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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영옥이 부른 `천개의바람이 되어` 무대. 사진|JTBC |
뭐 다음 소절도 필요 없었다. 배우 김영옥(85)이 떨리는 목소리로 첫 소절을 부를 때 마음을 빼앗겼다.
소녀처럼 원피스를 곱게 차려입은 김영옥은 두 손으로 마이크를 꼭 잡고 노래를 이어갔다. "나는 잠들어 있지 않아요. 제발 날 위해 울지 말아요. 나는 천개의 바람, 천개의 바람이 되었죠. 저 넓은 하늘 위를 자유롭게 날고 있죠"
김영옥의 뒤로는 배우 김영옥의 지난 세월을 응축한 듯한 표정의 사진이 걸렸고 노래 가사처럼 천개의 바람에 넘실대는 들판이 펼쳐졌다.
김영옥은 떨리는 목소리로 노래를 이어 나갔다. "아이구 틀렸어"라고 수줍은 몸짓으로 실수를 탄식해가면서도 곱게, 떨림 가득하게, 그리고 무엇보다 가사라기 보다 김영옥의 당부인듯 "죽었다고 생각 말아요. 나는 천개의 바람, 바람이 되었죠"라고 노래했다.
마지막 반주가 멈추고 "나는 잠들어 있지 않아요. 제발 나를 위해 울지 말아요"라는 독백 같은 가사를 읊조리던 김영옥의 떨리는 목소리는 지금도 귓가를 맴돈다.
지난 14일 첫 방송된 JTBC 예능프로그램 ‘뜨거운 씽어즈’(연출 신영광)는 배우들로 구성된 합창단(가수 권인하도 있다) 도전기다. 오디션과 트로트에 지친 귀에 다른 장르의 노래를 들을 수 있겠구나 정도 외에 큰 기대까지는 없었다. 노래 잘하는 사람 몇 명, 그저 그런 사람 몇 명을 섞어 합창단을 만들고 연습하고 또 연습해 감동의 화음을 선사할 것이라는, 보면 감동이지만 안 봐도 예상되는 진행에 대한 학습효과였다.
그런데 김영옥의 노래가 천개의 바람처럼 마음을 휩쓸어놓았다. 나문희 장현성 이서환 우현 등 합창단원들이 걸어온 길을 담아 자기 소개를 하고 선택 곡을 부를 때마다 크고 작은 감동 혹은 어깨 들썩거리는 경쾌함을 안겼는데 그중에서도 유독 김영옥의 노래가 가슴 속으로 걸어들어왔다.
'천개의 바람이 되어'는 미성의 팝페라 테너 임형주가 부른 곡이다. 노래 가사만 봐도 알겠지만 추모곡으로 널리 쓰였다.
노래는 부르는 사람이 누구냐에 따라 다른 맛과 감동을 선사하는게 묘미다. 유명한 곡일수록 원곡자를 능가하기 어렵지만 완전한 편곡이나 전혀 다른 목소리의 주인공이 불러 간혹 화제가 된다.
김영옥의 '천개의 바람이 되어'가 주는 뭉클함은 그 이유가 좀 다르다. 85년 인생을 살아왔고, 지나온 날 보다는 앞으로 남은 날이 짧을 것을 알고 주위를 돌아보는 그이기에 김영옥이 부른 임형주의 노래가 아니라, 그저 김영옥의 노래가 됐다.
김영옥은 “내세에서도 바람이 되어 열심히 사는 건 부산하고 힘들겠다는 생각을 했지만 그래도 바람이 되면 좋겠다”며 "사람이 다 그렇다. 우여곡절이 있고 별의별 일이 많으니까"라고 인생을 돌아봤다.
사랑을 하면 사랑 노래만 들리고, 이별 하면 이별 노래만 들린다. 자석처럼 내 사연 같은 가사가 쏙쏙 당긴다. 김영옥은 노래를 빌어 훗날의 당부를 남겼다. 평소 대사 전달이 그렇게 정확한 김영옥은 내내 떨며 노래했다. 카랑카랑하면서도 고왔고, 중심을 잃지 않으면서도 흔들렸다.
누가 "김영옥이 노래를 잘
[성정은 스타투데이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