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브루스 윌리스. 사진|연합뉴스 |
1일 영국 텔레그래프는 할리우드 관계자들의 말을 빌려 브루스 윌리스가 촬영장에서 암기 및 인지 능력이 떨어지는 등 건강 악화로 이어폰을 통해 대사를 전달 받아 연기했으며 대사량도 줄였다고 보도했다.
관계자들에 따르면 브루스 윌리스는 자신의 촬영일을 이틀로 제한, 감독들은 대사를 압축해 줄이고 일부 액션 신은 예정에 없던 대역이 투입됐다. 한 배우는 윌리스와 함께 촬영장에 다니며 이어폰을 통해 대사를 알려준 것으로도 알려졌다.
영화 ‘화이트 엘리펀트’의 한 제작진은 “때때로 브루스 윌리스는 대사의 의미를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그저 꼭두각시였다”고 전했다.
이 영화를 연출한 제시 존슨 감독은 “윌리스 측에 배우의 상태를 묻자 '현장에 있는 것을 행복하게 여기지만 촬영을 점심 전에 마치고 일찍 들어가게 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답이 돌아왔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영화 ‘데스 게임’에서도 윌리스의 대사 분량은 애초보다 대폭 줄었다. 마이크 번스 감독은 로스앤젤레스타임스와 인터뷰를 통해 “브루스 윌리스로부터 대사 분량을 줄여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그와 직접 일하면서 더 큰 문제가 발생했다는 것을 알게 됐다. (브루스 윌리스의 대사를) 5페이지 정도 줄여야 했고, 그의 독백도 없도록 해야 했다. 시나리오 작가에게 이 같은 수정 작업을 요청했다”고 했다.
총격신을 포함한 대부분 액션 장면을 대역 배우가 촬영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17년간 윌리스의 스턴트맨으로 활동한 스튜어트 윌슨은 "(브루스 윌리스에게) 뭔가 이상이 있다는 것은 알았지만 그때는 정확히 그것이 무엇인지 몰랐다. 평소보다 다소 말라보이긴 했지만 괜찮았다"며 "윌리스가 도움을 받기 위해 이어폰을 꼈다. 특히 대사가 많은 날에는 거의 내내 이어폰을 사용했다"고 전했다.
그와 친분이 두터운 제시 존슨 감독 역시 “내가 기억했던 브루스 윌리스의 모습이 아닌 게 분명했다”며 안타까워 했다.
이처럼 브루스 윌리스는 건강 악화로 메이저 스튜디오와의 작업이 불가능해지면서 저예산 영화에도 다수 출연하게 됐다. 할리우드 내부에서는 ‘알츠하이머’ 루머가 돌기도 했다. 투병 사실이 공개되기 전까지 잇따라 공개된 저예산 B급 영화를 통해 ‘최악의 연기’라는 불명예를 안으며 시련을 겪었다.
결국 윌리스는 실어증으로 인한 은퇴 소식을 알렸고, 골든 라즈베리 재단은 31일(이하 현지시간) 그를 최악 연기상 수상자로 선정했던 것을 취소한다고 밝혔다. 브루스 윌리스가 올해의 골든 라즈베리 시상식에서 지난해 개봉한 영화 가운데 무려 8편에서 형편없는 연기를 펼쳤다며 최악 연기 부문 특별상을 받는 것을 철회한 것.
골든 라즈베리상은 한 해 최악의 영화와 좋지 않은 연기력
골든 라즈베리상 측은 성명을 내고 “누군가의 건강 상태가 그 사람의 의사 결정과 연기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가 된다면 상을 수여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는 점을 인정한다”고 밝혔다.
[한현정 스타투데이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