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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5일 공개된 '소년심판'은 소년범을 혐오하는 판사 심은석(김혜수)이 지방법원 소년부에 부임하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담는다. 소년 범죄를 담당하는 각기 다른 가치관을 지닌 판사들의 이야기를 총 10부 작으로 그려냈다.
작품 속에는 가정 폭력, 성폭행, 살인 등의 범죄가 사실적으로 다뤄진다. 과거 뉴스를 통해 접했던 충격적인 사건들을 떠올리게 만드는 에피소드도 있다. 하지만 이를 바라보는 관점은 어느 한 쪽으로 치우쳐있지 않다. 소년범들을 무조건적으로 옹호하지도, 비난하지도 않는 균형감 있는 연출이 돋보인다. 이를 통해 작품이 던지는 묵직한 질문을 많은 이들의 가슴을 때리고 깊은 여운을 남긴다.
이들의 죄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동시에 그렇게 되기까지 영향을 미친 인물들과 사회의 이면을 치밀하게 조명한다. 옳고 그름을 쉽게 판단할 수 없는 문제에 대해 다양하고도 복합적인 시선을 보여주며 시청자들 스스로 생각하게 만드는 것. 서로 다른 신조의 판사들이 충돌하며 겪는 고뇌, 복잡하게 엮여 있는 관계에도 주목하며 진정한 웰 메이드의 힘을 보여줬다.
“그동안 내가 (소년 범죄에 대해 갖고 있는) 관심은 분노, 안타까움에 불과했다. 아주 감정적인 접근이었다”는 김혜수는 “‘소년 심판’을 통해 우리 사회의 역할이 무엇일지, 소년 범죄와 소년범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은 어때야 할지, 그리고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에 대해 근본적인 고민을 하게 됐다. 나의 부족함을 되돌아 보게 만드는 작품이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소중한 작품이기에 단 한 씬도 놓치지 않고 잘 해내고 싶었다. 때로는 제대로 서 있기 힘들 정도로 에너지를 쏟았고 무거운 책임감에 힘들었다. 함께 할 수 있어서 영광이었다”고 남다른 애정을 거듭 드러냈다.
그가 연기한 심은석은 소년범들에 대한 신뢰가 없기 때문에 갱생이 안 되는 존재라고 여기는, 이들은 자신의 행동에 합당한 처벌을 받아야 한다며 최고 처분인 10호 처분만 내리는 걸로 유명한 인물이다. 대놓고 “소년범을 혐오한다”고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알고 보면 그 누구보다 소년을 위해 헌신하고,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지 위해 모든 걸 내던지는 사명감이 투철한 판사이자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하고 한 발짝이라도 나아가기 위해 몸부림 치는 성숙한 어른이다.
김혜수는 작품을 향한 진심과 고민을 ‘심은석’ 안에 가득 담아 표현한다. 끊임 없는 고민의 흔적이 연기 곳곳에서 묻어 난다. 대사 한 마디, 표정, 몸짓 하나하나에서 배우의 책임감이 느껴진다. 그의 바람대로 심은석의 입을 통해 던진 질문에 국내·외 시청자는 함께 고민하고 소통하며 의미 있는 ‘담론’을 형성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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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연기한 ‘나근희’는 현실적으로 법정을 운용하는 인물. 턱없이 부족한 판사에 비해 매일 사건은 늘어가는 비효율적 시스템을 효율적으로 만들려면 재판을 신속하게 처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인물이다. 올바른 판단을 내리기 위해 사적인 감정을 배제해야 한다는 신념은 잘못 적용돼 피해자의 고통을 고려하거나 소년범에게 죄의 무거움을 알려주는 데 관심 갖지 않는 쪽으로 결론이 난다. 이에 반해 하나부터 열까지 세세하게 파고드는 심은석이 못마땅해 신경전을 펼친다.
그리고 마침내 나근희가 소년 범죄를 바라보는 그릇된 시선 때문에 심은석의 인생에 영향이 미쳤던 것처럼, 심은석 역시 나근희를 변화하게 만든다. 나근희는 “저 때문에 상처를 입었을 많은 분들에게 이 한마디를 대신하고 싶습니다. 미안합니다, 어른으로서”라는 진심어린 사과로 여운을 남긴다.
과거 드라마 '미스터 선샤인', '아는 와이프', '눈이 부시게', '타인은 지옥이다', '동백꽃 필 무렵', '한 번 다녀왔습니다', 영화 '기생충', '내가 죽던 날', '자산어보' 등에서 특유의 개성과 섬세한 표현력으로 캐릭터에 생명력을 불어넣어 온 그이지만 이번 만큼은 다소 지나치게 편안한(?) 인상을 준다.
덤덤하고도 이성적인 캐릭터를 기술적으로는 무난하게 표현했지만 ‘이정은’이라는 배우에 쏠린 기대감을 채울 만큼의 에너지는 느껴지지 않는다. 어색하게 느껴지는 장면도 더러 있다. 나근희 판사 만의 뚜렷한 색깔도, 미성숙한 한 평범한 어른의 일상성 모두 애매한 수준에서 그럭저럭 안전하게만 표현된듯하다.
4명의 판사들 가운데 가장 늦게 등장해 심은석과 숨은 사연을 지닌, 드라마틱한 변화를 맞는 인물이지만 기대했던 ‘한 방’을 제대로 날리진 못한듯하다. 김혜수와의 케미 역시 무난하다. 뻔한 서사에도, 혹은 짧은 등장에도, 매번 신선한 충격을 안기며 미친 몰입감을 선사했던 그녀이기에 아쉬움은 더 크다. 이 실망감은 오는 4월 첫 방송되는 그녀의 신작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에서 달래야 할듯하다.
한편, ‘소년심판’(감독 홍종찬·작가 김민석)은 3월
[한현정 스타투데이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