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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질한 구남친 끝판왕을 보여준 ‘한기준’ 역의 윤박. 사진ㅣH&엔터테인먼트 |
윤박은 지난 3일 종영한 JTBC 드라마 ‘기상청 사람들’에서 말끔한 외모와 뛰어난 언론 대응력 덕분에 ‘기상청의 얼굴’로 불리지만, 뒤에서는 지질한 구남친 끝판왕의 면모를 보여주는 ‘한기준’을 열연했다.
바람을 들키는 순간부터 진하경(박민영 분)과 이시우(송강 분)의 로맨스를 미행하는 순간들까지 ‘지질한 전 남친’의 실체를 드러내며 극에 재미를 돋궜다.
그에겐 도전이었던 연기. 자칫 극도의 비호감이 될 수 있는 캐릭터였지만, 자신만의 스타일로 해석했다.
“솔직히 공감이 하나도 안 됐어요. 대본을 보고 행동과 사고방식이 정말 이해가 안가서 너무 힘이 들었었죠. 주변에서 그런 말씀들을 해주시더라고요. 이런 사람들 진짜 많다고. 그냥 다른 캐릭터 하듯이 편하게 연구하고 편하게 연기하면 생각보다 괜찮을 거다’고 조언해줘서 인간관계에 더 초점을 맞춰보려고 했습니다.”
그는 ‘한기준’의 행동 중 미행하는 장면을 최악으로 꼽았다. “하경이네 집에 찾아가서 울고불고, 하경이에게 오해를 해서 얘기하고 그런 부분들도 지질했지만, 그래도 기준에겐 진심이었어요. 하지만 미행은 구차하고 되게 별로였다고 생각해요.”
윤박은 “어느 순간 제 스스로 한기준을 미화시켜서 표현하려고 하는 위험한 순간이 있더라”며 “최대한 대본에 충실해 유연하게 연기하려 했다”고 말했다.
그래도 ‘한기준’의 매력을 새삼 발견하기도 했단다. 그는 “말도 안되는 다양한 행동을 하고 납득이 되는 캐릭터는 사실 별로 없는데 기준이 캐릭터는 시청자들이 받아들일 수 있다는 것이 기준이의 매력인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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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박은 극중 미행하는 장면을 최악으로 꼽았다. 사진 ㅣH&엔터테인먼트 |
윤박은 “결과는 까봐야 아는 것이기 때문에 기대를 안 하는 편인데, 많은 관심과 사랑을 주셔서 신기하고 행복했다”며 “(인기를) 실감했던 건 지인들인데 이번엔 ‘재밌다’ ‘앞으로 어떻게 되냐’는 연락을 많이 받았다”고 밝혔다.
사실 윤박은 ‘한기준’ 역을 거절했었다. 감독의 설득으로 용기를 냈고, 출연을 결심했다.
“감독님이 ‘네 본체가 가진 것들이 있으니 한기준과 네가 만나면, 남들이 봤을 때 나쁜 기준이가 상쇄될 것 같다’고 하셨어요. 정말 감독님이 말씀하신대로 다가간다면, ‘나에게 이런 매력도 있을 수 있겠구나’ 싶었죠. 기준이가 사랑받지 못하는 캐릭터가 됐다면 속상해 했을 거고 엄청 후회했을 것 같아요.”
자신을 내려놓고 열린 마음으로 캐릭터를 연기한 덕분에 비난 보다는 호평이 많았다. 그는 “이런 반응이라면 원형탈모마저 훈장처럼 느껴졌다”며 웃었다.
무엇보다 촬영장은 그에게 즐거움의 연속이었다. 박민영과의 호흡은 “죽이 척척 잘 맞았다”고 표현했다. “연습하지 말고 바로 부딪히자고 할 정도로 서로 준비해와서 부딪혔을 때 정말 즐거웠다”는 것.
유라에 대해서는 “되게 열심히 하고 감정적인 부분에서도 되게 잘 소화를 하더라”며 “이제 가수가 아니라 연기자로 불려도 정말 손색없을 만큼 너무 잘해줬다”고 했다.
송강과 연기할 때도 “편하게 했고, 잘 받아주고 의견도 내고 받아들이면서 신을 만들어갔다”고 만족감과 함께 고마움을 드러냈다.
윤박은 채유진(유라 분)과 알콩달콩한 신혼생활을 즐기지 못하고 ‘다툼’이 일상이었다. 부부의 균열과 갈등을 서로가 아닌 진하경과 이시우 등 외부에서 찾으려 했다. 윤박은 그들을 보면서 “무엇보다 안타까웠다”고 했다. 그러면서 자신의 결혼관도 넌지시 전했다.
“어릴 때부터 결혼을 빨리 하고 싶었고, 서른 중반 전에는 결혼하는 게 목표였죠, 이번 작품하면서 결혼하고 싶다는 생각이 더 들었어요. 저는 최대한 부인 쪽에 맞출 것 같아요. 당장 상상해보면 가정의 평화를 위해 나 하나를 희생하고 맞추는 게 제일 좋지 않을까 해요.”
어느덧 데뷔 10주년. 윤박은 “연기를 잘 하는 사람은 아닌데 운 좋게 데뷔했다”며 “아직도 바스트를 찍는 게 어렵지만 예전보다 조금씩 나아지고 있는 것 같아 스스로 고생했다고 말해주고 싶다”고 지난 시간을 돌아봤다
윤박은 자신의 연기인생을 날씨로 표현한다면 “아직은 소나기”라고 했다.
“비가 내리고 있고 그쳤다가 또 내리고. 그런 소나기 같습니다. 10년, 15년 뒤에는 그 소나기가 끝나고 밝은 햇빛이 오지 않을까. 아직은 조금 왔다갔다 하는 것 같아요. 아직은 불안불안 해요.”
[진향희 스타투데이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