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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기하가 새 솔로 앨범 `공중부양`으로 3년 만에 솔로 아티스트로 컴백했다. 사진|두루두루 아티스트 컴퍼니 |
또 한가지, 이 음반엔 베이스가 없다. 처음부터 안 넣으려던 건 아니었는데, 일단 내 목소리부터 쭉 녹음하고 더 필요한 최소한의 소리만 요것저것 추가해서 만들다보니 다섯 곡 모두 베이스 없는 음악이 되어 버렸다. 디딜 땅을 잃은 채 둥둥 뜬 음악.' - 장기하 새 앨범 '공중부양' 앨범 소개 中
장기하(40)가 돌아왔다. 10년 밴드 생활을 청산하고 꽤 긴 시간 조용히 지내더니, 어느 날 불쑥 '공중부양' 했다. 그 자신을 꼭 닮은 음악과 함께.
지난 달 22일 공개된 장기하의 '공중부양'은 2008년 당대 문화계를 휩쓴 '싸구려커피'로 가요계에 자신의 이름 석 자를 각인시킨 뒤 무려 10여년 만에 내놓은 솔로 앨범이다. 밴드 장기하와 얼굴들로 10년 동안 알차게 활동하고 2018년 12월 돌연 팀 활동에 마침표를 찍은 그가, 뮤지션으로서는 무려 3년 여 은둔(?) 생활을 마치고 내놓은 첫 복귀 작품이기도 하다.
그는 수면 위로 공중부양(!) 하기 전, 독특한 제목과 가사의 선공개 싱글 '2022년 2월 22일'로 청중을 향해 생존신고를 했다. 그리고서 내놓은 '공중부양'을 통해, 그는 장기하라는 뮤지션의 차별화된 존재감을 아주 확실히 보여줬다.
컴백을 맞아 모처럼 화상 인터뷰로 스타투데이를 만난 장기하는 모처럼의 활동에 조금은 상기된 듯도 했지만 '무위' 예술인의 모습으로 담담하게 소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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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솔로 컴백한 장기하가 항간에 떠돌던 은퇴설에 대해 입을 열었다. 사진|두루두루 아티스트 컴퍼니 |
"밴드는 해체했지만 은퇴는 아니라고 분명히 말씀 드렸는데, '은퇴했는데 앞으로 뭐 할거냐'고 묻는 사람들이 있었어요. 같은 이야기를 해도 사람마다 다르게 이해하는구나 싶었죠."
솔로 아티스트로 새롭게 시작하는 소감도 전했다.
"아직 실감이 잘 안 나요. 약 3년 반 정도 됐는데, 주변 지인들에게 '이러이러한 일정이 잡혀있다'고 말하면 '너 연예인이었구나' 하는 반응도 있었죠. 사실 그 부분은 나도 잊어버리고 있던 부분이라, 내가 어디 가서 뭐 하는 사람이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정신을 가다듬고 보니, 떨리기도 하고 설레기도 해요. 음반 작업을 하면서, 음악 좋다는 피드백을 너무 많이 받아서 마음이 한결 편해진 기분입니다."
다시 홀로 서면서, 장기하가 가장 먼저 한 작업은 그 자신의 정체성을 찾는 일이었다. 밴드 장기하와 얼굴들로 활동하며 잠시 내려놨던, '진짜 장기하 찾기' 말이다.
"새 음반을 만들면서 장기하라는 뮤지션의 가장 중요한 정체성은 무엇일까에 대한 질문을 저 자신에게 던지는 데 2년 정도 쓴 것 같아요. 제가 내린 결론은, 내 목소리라는 생각이 들었죠. 내 목소리를 내 목소리답게 활용해서 음악을 만드는 것. 그 외에는 아무래도 상관 없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장얼(장기하와 얼굴들)과 비교했을 때 내 목소리를 목소리답게 활용하는 방법은, 비슷하게 활용하더라도 나머지 것들은 그 정체성에 맞게 어떤 사운드에 붙여도 되게 결과물이 나왔죠."
그는 2008년 '싸구려 커피'와 이듬해 '별 일 없이 산다'를 연달아 히트시키며 명실상부 그만의 음악세계를 일찍이 대중에 선보인 바 있다. 13년 만에 솔로 뮤지션으로 돌아온 그의 마음가짐에는, 음악에는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그는 "아예 다른 것 같다"며 진지하게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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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솔로 컴백을 앞두고 긴 시간 자아 찾기에 몰두한 장기하가 찾은 답은 그 자신의 목소리였다. 사진|두루두루 아티스트 컴퍼니 |
장기하는 "그럼에도 비슷한 점은, 어떤 점에서는 내가 '초심따위 개나 줘버려'라는 가사를 썼음에도 불구하고 어떤 면에서는 초심으로 돌아갔다는 생각을 한다"고 말을 이어갔다.
"가장 나 다운 것 외에는 신경쓰지 말자였어요. 2008년에는 신경쓸 필요가 없었고, 먼 길을 돌아 지금 드는 생각은, 그때나 지금이나 맨 처음 생각이 맞는 것 같다(는 것). 나다운 게 맞는 것 같다 였어요."
장기하 본연으로 돌아가 약 1년에 걸쳐 제작한 이번 앨범 수록곡들의 사운드에서 눈길을 끄는 점은, 모든 곡에서 베이스가 빠졌다는 점이다. 이는 우연하면서도 의도된 작업의 결과다.
"내 목소리로 꽉 채우겠다기보다는, 나라는 뮤지션의 정체성은, 뭐가 어떻게 되어도 상관 없다는 생각에서 일단 편곡 이런 것도 없이 목소리를 먼저 녹음했어요. 그 다음에 이런 저런 소리를 붙이면 어울리겠다는 방식으로 한 건데, 그러면서도 생각했던 건, 이 목소리가 한 곡의 가요로서 인식되는 데 있어서 최소한의 소리만 넣자 였죠. 그렇다 보니, 처음부터 의도한 건 아닌데 다섯 곡 다 베이스는 빠졌어요. 결과적으로 그렇게 된 거고, 그러고 나서 결과적으로 생각을 해보니, 장얼 때와 많이 다르게 하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던 것 같아요. 장얼은 밴드 편성이기도 했지만 베이스가 굉장히 강조된 음악이었다는 생각이 드는데, 은연중에 베이스를 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다 보니 빼게 된 것 같습니다."
'뭘 잘못한 걸까요', '얼마나 가겠어', '부럽지가 않어', '가만 있으면 되는데 자꾸만 뭘 그렇게 할라 그래', '다'까지. 다섯 곡 중 타이틀곡은 3번 트랙 '부럽지가 않어'다. 곡에서 그는 '부러움'을 화두로 다양한 생각을 쏟아내는데, 속사포까지는 아니어도 장기하 특유의 래퍼 본능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본격 래퍼 데뷔냐 묻자 그는 "원래 나는 래퍼였다"며 유쾌하게 웃으며 곡에 대한 소개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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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기하는 신곡 `부럽지가 않어`를 통해 부러움의 감정을 극복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사진|두루두루 아티스트 컴퍼니 |
곡의 가사를 가만히 들여다보면 직설법인 듯, 반어법으로도 들린다. 이에 대해 장기하는 "기본적으로 들으시는 분들에 따라 달라질 거라 생각한다. 들으시는 분이 반어법이라 생각하시면 그게 정답이고, 부럽지 않은가보다 생각하시면 그게 정답이라 생각한다"고 현답을 내놨다.
검은 화면 속에 등장한 장기하의 두 손으로 시작해, 이후 장기하의 모션이 슬로우비디오처럼 펼쳐지고, 가사에 맞춘 듯 그의 손이 다시 곡을 해설하는 듯 연출된 뮤직비디오는 몹시도 독특하다. 영상은 때로는 장기하의 얼굴만 등장했다가, 얼굴이 사라진 그의 몸만 등장하기를 반복하다 결국 '손의 힘'을 느끼게 한다.
"노래 가사 자체는 처음부터 끝까지 부럽지 않다는 이야기였어요. 그런데 사실 어떻게 사람이 부러움을 모를 수 있겠어요. 겉과 속이 다른 또는 머리와 몸이 다른 느낌이 생각 난다고 했고, 한 사람의 몸인데 분리되어 움직이는 장면을 많이 연상한 것 같아요. 사람은 자유롭게 움직이는데 눈은 고정돼 있죠. 나는 부럽지 않다며 공중부양 하지만 눈은 부러움 대상에 고정돼 있다는 것. 손가락으로 동그라미를 그리기도 하고, 세모를 그리기도 하는데, 한편으론 부럽지만 또 한편으로는 부럽지 않은. 사람 자체가 분열돼 있는 걸 의도하셨다고 (감독님께) 들었어요."
신곡에 대한 주위 뮤지션의 반응도 전했다. 그는 "이적 형께 '부럽지가 않어'를 들려드렸는데, 들으시면서 깔깔깔 웃으셨다. 그 웃는다는 것은, 합격이라는 이야기"라는 리뷰를 전하며 빙긋 웃었다.
"또 저와 친한 카더가든 같은 경우 1번 트랙 '뭘 잘못한걸까요'를 특히 좋아한다고 얘기해줬는데, 너무 좋다고 얘기하다가 술이 조금 들어가니까 너무 좋아서 짜증나서 쥐어패고싶다 고 얘기하더군요 하하. 또 악동뮤지션 찬혁 씨도 짱이라고 해주셨고, 강산에 형님은 정말 기분이 좋다고, '싸구려 커피'를 처음 들었을 때의 기분 좋은 충격을 다시 한 번 느꼈다고 하시며 좋은 얘기를 많이 해주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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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기하는 솔로 앨범 `공중부양`을 통해 솔로 장기하의 출발점을 제시했다고 말했다. 사진|두루두루 아티스트 컴퍼니 |
"사실 '당신들은 이런 걸 귀기울여 들여야 한다'고 생각하고 만들진 않아요. 어떻게 들어주시던 감사하지만, 저도 음악을 만들어놓고 청자 입장에서 다시 생각해보면, '부럽지가 않어' 가사를 들으면서 부러움이라는 감정이 요즘 시대 중요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죠. 부러움을 이용해서 장사하는 사람이 많고, SNS 시대에 부러움이라는 감정을 콘트롤 못 하면 정신적으로 힘들어지는 시대인 것 같아요. 이 노래가, 물론 자랑조로 썼지만, 생각해보면 사실은 그 누구도 부러워할 필요는 없다는 내용이거든요. 여러분이 부러움을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된다면 굉장히 기쁠 것 같습니다."
'솔로 장기하'의 음악적 목표는 무엇일까. 그는 "이번 음반은 지난 3년의 결과물이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솔로 장기하의 기본값을 보여드린 것이라 생각한다"며 "솔로 장기하의 어떤 출발점을 제시한, 자기소개서 같은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떤 결과, 작품이다라기보다는, 내가 이 정도 지점에 좌표를 찍었다는 것이고 들으시는 분들에게는 앞으로 지켜봐달라는 의미"라며 "또 다른 창작자
장기하는 17일부터 20일, 그리고 24일부터 27일까지 서울 한남동 더줌아트센터에서 음반과 동명의 제목으로 2주간 공연을 진행한다. 공연은 일찌감치 매진됐다.
[박세연 스타투데이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