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①]김혜수 “소중했던 ‘소년심판’, 책임·부담감 역대급”

↑ ‘소년심판’으로 컴백한 배우 김혜수. 제공｜넷플릭스

“그 어느 때보다 무거운 책임감으로 임한 작품이에요. 이렇게 미디어가 순기능을 할 수 있는, 다채롭고도 균형 있는 시각으로 방향성을 제시하는 작품이 나오기 쉽지 않잖아요. 소중한 만큼 정말 제대로 잘 해야겠다는 마음 뿐이었어요. 우리 모두가.”
배우 김혜수(52)가 돌아왔다. 한층 묵직하고도 예민하게 또 멋스럽게. 넷플릭스 새 한국 드라마 ‘소년심판’을 통해서다.
‘소년심판’(연출 홍종찬)은 소년범을 혐오하는 판사 심은석이 한 지방법원 소년부에 부임하면서 마주하게 되는 소년범죄와 사건을 담당하는 판사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극 중 이성적이고 냉철하게 소년 범죄를 다루는 판사 심은석을 연기한 김혜수는 “초지일관 혐오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실체를 혐오하되 실체에 대한 태도, 책임에 대해 끊임없이 고뇌하고 행동하는 인물이다. 그게 우리 작품을 관통하는 주제와 굉장히 밀착돼 있기에 무거운 책임감을 가지고 진정성을 담아 연기했다”고 말했다.
“겉으로 봤을 땐 소년범죄, 소년범을 혐오하고 저주하는 판사 같지만, 실체를 냉철하게 바라보되 실체 이면에 어떤 것들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하고, 어떤 문제를 고려해야 하고, 어떤 것들을 이후 염두에 두고 관심 가져야 하는지 고르게 생각하고 행동을 하는 아주 이상적인 판사라고 생각해요. ‘심은석’에게 집중하고 그의 신념을 유지하는 자체가 중요했어요. 고도의 집중력이 필요했죠.”

↑ ‘소년심판’ 김혜수 스틸. 제공｜넷플릭스

그는 “매 작품마다 최선을 다하지만, 이번 작품의 경우는 현장에서 서있을 기운이 없을 정도로 준비하고 나갔던 것 같다. 논의하고 다시 확인하고, 준비하는 과정의 무한 반복이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장에서 버틸 수 있었던 건 이 작품이 내포하고 있는 의미, 메시지였다. 제대로 잘 만들어져서 많은 분들이 공감하고 인식이 조금이라도 달라질 수 있다면 하는 바람이 정말 커서 이 작품을 한 순간도 놓치지 않고 잘해내고 싶은 마음이 뿐이었다”고 진심을 전했다.
그래서일까. 작품 속 그녀의 연기는 그야말로 완벽했다. 연기를 넘어 작품이 내포한 메시지, 던지는 질문에 많은 이들이 귀 기울이고 있다. ‘소년 범죄’는 결코 가해자만의 문제가 아니라 부모의 무관심과 가정 폭력, 나아가 어른들의 무책임한 방임, 구멍이 숭숭 난 사회 시스템 속에서 기인 된 범죄임에 공감하고, 한층 깊어진 ‘담론’이 형성되고 있다.

↑ ‘소년심판’에 담긴 메시지와 진정성을 강조하는 김혜수. 제공｜넷플릭스

그는 “작품 속에는 마음을 뒤흔드는, 여전히 기억에 남는 대사들이 무수히 많다. 특히 첫 회와 마지막 회에 '저는 소년범을 혐오합니다'라며 선포하듯 내뱉는 대사나 '처분은 소년들한테 내렸지만, 그 처분의 무게는 보호자들도 함께 느껴야 한다'는 대사가 귓가에 맴돈다”며 “소년 범죄자에게 변명의 여지를 주려는 것이 아니라 그 범죄 이면에 우리 사회가 범죄에 어떤 부분이 책임이 있고, 어른들은 얼마나 관심을 두고 아이들을 책임 있게 이끌었는지 등을 생각하게 하는 대사다. 개인적으로 스스로에게 던진 질문이자 다짐이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작품을 선택할 때만 해도 소년 범죄에 꽤 관심이 있는 편이라고 생각했는데, 작품을 준비하며 법관들의 이야기를 듣고 재판을 경험하고 나니 내 관심이 분노하고 슬퍼하는 감정적인 접근이었다는 걸 알게 됐다. 소년범을 바라보는 시선 자체가 편협 됐다는 걸 깨달았을 때, 나 같은 사람이 많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라고 되돌아 봤다.
더불어 “처음 작품을 준비하는 시작점부터 작품이 진행되고 후반 작업이 이뤄질 때까지 기술적인 측면뿐만 아니라 오로지 메시지에 대한 진심을 가지고 모두가 한마음으로 임했다. 소년범죄를 어떻게 바라봐야 한다고 강요하는 작품은 아니지만, 소년범에 대한 의견을 지인들 간에 말해보는 대화의 시작점이 되길 진심으로 바란다”고 덧붙였다.
“가장 기억에 남는 반응이요? 저와 가장 가까운 지인 한 분의 말이었어요. 무거운 소재인 만큼 마음을 먹고 첫 회를 봤는데 멈출 수 없어 끝까지 봤다고 하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