어요. 메이킹 영상에서도 제주도 당분간 절대 안 올 거라고 말했는데 너무 진심이었어요. 정말 추웠거든요. 저체온증도 왔고 회복하기까지 엄청난 시간이 걸렸는데 고생했던 것보다 너무 짧게 나와 아쉽기도 해요.”
송강(이시우 역), 윤박(한기준 역), 유라(채유진 역)의 얽히고 설킨 러브라인은 드라마의 흥미진진한 관전포인트로 꼽혔다.
특히 송강과의 케미스트리는 해외에서 반응이 더 뜨거웠다. ‘기상청 사람들’은 일본,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태국 등 아시아 각국에서 관심을 모았다. 한때 넷플릭스 전 세계 TV시리즈 10위에 오르기도 했다.
“송강은 해맑고 순수하고 맑은 친구여서 다행이었어요. 이시우와 너무 잘 맞아서 연기를 안 해도 되겠다 싶을 정도였죠. 연애 장면을 찍을 때는 상대역과 호흡이 중요한데 눈이 정말 예쁘고 아름다운 친구예요. 제가 눈을 보고 연기하는 스타일인데 유난히 빛나는 순간이 있었죠.”
자신을 배신하고 다른 여자와 바람 피워 결혼한 한기준과 친구 관계가 되는 설정은 “이해가지 않았다”고 했다. 같은 기상청 직원 한기준과 결혼을 약속했지만 기준이 바람을 피우면서 파혼했다. 불륜 장면을 목격했을 때 한기준을 가방으로 때리는 장면은 박민영이 먼저 제안했다고.
특히 다른 사람을 만나 파혼을 선언한 한기준을 향해 육두문자를 시원하게 날리던 장면은 사이다 그 자체였다. 그에게도 특별한 기억으로 남았다.
“10년을 한순간에 잊어야 할 만큼의 절망을 연기하려니 눈물이 나더군요. 그래서 폭발했어요. 마냥 통쾌하고 시원할 줄 알았는데 슬프고 오묘하기도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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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민영은 “내 연기인생도 봄여름가을겨울이 확실했다”고 말했다. 제공ㅣ후크 엔터테인먼트 |
그렇다면, 이번 작품을 통해 결혼관에 변화는 없을까. 박민영은 “한기준 유진 커플의 결혼생활을 보면서 성급한 결혼은 안된다는 교훈을 얻었다”고 웃어보였다.
“시우가 비혼주의이고 하경은 연애의 끝이 결혼이라는 가치관을 갖고 있는데 저는 두가지 생각을 갖고 있어 다 이해가 됐어요. 아직은 판타지와 현실, 둘 다 놓치고 싶지 않은 이기적인 사람이라는 것도 알게 됐지만요.(웃음)”
박민영은 서른 중반을 넘긴 지금도 ‘로코의 여왕’으로 불린다. “내뱉기 힘든 오글거리는 대사를 제가 하면 덜 이상하게 들린다더라”며 쑥스러워 한 그는 “실제 성격도 코미디 장르에 최적화된 편이라 그런 장점이 발휘되는 것 같다”고 했다. 그래도 고민은 많았다.
“‘박민영표 로코는 거기서 거기’라는 평도 있는데, 나름대로 끊임없이 노력을 해왔어요. 제가 잘하는 분야가 확실히 있다는 건 축복이라고 생각해요. 잘하는 범주에서 깊이 있고 디테일이 살아있는,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되지 않을까 싶었어요. 이번엔 최대한 건조하고 플랫하게 톤을 만들고 어미처리나 눈빛처리 모든 것에서 닫혀있는, 절제하는 느낌으로 표현했고요.”
흥행 타율도 좋다. 박민영 하면 ‘오피스물 흥행 불패 여배우’로 통한다. 2006년 MBC 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으로 시작헤 드라마 ‘성균관 스캔들’ ‘힐러’ ‘김비서가 왜 그럴까’ 등 로맨틱 코미디 장르에서 탄탄한 입지를 다져왔다.
그는 이같은 질문에 “나이에 맞게 가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어렸을 땐 학원물도 했고, 중간 정도엔 사극이나 청춘 성장물도 했다. 지금은 오피스물을 많이 보여드리다 보니 좋은 결과가 나온 것 같은데 10년 뒤엔 내조의 여왕을 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고 얘기했다.
데뷔 이후 큰 굴곡 없이 정상급 여배우로 성장해온 박민영.
“제 연기 인생도 우리나라 날씨처럼 사계절이 명확했어요. 봄 여름 가을 겨울이 확실하게 있었죠. 가끔은 태풍이, 가뭄이나 홍수도 있었고요. 제 나이대에 모든 이들이 경험하는 모든 것들을 겪었으니까요.”
[진향희 스타투데이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