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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앵커`의 천우희. 제공|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
경쟁은 싫어하지만 늘 자기와의 싸움을 한다. 끈질긴 노력파이자 완벽주의자인 동시에 자유분방하고 반항심이 가득하다. 상업영화와 예술영화, 주연과 조연 등을 가리지 않고 거침 없이 뛰어든다. 그래서 매번 새롭고 예측 불가다. ‘천의 얼굴’ 천우희를 두고 하는 말이다.
천우희는 20일 영화 ‘앵커’에 이어 27일 ‘니 부모 얼굴이 보고싶다’로 연이어 관객과 만난다. ‘앵커’에서는 작품을 전면에서 이끄는 원톱 주연으로, ‘니 부모 얼굴이 보고싶다’에서는 분량은 많지 않지만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조연으로 분했다.
먼저 ‘앵커’는 방송국 간판 앵커에게 누군가 자신을 죽일 것이라며 직접 취재해 달라는 제보 전화가 걸려온 후, 그에게 벌어진 기묘한 일을 그린 스릴러물.
어떻게든 메인 뉴스 앵커 자리를 지키고 싶은 9년차 베테랑 ‘세라’로 분한 천우희는 한 여성의 욕망과 몰락, 그리고 처절한 자기 인식을 입체적으로 표현해낸다. 앞서 신입 사원, 혹은 막내 작가 등을 연기했던 그는 화려한 전문직 여성으로 또 한 번 새로운 얼굴을 보여준다.
미스터리한 정신과 의사로 분한 신하균과는 두려움과 간절함이 공존한 묘한 긴장감을, 딸의 커리어에 집착하는 엄마, 이혜영과는 비틀어진 모녀 관계 속 애증의 호흡을 세밀하게 펼치며 몰입감을 끌어 올린다. 한 모녀의 살인 사건 취재 후 환청과 환영에 시달리다 자신의 트라우마와 끔찍한 진실과 마주하게 되는 과정을 온몸으로 표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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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의 천우희. 제공|마인드마크 |
그가 맡은 담임 교사 송정욱은 본래 원작에서는 남자였지만 영화에서는 천우희가 맡아 재탄생했다. 폭력 피해자의 편에서 끝까지 사실을 폭로하는, 가해자나 피해자가 아닌 제삼자가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 지를 생각하게 하는 상징적인 인물이다.
무엇보다 평범한 '우리'와 가장 닮은 캐릭터로 정규직 교사로 채용해주겠다는 달콤한 유혹과 가해 학부모들의 거짓 여론 몰이 등 풍파 속에서 내내 고뇌하고 괴로워하지만 결국 직업 윤리를, 인간으로서 양심을 지키는, 극 중 유일하게 옳은 선택을 한다.
가해자 부모의 시선에서 그린 작품인 만큼, 우리가 가야 할 길을 담긴 인물임에도 서사가 단순화되고 압축돼 의미 만큼의 존재감을 느끼기엔 다소 한계가 있음에도 천우희는 특유의 아우라와 존재감으로
이처럼 천우희는 외부에서 만든 흔한 경계와 한계를 자신 만의 소신으로 허문다. 관객은 작품에 대한 정보에 앞서 천우희가 출연했다는 것 만으로도 기대감을 갖고, 그는 매번 그 기대에 부흥한다. 천우희가 ‘믿고 보는 배우’로 사랑 받는 이유다.
[한현정 스타투데이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