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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스트 교수 정재승이 뇌과학을 통해 아이를 낳고 발생하는 부부 관계의 문제에 대해 진단했다. 또한 우리가 가까운 사람에게 화를 내는 이유를 동일시로 설명하며 사랑하는 사람의 독립성을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10일 방송된 SBS '집사부일체'에서 정재승 카이스트 바이오 및 뇌공학과 교수가 사부님으로 출연했다. 정재승 교수는 사랑이 가슴이 아닌 뇌의 작용이라고 설명했다.
사랑의 첫 번째 단계는 아드레날린 단계다. 정재승은 아드레날린이 분비 되면 "진짜 좋아하는 사람 앞에서는 허둥대고, 말 잘 안 나오고. 그 사람 생각으로 심장이 너무 뛰고. 생각만 해도 너무 흐뭇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다가 서로 사랑이 이루어지면 아드레날린 상태에서 도파민 상태로 이동한다. 정재승은 "도파민은 강박적으로 중독돼서 너무 보고 싶고, 같이 있고 싶고. 만나면 더 강한 스킨쉽을 하고 싶고. 계속 머릿속으로 생각하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인간은 계속 그런 흥분 상태로 살아갈 수 없기 때문에 사랑은 다음 단계로 안정기인 옥시토신 단계로 넘어간다.
정재승은 옥시토신이 분비되면 "같이 없으면 불안하다. 에를 들면, 결혼하고 5년. 집에 안 들어오면 아내분이 전화하잖아요. 집에 갔는데 아내가 없으면 불안하고. 항상 불안하다"고 옥시토신 단계를 설명했다.
이 단계는 같이 있으면 그 자체로 되게 마음이 편하고 안정돼서 각자 자기 일을 하면 되는 상태다. 정재승은 "딱히 뭘 같이 하지는 않는. 같이 뭘 안 해도 되는. 때로는 안 하고 싶은 단계"라고 말했다.
옥시토신 단계는 아이의 탄생으로 인해 큰 변화를 겪는다. 아이가 탄생하면 남편에 대한 아내의 옥시토신은 급격하게 줄어든다. 남편의 옥시토신도 줄어들지만 아내만큼 급격하게 줄어들지 않는다.
이에 따라 남편은 아내에게 섭섭함을 느끼게 된다. 아이에게 사랑을 뺏긴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아내의 옥시토신은 아이의 탄생 후 급격하게 아이에게 옮겨간다. 아내는 임신과 함께 아이에 대한 옥시토신 분비가 증가하기 시작해 아이의 탄생 후 급격하게 증가한다. 그에 반해 남편은 아이의 탄생 이후 완만하게 옥시토신이 증가한다.
이때는 반대로 아내가 남편에게 섭섭함을 느낀다. 남편이 아이의 육아에 기여하는 바가 적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정재승은 "호르몬은 이런 변화를 겪지만 중요한 건 부부 사이의 관계가 이 아이를 낳고, 키우는 과정에서 망가지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서 그는 "너무 아이에만 집중하다 보니 이때 부부의 관계가 중요하다는 걸 간과한다. 서로에 대한 사랑이 여전하다는 걸 끊임없이 계속 확인하고, 보여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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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정재승은 가까운 사람에게 화를 내는 이유를 동일시로 설명했다. 그는 가까운 사람을 나와 다른 사람이라고 인정하는 게 진짜 사랑이라고 강조했다.
정재승은 화를 내는 건 상황에 대한 통제권이 없는 사람이 통제권이 있는 것처럼 보이게 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정재승은 화를 내는 전략은 현대 사회에서는 도움이 되지 않는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화를 낸 상대방과 관계를 계속 이어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정재승은 가장 많이 화를 내는 대상이 누군지에 대해 물었다. 리정은 "솔직히 엄마 아니예요?"라고 답했다.
정재승은 우리는 "우리 인생에서 가장 가까운 사람한테 가장 많이 화를 낸다"고 말했다. 인간이 가까운 사람에게 화를 내는 이유는 그 사람과 나를 동일시하기 때문이다
정재승은 "나를 인지하는 뇌 영역이 있고, 타인을 인지하는 뇌 영역이 있다. 나와 가까운 관계일수록 나를 인지하는 영역에 가깝게 저장돼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인들은 어머니와 자신을 동일시한다.
정재승은 "그러기 때문에 우리는 나라고 인지할 수 있을 정도로 가깝기 때문에 통제하고 싶어한다"고 말했다.
정재승은 어른이 된다는 것을 "내 마음대로 사람을, 세상을 통제할 수 없다는 것을 무기력감 없이 받아들이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정재승은 어머니를 비롯해 "가장 가까운 사람을 나와 독립적인 존재라고 인정하고 받아들일 때 서로 함꼐 행복할 수 있고, 어쩌면 그게 진짜 사랑이다"라고 덧붙였다.
이승기는 "과학이 인간의 삶을 이롭게 한다는 건 기술적인 부분만이
리정은 "살면서 통제가 안 될 때가 정말 많아요. 저는 항상 제 탓을 해왔거든요. 모두가 겪는 과정이구나를 들어서 위로가 됐다"고 말했다.
정재승은 아직 뇌과학은 한계가 많다는 걸 인정하면서 "현명한 뇌 사용법을 익혀보자"고 제안했다.
[허건 스타투데이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