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여정이 글로벌 프로젝트 '파친코'에 출연한 소감을 밝혔다. 사진|애플TV |
영화 ‘미나리’로 한국 배우 최초로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우조연상을 받은 배우 윤여정(75)이 이번엔 ‘파친코’로 돌아왔다.
윤여정은 애플TV+ 오리지널 시리즈 ‘파친코’에서 모든 역경에 굴하지 않는 강인한 여성 선자 역을 맡아 열연했다. 동명의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도서를 원작으로 한 ‘파친코’는 금지된 사랑에서 시작되는 이야기로 한국 일본 미국을 오가며 전쟁과 평화, 사랑과 이별, 승리와 심판에 대한 잊을 수 없는 연대기를 그리는 작품이다. 한국 이민자 가족의 희망과 꿈을 섬세하고 따뜻하게 담아냈다.
윤여정은 일제강점기 전후 조선인들의 삶을 담은 ‘파친코’에 대해 “저희 어머니가 1924년생이라 그 시절 분이실 거다. 저도 해방 후 태어나서 그 시절을 정확히 모른다. ‘파친코’를 통해 너무 많은 걸 배웠다. 제 아들 모자수 역으로 출연한 배우 박소희가 ‘자이니치’(일본에 살고 있는 한국인 또는 조선인) 역이었다. 자이니치와 재일교포는 다르다고 하더라. 굉장히 프라이드가 있다. 그들은 재일동포지만 일본인이 되지 않은 한국인이다. 촬영하면서도 가슴이 아팠고 (역사를) 많이 배웠다”고 말했다.
극 중 선자는 일본에서 일본인에게 손가락질받으면서도 김치를 판다. 젊은 시절 미국으로 건너가 생활한 적이 있는 윤여정은 선자와 공감 됐겠다는 반응에 “나와 선자는 상황이 달랐다”면서 “잘못 알려져 있는데 나는 미국에서 일하진 않았다. 이혼한 후에 살려고 일을 한 거다. 미국에서 살 때는 일을 안 했다”고 밝혔다.
이어 “살려고 일을 할 때는 이게 힘든 일인지 아닌지 모른다. 선택지가 없으니까. 이것밖에는 할 일이 없으니 하는 거다. 힘든지도 모르고 한다. 선자가 할 수 있는 일은 김치를 만들어서 어딘가에 파는 것뿐이다. 힘든지도 모르고 하는 거다. 내가 살아보니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 설명했다.
영화 ‘그것만이 내 세상’ 당시 경상도 사투리 연기에 어려움을 호소한 그는 ‘파친코’에서도 사투리를 연기해야 했다.
이에 윤여정은 “‘그것만이 내 세상’ 했을 때도 사투리 때문에 연기를 망쳤다. 사투리에 너무 집중해서다. 나중에 이우정 작가한테 물어보니까 그곳에서 태어나지 않으면 못한다고 하더라. 액센트 포인트만 줘야 하는 거라고 하더라. 그래서 사투리 코치한테도 제가 가르치지 말라고 했다. 사투리를 하려니까 연기에 집중을 못 하겠더라. 선자가 일본에서 열여섯에 넘어가 늙지 않나. 아마 사투리를 다 잊었을 거라고 생각했고 그래서 저를 내버려 두라고 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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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여정이 '파친코'에서 호흡을 맞춘 진하를 칭찬했다. 사진|애플TV |
극 중 손자로 출연한 진하와 호흡은 어땠을까. 윤여정은 “진하와 촬영한 첫 장면이 기차역 장면이었는데 한국인들은 배우라고 하면 키가 크고 잘생긴 이민호 같은 사람을 생각하지 않냐. 저는 심지어 늙었으니까 얼마나 편견이 많았겠냐. 처음 봤을 때 작고 그렇게 잘생기지도 않았다. 애플에서 몇 달이나 오디션을 봤다고 하길래 뭐하러 그렇게 했나 싶더라. 그런데 첫 장면을 찍자마자 잘한다 싶었다. 배우는 배우끼리 안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또 그는 “가수나 퍼포머랑 배우가 다른 게, 우리는 같이 느끼고 같이 해야 한다. 나 혼자만 연기할 수 없다. 그래서 내가 모노드라마 하는 걸 싫어한다. 얘하고 내가 하는 순간엔 얘는 손자고 나는 오랜 세월 산 할머니다. 내 나이에 맞는 역할이라 좋았다”고 이야기했다.
한국계 미국인들이 대거 참여한 글로벌 프로젝트에 출연한 소감을 묻자 “난 1970년대에 미국의 조그마한 동네에 살았다. 내 친구들은 다 미국 사람인데 내가 영어를 못하니 잘 도와줬다. 그때 인종차별을 하나도 못 느꼈다. 전혀 몰랐는데 진하와 같은 나이대의 사람들이 그걸 많이 느낀다고 하더라. 그들이 국제고아라고 생각했다. 한국말을 못 하니 한국에 와도 이상하고, 미국에서도 미국 사람이 아닌 거다. 그래서 이런 프로젝트를 하려고 한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미나리’ 때에도 정이삭 감독을 도와주고 싶었다. 마음속에 그런 생각이 있나 보다. 다 우리 아들과 같은 상황인데, 뭔가를 만들려고 하니 돕고 싶다. 사람 마음은 돈으로 살 수 없는 거다. 그런 마음이 있어서 이런 작품에 참여하는 거다. 글로벌 프로젝트니까 해야지 이런 마음은 없다”고 털어놨다.
↑ 윤여정이 '미나리'로 오스카상을 수상한 후 달리진 점은 없다고 말했다. 사진|애플TV |
윤여정은 ‘대한민국 콘텐츠 업계가 윤여정을 중심으로 돌아간다’는 표현에 대해서는 “나를 중심으로 돌아갈 리는 없다”며 손사래를 쳤다. 이어 “원작 소설 자체가 선자가 늙어서 과거를 돌아보는 내용이다. 처음 이 작품 출연을 제안받았을 때는 오스카(아카데미 수상) 전이다. 여러분들이 나에게 이렇게 큰 관심이 생기기 전이다. 콘텐추 업계가 나 위주로 돌아간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나는 그렇게 바보가 아니다”며 웃음을 터트렸다.
‘미나리’로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우조연상을 받은 후 달라진 점은 없을까. 그는 “하나도 없다. 난 똑같은 친구와 놀고 똑같은 집에 산다. 하나 감사한 건 진하 나이에 탔으면 둥둥 떠다녔을 거다. 그래서 정말 내 나이에 감사해보긴 처음이다. 나도 늙는 게 싫은데 아카데미를 만약 30~40대에 탔다면 붕붕 떠다녔을 거다. 상은 받는 순간엔 기쁘지만, 상이 날 변화시키진 않는다. 나는 나로 살다가 죽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얼마 전 배우 스티븐 연을 만났는데 너 상 안 타길 잘했다고 했다. 노미네이트된 것만으로도 괜찮은 거라고, 지금 그거 탔으면 지금의 네가 아니라고 했다. 난 정말 운이 좋았던 것 같다. 봉준호 감독이 ‘기생충’으로 노크를 했고, 그다음에 ‘미나리’가 우여곡절 끝에 아카데미에 올라갈 수 있었다. 그냥 운이었다고 생각한다”고 겸손하게 덧붙였다.
옆에서 이를 듣고 있던 진하는 윤여정을 향해 “정말 받으실만한 상을 받았다”며 존경심을 드러냈다.
마지막으로 윤여정은 “‘파친코’는 한 가족의 장대한 80년 역사를 좇는다. 소설하고 다르다. 각색했다. 저는 보고 만족했다. 봉준호 감독 말마따나 자
‘파친코’는 총 8개 에피소드로 이루어져 있으며, 25일 3개 에피소드 공개를 시작으로 4월 29일까지 매주 금요일 한 편의 에피소드를 공개한다.
[양소영 스타투데이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