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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수향. 사진|FN엔터테인먼트 |
지난 5일 MBC가 5월 27일 소지섭, 임수향, 신성록 주연 '닥터로이어' 편성을 공식화 한 가운데 SBS가 임수향, 성훈 주연 드라마 '오늘부터 우리는'을 5월 중 방송되는 월화드라마로 편성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양사간 편성 갈등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
공교롭게도 여주인공이 임수향으로 '닥터로이어'와 동일한데, 방송 시기도 '닥터로이어'보다 앞서는 것으로 알려졌다. MBC로선 '날벼락' 편성이다.
SBS의 기습 편성에 MBC는 "유감"이라며 불쾌감을 감추지 않았다. 주인공이 같은 드라마를 비슷한 시기 방송할 경우, 시청자들에게 혼선을 줄 수 있고, 촬영 시점이 겹치지 않는다 하더라도 배우에게도 편치 않을 일이기 때문에 서로 '겹치기 편성'을 피하는 게 관행인 만큼 SBS의 이번 편성은 상도의를 벗어난 의사결정이라는 게 MBC의 입장이다.
특히 SBS는 MBC의 '닥터로이어' 편성 시기를 알고 있었음에도 편성 과정에서 어떤 양해도 구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해 MBC 관계자는 매일경제 스타투데이에 "드라마 제작편수가 늘어나고 다양한 채널과 플랫폼을 통해서 드라마가 방영되는 만큼 좋은 배우를 캐스팅하려는 경쟁이 치열하다. 임수향은 자타가 공인하는 좋은 배우이며 저희 드라마에 꼭 필요한 배우라 캐스팅했다"면서 "당연히 임수향 캐스팅 당시 '닥터로이어'의 방영 일정을 이미 배우에게 고지한 바 있다"고 말했다.
MBC는 "임수향이 아직 채널과 편성이 확정되지 않은 다른 드라마에 출연을 원하고 있어서 '닥터로이어' 촬영 중 최대한 배우 측을 배려해 다른 드라마 촬영 일정도 고려했고, 한마음 한뜻으로 '닥터로이어' 촬영을 이어가고 있던 차에 타 드라마의 갑작스런 채널 및 편성일정 확정 소식을 듣게 돼서 임수향 배우 못지않게 우리도 당황스런 상황"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시청자들께도 동일한 배우가 동시기에 다른 작품에서 각기 다른 캐릭터를 연기하는 것에 혼란을 느끼실 것 같다. 업계에서 주연급 배우를 이렇게 소비한 적이 없는 데 매우 안타깝다"고 말했다.
SBS의 편성에는 속사정도 있다.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 후속 금토드라마로 준비 중이던 '소방서 옆 경찰서'가 프로듀서 사망사건 조사로 촬영이 중단되자 당초 월화드라마 편성 예정이던 '어게인 마이 라이프'를 급히 금토드라마로 옮겼고, 편성 이동으로 비게 된 월화드라마 자리에 '오늘부터 우리는'을 긴급 편성하는 고육책을 쓰게 된 것이다.
성난 MBC와 달리, SBS는 예의 담담하게 표정관리 중이다. SBS 관계자는 6일 스타투데이에 “’우리는 오늘부터’는 ‘사내맞선’ 후속 월화드라마로 4월 11 첫 방송될 예정이었으나, 제작사 그룹에이트의 사정으로 인해 편성이 5월로 불가피하게 옮겨진 상황이다”라고 밝혔다.
이어 “(4월 예정작이었기에) 타 드라마의 편성 및 겹치기 출연에 대해서는 사전에 전혀 알지 못했으며 타드라마와 첫 방송일과 방송 요일과 시간, 작품 소재도 전혀 다르기 때문에 문제없을 것이라 생각한다”라고 덧붙였다.
나름의 사정에도 불구, SBS의 이번 편성이 상도의를 벗어난 결정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방송 관계자들 다수는 이같은 SBS의 기습 편성에 대해 "상식적이지 않은 결정"이라며 아쉬워했다.
현재 계획된 편성대로라면 '오늘부터 우리는'은 5월 둘째주 방영 예정이며 '닥터로이어'는 5월 넷째주 방영 예정이다. 굴러 들어온 '오늘부터 우리는'이 박혀 있던 '닥터로이어'에 타격을 주는 셈이다. 이같은 분위기에 두 드라마에 모두 출연하는 임수향은 그저 난처할 뿐이다. 또 두 드라마에 출연하는 다른 배우들과 스태프들 역시 외부적 요인으로 인한 어수선하고 침울한 분위기를
SBS의 입장대로 드라마가 방영되는 일 자체에는 문제가 될 일이 없을 것이나, 짧게는 수개월부터 길게는 수 년을 공들여 한 작품을 만들어내는 드라마 제작의 긴 작업 과정을 생각하면, SBS의 "문제 없을 것"이라는 입장은 너무도 무책임하다.
[박세연 스타투데이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