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시완이 웰메이드 드라마 `트레이서`에 대한 자부심과 애정을 드러냈다. 제공| 플럼에이앤씨 |
MBC, 웨이브 드라마 '트레이서'(극본 김현정, 연출 이승영)는 국세청 내 일명 '쓰레기 하치장'이라 불리는 조세 5국에 굴러온 독한 놈의 물불 안 가리는 활약을 그린 통쾌한 추적 활극으로 지난 25일 막을 내렸다.
최근 화상 인터뷰를 통해 만난 임시완은 "'트레이서'는 반년 넘게 촬영했다. 준비기간까지 하면 그것보다 훨씬 더 걸렸다. 그 시간이 지나고 나니 긴장이 딱 풀렸나 보다. 번아웃이 왔는지 집에서 며칠동안 아무것도 안하고 쉬었다. 아무것도 하고 싶지가 않더라. '트레이서'가 종영해 후련하다. 보셨던 분들이 잘 봤다는 말씀 많이 해주셔서 안도하고 있다"고 종영 소감을 밝혔다.
'트레이서'에 출연을 결정한 이유는 뭘까. 임시완은 "배우의 사명감"을 언급하며 출연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밝혔다.
"출연을 선택하기 앞서 대본을 봤습니다. 기획의도부터 대본까지 빽빽하고 권수도 상당했어요. 배우로서는 고생길이 훤한 작품이라 내게 출연 제의가 없었으면 좋겠다 싶더라고요. 글자가 빽빽하다는 건 외워야 할 것도 많고 할 것도 많다는 뜻이니까요. 그런데 대본을 읽어보니 글에 대한 작가님의 애정과 철두철미함, 몇년간의 노력들이 보였습니다. 이런 웰메이드 대본을 보고 선택하지 않는다면 배우의 사명감에 있어서 문제가 있다는 생각이 들어 안 할 수가 없었습니다. (작가가 고민을 한) 밀도 있는 시간이 온전히 담겨있더라고요. 대본을 잘 보지 못하는 사람이라도 이 정도 노력이 들어가 있으면 (깊이가) 보이고, 이런 작품을 선택하는 게 배우의 사명감이라고 생각합니다."
임시완은 극중 황동주 역을 맡아 열연했다. 캐릭터 소개에는 "전직 대기업의 뒷돈을 관리하던 업계 최고의 회계사로 돈과 성공 모두를 얻었지만, 돌연 잘나가던 회사를 그만두고 국세청 조사관이 됐다"는 글과 함께 "남다른 실력은 물론 특유의 뻔뻔함과 똘끼로 무장했다"고 적혀 있다. '뻔뻔함과 똘끼'는 극중 황동주의 모습을 보고 있자면 자연히 떠오르는 단어. 임시완은 "스스로 키워드를 잡은 것이 있다. '아재들 잡는 핏덩이', '아재 잡는 MZ 세대' 라는 슬로건을 생각해봤다"며 황동주라는 캐릭터를 구축하면서 생각했던 키워드를 공개했다.
이어 "제가 아재라고 표현한 사람들은 국세청 고위 간부들로 스마트 하지만 악한 사람들, 황동주와 맞서는 사람들이다. 황동주가 그들과 같은 언어로 말한다면 그 사람들의 판에 뛰어드는 것밖에 안된다고 생각했다. 어른들이 어린이들과 싸우는 것을 보면 어른들이 더 유치하게 느껴지는 지점이 있지 않나. 그런 부분을 보여주고 싶었다. 아재들이 어렵게 말하면 '무슨 말인지 모르겠는데요?' 하면서 받아치는 캐릭터. 그게 더 효과가 클 것 같더라"고 황동주를 디테일하게 소개했다.
↑ 임시완은 익숙하지 않은 국세청 배경 드라마를 위해 사전 준비를 철저히 했다. 제공| 플럼에이앤씨 |
황동주는 극중 잘나가던 대기업 회계사였다. 그러나 아버지의 사망을 계기로 그 배우에 국세청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국세청으로 들어가 견고한 기득권자들의 카르텔에 맞선다. 국세청 입성 전과 후, 어떤 방식으로 다른 황동주를 표현했을까.
임시완은 "극명하게 보여주려고 행동과 의상에서 차이를 줬다. 과거 회계사를 했을 때는 능력도 있었고 정의감 보다는 성공하는 게 더 중요한 사람이었고 잘 나가길 소망했다. 언어 자체도 자신감 넘치고 능글 맞다. 사회에서 이 사람 저 사람 만나봐 말도 유려하다"면서 "국세청에 들어간 뒤에는 모든 것이 복수를 위해서 사는 것처럼 보이면 들킬 수 있으니 오히려 원래 모습인 것처럼 연기하려고했다. 황동주에게 회계사일 때 모습이 원래 모습이라면 국세청에 들어간 뒤에는 연기를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황동주는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거침없이 직진하는 인물이다. 마음대로 풀리지 않을 때는 소리를 지르기도 하고 철저하게 준비해 한방 먹이기도 한다. 극에 사이다 재미를 불어 넣어주는 캐릭터를 연기하면서 임시완은 속이 시원했단다.
"연기하면서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게 해주더라고요. 어른들이 공포감을 조성하고 위압감을 주는 장면에서 되바라지게 따박따박 반론을 제기하는 등 통쾌한 신을 찍을 땐 속이 시원했어요. 황동주라는 캐릭터가 똘기 가득하고 뻔뻔하잖아요. 체납자 집에 가서 기둥을 망치로 내려치는 것도 그렇고요. 큰일을 겪은 뒤에도 황동주라는 캐릭터의 기질 자체가 변하진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임시완이 꼽은 사이다 장면은 바로 상사들의 회의에 난입해 '이의있습니다'라고 말한 장면이었다. 임시완은 "의도적으로 회의를 헤집는 장면인데 찍으면서도 재미있었다. 이 장면들이 작품을 하게 된 계기라고 봐도 무관하다. 이 장면을 통해 황동주 캐릭터가 정말 매력적이라고 생각하게 됐다"며 "촬영 시기가 한창 작품을 찍고 있을 때였는데 어떻게 하면 조금 더 매력적으로 황동주 표현할 수 있지 감독님과 많은 의논을 했다"고 공 들인 장면이라고 설명했다.
'트레이서' 이전 국세청을 소재로 한 드라마가 바로 떠오르지 않을 정도로 대중적인 소재가 아니었다. 대중에 익숙하지도, 미디어에 자주 노출되지도 않은 직업인 만큼 준비 과정에서 고충이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임시완은 "전직 국세청 종사자들을 만나 자문을 구했다"고 말했다.
"국세청이 익숙한 소재가 아니라서 어떤 모습이 국세청에 몸 담은 사람의 언행일지 고민했어요. 전직 국세청 종사자들을 찾아가 자문을 구하기도 하고 국세청 탐방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 분들이 '결국은 국세청도 다 사람 사는 곳'이라고 하더라고요. 굉장한 힌트가 됐습니다. 그 뒤로 국세청 사람들을 묘사하려고 노력하지 않게 됐습니다. 제게는 중요한 준비 과정이었어요."
국세청 업무가 나오는 만큼 무거운 부분도 있다. 이에 대해 임시완은 "'트레이서'는 퇴근 시간 이후에 가볍게 맥주 한 캔 하면서 보는 오락 드라마라고 생각한다. 교육용 드라마가 아니다"라고 선을 그은 뒤 "사실 국세청 업무와 '트레이서' 속 조세 5국의 업무는 상당히 다른 지점이 있다. 오만가지
임시완은 또 국세청과 관련된 이야기가 나오자 "저는 세금을 더할 나위없이 잘 내고 있다. 5월에 종합소득 신고도 잘한다"고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인터뷰②에서 계속)
[김소연 스타투데이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