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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른, 아홉`에서 엔터사 대표 김진석 역을 맡은 이무생. 사진ㅣ에일리언컴퍼니 |
드라마 ‘부부의 세계’에서도 숨길 수 없는 매력을 보여줬지만, JTBC 수목극 ‘서른, 아홉’의 ‘김진석’은 또 달랐다. 중저음의 매력적인 목소리로 그는 복잡다단한 감정선을 유연하게 그려내며 매력남의 정석을 보여줬다. ‘워맨스’ 연기 향연을 펼친 손예진 전미도 김지현 사이에서 그는 내공 있는 배우임을 여실히 입증했다.
극중 이무생은 정찬영(전미도 분)에게 첫눈에 반한 연예 기획사 대표 김진석으로 분해 마지막까지 애틋한 순애보를 그리며 진한 여운을 남겼다.
극 초반 유부남인 그가 과거 연인이었던 정찬영과 절절한 사이를 유지해가는 모습을 보면서 “불륜 미화가 아니냐”는 비판도 잠시 있었지만, 이무생은 캐릭터의 서사를 설득력 있게 표현해내면서 드라마에 흠뻑 빠져 들게 했다. 다음은 이무생과 일문일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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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찬영(전미도 분)과 절절한 서사는 ‘불륜 미화’라는 일부 비판을 받기도 했다. 사진ㅣ에일리언컴퍼니 |
아직까진 실감이 잘 나지 않는다. 아직도 찬영이가 곁에 있을 것만 같다. 여운이 많이 남는 드라마였다. 그래서 그런지 이 기분을 좀더 오래 간직하고 싶다. 또한 내 인생에 있어서도 기억에 많이 남을 만큼 너무 소중한 작품이었기 때문에 쉽게 잊고 않고 오래도록 기억하고 싶다.
Q. ‘김진석’ 역을 연기하면서 중점으로 둔 부분이 있다면?
어쩔 수 없는 상황을 버텨내는 것. 여러가지 상황에 놓인 김진석이 어떻게 이 상황을 버텨내야 할 것인가. 이미 찬영이가 죽는다는 설정이 정해져 있는 상태에서 드라마가 시작되는데, 그렇다면 그걸 지켜보는 나는 어떻게 이 상황을 버텨야 하는지, 어떤 뿌리를 가지고 가야 하는지에 대해 계속 고민했고, 여러 인물들과의 관계에서 그 줄기를 찾으려 했다. 또 한가지는 찬영이에 대한 사랑이었던 것 같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찬영이에 대한 사랑을 잃지 않겠다는 마음이 있었다.
Q. 자신이 생각하는 명장면은
명장면으로 꼽을 수 있는 인상 깊은 장면이 정말 많았다. 어떠한 특별한 장면이라기 보단 개인적으로는 미조, 찬영, 주희 세 친구가 알콩달콩 함께 일상을 살아가는 장면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슬픔의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지만 그들은 아무렇지 않게 행복한 한때를 보내지 않나. 셋이서 웃고 떠들고 싸우고 화해하는 그런 평범한 일상들이 오히려 더 소중하게 느껴져서 그런 모든 장면 하나하나가 명장면이지 않았나 싶다.
Q. 그렇다면 ‘김진석’의 명장면을 꼽는다면
아무래도 4회에서 나온 찬영이가 시한부라는 사실을 알게 되는 장면이 아닐까 싶다. 버텨냄을 끝맺음 하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원동력이 생긴 장면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 작품 전체로도 그렇고 진석에게도 그렇고 새로운 2막이 시작되는 포인트가 됐던 지점이라 생각한다.
Q. 불륜 미화라는 일부 비판도 있었는데. 어떤 마음으로 연기했나
김진석은 다양한 해석이 가능한 캐릭터인 것 같다. 그만큼 표현해야 할 것도 많았고 담아야 할 것도 많았던, 저에게 있어서도 어려우면서 매력 있고 마음이 가는 캐릭터였다. 하나하나 다 놓치고 싶지 않았고 잘 표현하고 싶었다. 대본에 쓰여져 있는 대로 적절하게 표현하는 것이 배우로서 내가 할 일이라 생각했고 어떻게 설득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까 고민하고 나의 생각을 더하기보단 작품 속 김진석이 처해있는 상황에 집중하려고 노력했다.
김진석은 옳고 그름의 경계에 있는 인물이라 생각한다. 복잡다단한 상황을 맞은 김진석이었기에 그런 상황을 제대로 적절히 표현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하며 작품에 임했다. 캐릭터가 처한 상황이 너무 명확했기 때문에 불륜이냐 아니냐는 크게 중요하지 않았다. 이 캐릭터가 처한 상황이나 감정들을 배우로서 표현해 보고 싶은 마음 뿐이었다. 이러한 상황을 두고 많은 이야기가 오고 갔다는 것 자체로도 감사하다.
Q. 김진석의 행동 중 이해 안됐던 부분은 없나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을 최소화시키는 게 배우로서 작품에 도움이 되는 거라 생각한다.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편견이 생기기 시작하면 캐릭터를 온전히 받아들일 수 없을 것 같다. 최대한 다 이해하려고, 상황에 자신을 녹이려고 노력을 하는 편이다.
Q. 가장 공감됐던 부분은
가장 공감됐던 부분은 찬영이 시한부 선고를 받은 후 진석이 찬영이를 가장 가까운 옆에서 지켜봐야겠다고 다짐했던 마음이다. 사랑하는 사람이 시한부라는 걸 알고 나서 진석이 느끼는 모든 감정들이 겪어보진 못했지만 마음이 아프면서도 공감이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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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무생은 “진석이의 대사처럼 저에게는 하루하루가 아깝고 소중한 날들이었다”고 종영 소감을 전했다. 사진ㅣ에일리언컴퍼니 |
찬영이가 살아서 돌아왔으면 했는데 그러지 못해서 너무 안타깝고 마음이 아프다. 그래서 만족 못 한다. (웃음) 하지만 이미 정해진 결말이 있었기에 그만큼 순간의 소중함도 느낄 수 있었다. 시한부라는 설정이 처음부터 밝혀져 있었기 때문에 작품 안에서 그리고 촬영하는 동안 찬영에 대한 사랑에 항상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했고 그렇기에 후회는 없다. 하지만 여전히 안타깝긴 하다. 시즌2 ‘마흔’이 나온다면 찬영이가 환생해서 돌아왔으면 좋겠다. (하하)
Q. 상대역 전미도와의 호흡과 촬영장 분위기는 어땠나
정말 너무 좋았다. 이 자리를 빌려 전미도 배우에게 고맙다는 얘기를 전하고 싶다. 어떻게 보면 심적으로 가장 힘든 찬영이었을 텐데, 현장에서 힘든 티 한번 안 내고 항상 웃는 모습으로 모두를 대해 줘서 절로 힘이 났고, 자연스레 촬영장 분위기도 더 좋아질 수밖에 없었던 것 같다.
Q. 손예진과는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에서 호흡을 맞춘 적이 있다
손예진 배우는 아이디어도 많고 적극적인 모습이 너무 보기 좋았다. 작품을 대하는 마음이 진짜라는 게 느껴졌다. 엄청난 집중력이 강점이라 생각한다.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 때는 남자친구로 만났지만, 이번에는 친구의 친구를 사랑하는 인물로 만나게 되었는데, 다음엔 어떤 관계로 만나게 될지 기대가 된다.
Q. 가장 와 닿았던 대사가 있다면
“하루하루가 아깝단 말이야”라고 찬영에게 소리쳤던 9화의 벤치 앞 신 대사가 많이 기억에 남는다. 정말 모든 순간이 아깝고 하루하루가 가는 게 아쉬웠을 거다. 찬영이와 함께 하는 지금의 모든 순간들을 나노 단위로 쪼개서 기억하고 싶을 정도로. 그래서 그 대사가 진석으로서 많이 와 닿았다.
Q. 이 드라마는 무엇을 말하려 했을까
‘서른, 아홉’이 시청자들에게 전하고자 한 메시지라고 한다면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하는 지금 이 순간을 사랑하자’가 아닐까 싶다. 지금 이 순간에 최선을 다하라는 말이 있지 않나. 많은 분들이 지나가면 다신 돌아오지 않을 지금을 소중히 여기
Q. 차기작 계획은
어쩌다 보니 또 JTBC 드라마가 됐다.(웃음) ‘클리닝업’이라는 드라마에서 김진석과는 또 다른 매력을 가진 이영신 역을 맡아 여러분을 찾아갈 예정이다. 이번에도 많은 관심과 사랑을 가져주셨으면 좋겠다.
[진향희 스타투데이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