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잔류' 이근 "걱정 감사하지만 현장상황 심각…돌아갈 수 없다"

↑ 이근 전 대위. 사진｜이근 인스타그램

국제의용군에 지원하겠다며 우크라이나로 떠난 해군특수전전단(UDT/SEAL) 출신 이근(38) 전 대위가 생존신고와 함께 "돌아갈 수 없다"며 우크라이나에 남아있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혔다.
15일 이 전 대위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살아 있다"며 "내 대원들은 우크라이나에서 안전하게 철수했다"고 현지 상황을 전했다.
특히 그는 자신을 둘러싼 사망설을 언급하며 "나는 혼자 남았다. XX 할 일이 많다. 가짜뉴스 그만 만들어라"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 "임무 수행 완료까지 또 소식 없을 거다. 연락하지 마라. 매일 전투하느라 바쁘다"며 해당 글을 삭제할 것이라고도 했다.
실제로 해당 글은 삭제됐다. 하지만 이후 이 전 대위는 '서울경찰청 국제범죄수사2계'라는 이름으로 저장된 누군가와 나눈 모바일 메신저 대화 캡처샷을 올리고 우크라이나에 남아 계속 전투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다졌다.
그의 메신저 캡처에 따르면 '서울경찰청 국제범죄수사2계'는 이 전 대위에게 "대한민국 군인으로서 국가와 국민을 위해 희생하셨던 점을 높이 기리고 있습니다. 제 마음을 이해하실 겁니다. 외교부에 긴급 협조할 부분이 있을까요. 지금 계신 위치를 지도로 확인해서 보내주시면 외교부 통보해서 재외국민 보호를 요청하겠습니다. 현재 어디에 계시나요. 우크라이나이며 현지 외교부 임시 사무소가 있습니다. 안전하게 귀국하도록 외교부에 요청하겠습니다"라고 간곡하게 귀국을 권했다.
하지만 이 전 대위는 "외교부, 경찰청, 국민 여러분. 모두 걱정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하지만 제가 지금 한국으로 돌아갈 수가 없습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지금 현장 상황이 많이 심각하고 모든 파이터가 철수하면 여기 더 이상 남을 게 없을 겁니다. 최선을 다해서 우크라이나를 도와드리겠습니다. 나중에 귀국할 때가 되면 그때 연락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라고 전했다.
앞서 온라인상에선 이 전 대위의 사망설이 나돌기도 했으나, 우리 정부는 이근 일행의 신변엔 이상이 없는 것으로 파악했다.
또 주간조선은 이날 온라인판 기사를 통해 이 전 대위가 수도 키이우 (키예프)까지 진입한 뒤 폴란드로 다시 돌아오려했으나 실패했다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정부 소식통은 "이근 대위가 키이우까지 갔다가 생명의 위협을 느끼고 일행 4명과 현재 폴란드 국경으로 이동해 있다"고 말했다. 폴란드 당국의 반대에 부딪혀 현재 이 전 대위 일행은 국경 근처에서 계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대위는 지난 6일 인스타그램 등에 우크라이나 의용군에 지원해 현지로 떠난 사실을 직접 알렸다. 이후 우크라이나 현지 도착 소식을 알리며 "6·25 전쟁 당시 도와주셔서 감사하다. 이제는 우리가 도와드리겠다"고 말했다. 이어 "외교부는 시간 낭비하면서 우리 여권을 무효화하는 것보다 어떻게 지원할 수 있는지나 고민해보라"며 "우리는 최전방에서 전투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음은 이근 전 대위 인스타그램 글 전문>
외교부, 경찰청, 국민 여러분.
모두 걱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