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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명관 감독이 '뜨거운 피'로 감독 데뷔하는 소감을 밝혔다. 사진|키다리스튜디오 |
베스트셀러 소설 ‘고래’의 작가 천명관(58)이 영화 ‘뜨거운 피’로 감독 데뷔에 나섰다.
천명관 작가가 메가폰을 잡고, 김언수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뜨거운 피’는 1993년 범죄와의 전쟁 선포 이후, 더 나쁜 놈만이 살아남는 곳 부산 변두리 포구 구암의 실세 희수(정우 분)와 그곳에서 살아남기 위한 밑바닥 건달들의 치열한 생존 싸움을 그린 작품이다.
천명관 감독은 데뷔작 ‘뜨거운 피’ 개봉 소감을 묻자 “시간도 오래 걸렸고, 그 과정은 우여곡절도 많았고, 지금 정신이 없다. 그렇게 감회를 느낄만한 여유도 없다. 그렇지만 결과를 보게 되니까 후련하기도 하고 설레는 마음도 있고 그렇다”고 밝혔다.
김언수 작가의 제안으로 ‘뜨거운 피’ 연출을 맡게 됐다는 그는 “김언수 작가가 소설이 출간되기 전 원고를 보여주고 연출을 해달라고 제안했다. 김언수 작가가 소설 쓰는 과정에서 틈틈이 원고도 봤고, 같이 이야기도 나눴다. 김언수 작가가 부산의 낙후된 지역 출신인데, 고향 이야기를 들려줄 때마다 소설로 써봤으면 하고 권했다. 그리고 이게 소설로 나오니까 이 이야기를 가장 잘 이해하고 구현할 수 있다면 형이 적임자가 아니겠냐고 하면서 연출을 제안하더라. 영화를 만든 적이 없으니까 뜻밖의 제안이라 놀랐다. 제가 ‘이것이 남자의 세상이다’를 쓰고 있었고, 그걸로 감독 데뷔를 하려고 했는데, ‘뜨거운 피’ 제안을 받게 됐다”고 설명했다.
또 연출을 맡게 된 결정적 이유에 대해 “이야기가 너무 재미있고, 제가 생각하는 건달의 이야기가 잘 녹아있었다. 다른 조폭 영화라고 하면 검은 양복 입고 몰려다니고, 검은 차가 떠오는 게 공허하더라. 저 사람들은 뭘 먹고 살지 싶었고, 조폭들이 싸우는 이유가 현실적인 이유가 아닌 다른 이유들로 싸우고 그러더라. 저는 돈으로 인해 벌어지는 이야기가 어른들의 이야기라고 생각했고, 소설에 그런 이야기가 있어서 제가 연출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부연했다.
마틴 스코세이지,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브라이언 드 팔마 감독 등을 보며 영화에 대한 꿈을 키워왔다는 그는 “어릴 때부터 영화는 두 가지 종류가 있다고 생각했다. 하나는 경찰이 주인공, 하나는 마피아인 영화”라며 “‘스카페이스’ ‘대부’ 등을 보면서 영화에 대한 꿈을 키운 세대다. 거기서 나왔던 수많은 인물과 표현을 참고했다”고 귀띔했다.
아울러 ‘뜨거운 피’ 촬영장에서 누구도 상처받지 않기를 바랐다며 “고사를 지낼 때 영화를 만들면서 아무도 정신적으로 신체적으로 상처받지 않는 현장이길 바랐다. 저도 처음이라 신뢰와 존중이 있는 분위기에서 일하려고 했다. 그런 지점에 있어서는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연출적인 부분도 열어 놓고 했다. 촬영 감독님이 마음껏 기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고무시키려고 노력했고, 음악도 그렇다. 배우들이 연기를 할 때 제약보다는 그 안에 있는 좋은 걸 끄집어내려고 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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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명관 감독이 `뜨거운 피`를 연출하며 신경 쓴 부분을 털어놨다. 사진|키다리스튜디오 |
부산을 배경으로 한 ‘뜨거운 피’에서 배우 정우 최무성 이홍내 등은 리얼한 사투리로 몰입감을 높인다.
천명관 감독은 “저는 부산 사람이 아니라 가장 힘들었던 부분 중 하나가 사투리였다. 감독이 하는 것 중에 배우들이랑 어떤 연기를 만들어내는지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연기라는 건 대사를 통해서 드러나는데, 사투리 뉘앙스를 몰라 확신이 없어서 어려웠다. 저희 영화의 캐릭터들은 배우들이 많이 만들었다. 저는 지켜보면서 배우들과 의논하고 영화의 범위나 톤을 벗어나는 경우엔 제어했다. 그렇지 않은 경우엔 자신이 잘 맞는 스타일을 찾도록 도와주려고 했다. 김갑수 선배 빼고는 다 경상도 사람이었다. 부산, 양산, 안동 출신들이 많았고, 네이티브 스피커라 자연스러운 사투리 연기가 나온 것 같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무엇보다 만리장 호텔의 지배인이자 평범한 삶을 꿈꾸는 구암의 실세 희수 역을 맡아 극을 이끈 정우에 대해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정우는 정말 잘하고 싶어 했고, 자신을 채찍질하며 정말 열심히 연습하고 고민했다. 제가 심지어 너무 그렇게 하지 말고 바람도 쐬고 여유 있게 하자고 할 정도로 본인을 다그쳤다. 저는 배우가 시나리오 보고 준비하면 생각해본 대로 하게 하고 크게 벗어나지 않으면 그렇게 만들어진 인물을 ‘뜨거운 피’ 안으로 끌어와 일치되는 지점을 찾으려고 노력했다. 희수라는 인물은 제가 시나리오를 쓰고 캐릭터 만들었지만, 그걸 구현하고 잡아나간 건 정우”라고 힘주어 말했다.
그러면서 “제가 처음에 이미지로 그렸던, 시나리오 쓰면서 보았던 희수와 정우가 생각한 건 차이가 있었는데, 내가 생각한 걸로 끌고 오려고 하기보다 정우가 생각한 희수가 조금 더 현실적이고 매력적이고 에너지가 있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잘됐다고 생각했고, 정우와 일을 한 건 매우 성공적”이라며 애정을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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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명관 감독이 '뜨거운 피'에서 활약한 정우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사진|키다리스튜디오 |
물론 영화를 만들면서 힘든 점도 많았다. 그는 “영화는 보여주는 시간이 두 시간으로 정해진 장르라는 것을 뼈저리게 깨달았다. 저는 소설을 쓰면 길게 쓴다. 하고 싶은 이야기 다 하고, 주인공뿐 아니라 주변 인물들의 과거나 배경을 친절하게 설명하기도 한다. 그런데 그렇게 영화를 만들면 4시간짜리 영화가 나올 거다. 시나리오 쓸 때는 그것을 엄격하게 염두에 두지 않았는데, 최종 편집본이 3시간 반이 나오더라. 그걸 2시간으로 만드는 지난한 작업이 있었고, 그 과정에서 영화는 2시간의 형식을 가진 장르라는 걸 깨달았고, 그점이 어렵더라”고 털어놨다.
영화 공개 후 여성 캐릭터들이 남자 주인공의 각성 도구나 배경으로 쓰인 것 같다는 평에 대한 생각도 밝혔다.
그는 “원작에 기대다 보니 여성 캐릭터가 많이 등장하지 않는다. 소위 ‘알탕 영화’라는 말도 있다. 저희도 그 범주에 속해있다. 여성 캐릭터들이 희생자거나 각성의 도구로 쓰였다는 점에서 한계를 인정한다. 영화 안에서 여성의 역할을 조금 더 주체적이면 어떨까 고민했는데, 1990년대 부산 건달의 삶이 어땠을까 생각해볼 때 개연성이나 시대성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혹시 그런 점이 불편했다면 저의 여성관은 아니다. 그야말로 건달들의 여성관이다. 그걸로 변명하지 않겠다. 다른 영화에 부족한 부분을 조금씩 채워나갈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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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명관 감독이 연출하면서 어려웠던 점을 털어놨다. 사진|키다리스튜디오 |
천명관 감독은 앞서 연출 데뷔작으로 생각했던 ‘이것이 남자의 세상이다’를 차기작으로 준비 중이다.
한창 시나리오 작업 중이라는 그는 “제 소설 ‘고래’나 ‘나의 삼촌 브루스리’는 다른 제작사에서 드라마화를 준비 중이다. 제가 연출 제안도 받았지만, 할 생각이 없다. 두 작품을 쓰면서 많은 시간을 보냈는데, 이걸 영화화하겠다고 2~3년 시간을 보내는 게 아깝다. 제가 쓴 작품을 다른 작가나 감독이 만든 걸 보고 싶다. 오히려 어떻게 만들까 궁금하고 보고 싶다. 저는 그것 말고 새로운 이야기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뜨거운 피’는 밑바닥에서
[양소영 스타투데이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