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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꼬무'에서 인현동 화재사건을 조명했다.
7일 방송된 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이기'(이하 '꼬꼬무')에서는 1999년 인현동 화재사건의 전말과 살아남은 아이들의 진짜 이야기가 그려졌다.
1999년 시험이 끝난 진선(가명)과 수연(가명)은 친구들을 만나기 위해 약속장소로 향했고, 당시 미성년자였던 수연과 진선이 신분증 없이 즐길 수 있는 곳으로 도착한 곳이 인현동 '라이브'였다.
수연은 "계단에서 대기하는 사람들도 있었고 어두웠고, 음악은 엄청 빵빵하게 틀어놔서 대화가 좀 안 들리는 정도였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러던중 수연은 "친구가 이사간다고 해서 '밑에 지하상가에 금방 갔다 올게' 그러니까 '빨리 갔다오라'고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10분 후 수연은 "최루탄 가스 같은 매연 냄새가 살짝 났었다. 사람들이 웅성거리더라. 지상에서 불이 났다고. 그래서 불이 났나보다 그랬는데 '라이브래' 그 소리에 눈물부터 났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불길이 건물 전체로 번지진 않아 큰 불길이 진압되자마자 소방대원은 안으로 집입했다. 곧장 2층 호프집으로 올라갔는데 출입문이 닫혀 있었고, 문을 열자 시커먼 연기와 함께 한 치 앞이 안 보였다고. 또 바닥에서 무언가 반짝거려 보니 빛을 비춰보니 사람이었다고 전했다.
당시 출동했던 소방관은 "맨 처음에는 사람이 쓰러져 있어도 한 두명이겠지 생각을 했는데"라고 말했다. 이어 "화장실 문을 열었는데 좁은 그곳에 사람들이 뒤엉켜있었고, 밑에 사람이 있고, 또 밑에 보면 사람이 있었다"고 당시 상황을 언급했다.
생사를 확인할 겨를도 없이 빨리 밖으로 옮겨야 하는 상황, 소방대원들은 신속히 사람들을 밖으로 이동시켰지만 이야기를 듣던 유인영, 예성, 최예나는 말을 잇지 못했다. 사망자는 총 57명, 대한민국 역사상 세 번째로 인명피해가 컸던 화재사고였다.
사망자 명단에는 한 명을 제외하고 다 10대 학생들이 적혀있었다. 그날 그곳에 학생이 많았던 이유는 시험 끝난 후로 미뤄둔 생일파티를 진행했기 때문.
화재가 난 건물은 지하 1층에서 지상 4층까지의 상가건물이었다. 먼저 불이 시작된 건 지하 노래방이었고, 그곳에서는 한 명이 사망했다. 1층 식당은 사상자가 없었고, 3층 당구장은 부상만 17명이었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호프집에만 사망자 56명·부상 62명이 나오게 된다.
이 말을 들은 유인영과 예성은 "이상하다"고 말했다. 구조 당시 쉽게 열 수 있었던 출입문과 창문을 이용해 충분히 뛰어내릴 수 있는 높이의 위치였기 때문. 그럼에도 100명 넘는 사람이 계단이나 다른 수단으로 탈출하지 않아 세 사람은 의문을 가졌다.
이 참사에 전말은 호프집 지배인 때문이었다. 화재가 발생하자 사람들은 출입문으로 향했지만 가게 주인이 출인문을 막았고, 계산을 하지않았다는 게 이유였다. 출입구로 나갈 수 없는 사람들은 창문을 깨야했지만 안에서는 석고보드로 막아둬 사람들은 창문의 존재를 알 수 없었던 것. 하지만 창문의 존재를 알고있던 지배인은 자기 혼자 탈출해 피해가 더 커졌다.
어둠속 빛을 본 사람들은 비상구로 향해 전부 달렸다. 하지만 그곳은 비상구가 아닌 화장실이었고, 그렇게 화장실에 많은 사람들이 포개져서 숨져있던 것이다.
사건 조사 과정에서 호프집 사장은 경찰에게 자신의 집을 무료로 내주며 친분을 쌓았던 것으로 밝혀졌다. 호프집 사장 정씨는 종업원을 시켜서 파출소에 간식이나 담배를 보냈고, 수시로 돈도 찔러줬다고. 또 사장 정씨가 운영했던 8개 업소 모두가 무허가 시설이인 게 밝혀져 충격을 안겼다.
유족들은 재발 방지대책을 요구했지만 대중들의 시선은 좋지 못했다. 죽은 학생들이 미성년자임에도 호프집에 가 '불량 청소년'이라는 것.
유가족은 "'불량 청소년'이라고 '당신 자식들은 다 불량해', '그래서 죽어도 싸'라고 매도하는 부분이 정말 정말 싫었다"며 "자식을 이용해서 돈을 더 받으려 그런다는 부분. 정말 이 세상에 자식을 그렇게 하고 돈으로 받고 싶은 부모가 있을까요? 자기 일이 아니니까 그렇게 말을 했는지 모르지만 그건 아니라고 본다. 어느 부모가 돈 몇 푼에 자식하고 바꾸냐"며 눈물흘렸다.
호프집 정 사장은 징역 5년, 지배인은 징역 3년 6개월, 뇌물 받은 경찰과 공무원은 단 한 명도
한편 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이기'는 세 명의 '이야기꾼'이 스스로 공부하며 느낀 바를 각자의 '이야기 친구'에게, 가장 일상적인 공간에서 1:1 로 전달하는 방식의 프로그램이다. 매주 목요일 오후 10시 30분 방송된다.
[스타투데이 박정수 객원기자]
사진 l SBS 방송 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