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시장은 중년 백인 남성, 도전자는 젊은 흑인 여성. 고담시의 새 시장을 뽑는 선거전이 치열하게 펼쳐지자, 고담의 엘리트 집단을 타깃으로 잔혹한 살인을 저지르는 극악한 악당 리들러(폴 다노)가 나타난다. 그러던 어느 날 시장이 자택에서 살해된 채 발견된다.
지난 2년간 고담시의 어둠 속에서 범법자들을 응징하며 ‘배트맨’으로 살아온 브루스 웨인(로버트 패틴슨)은 이 같은 끔찍한 살인 사건에 수사에 참여한다. 그는 탐정처럼 범인이 남긴 수수께끼 같은 단서를 하나씩 풀어나가며 ‘펭귄’이라 불리는 악당 오스왈드(콜린 패럴), 훗날 캣우먼이 되는 셀레나(조이 크래비츠), 리들러(폴 다노)를 차례로 만난다.
자신과 배트맨이란 두 개의 자아 사이에서 혼란스러워하는 인간적인 배트맨은 처절하고도 안쓰럽다. 그는 수호자라기보단 개인적인 복수에 집착하고, 상처를 마주하기 보단 헤집고 비틀고 자악한다. 단번에 악당을 소탕하기는 커녕, 리들러에 내내 뒤쳐지고 조력자 없이는 난관을 홀로 해결하지도 못한다. 그 긴 고뇌와 방황 끝에 마침내 진실에 접근하며 자신의 트라우마와 마주하고 ‘정의 실현’을 행하는 히어로 '배트맨'으로 성장한다.
장르적 쾌감에 차별화 된 연출, 여기에 스토리의 신선함을 함께 녹여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았겠지만 얻은 것과 잃은 것이 분명하다. 특히 성장의 과정은 상당히 지루하고 답답하다. 다이내믹한 에너지와 시원한 카타르시스, 다양한 볼거리 등 블록버스터의 미덕은 현저하게 감소했다. 특유의 유머와 센스, 스타일리시한 매력도 기대 이하. 포장지와 썩 잘 어울리는 알멩이는 아니라는 느낌도 더러 드는, 미스 매치다.
다행히 속편이 나온다면, 정체성을 찾은
[한현정 스타투데이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