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28일 방송된 KBS쿨FM '박명수의 라디오쇼'(이하 '라디오쇼')의 '전설의 고수' 코너에 대한민국 1호 프로파일러 권일용이 출연했다.
이날 DJ 박명수는 "프로파일러 초창기에는 어떤 일을 했는가. 심리 분석을 했나"라고 물었다. 이에 권일용은 "CSI에서 활동했을 때는 현장을 활발하게 돌아다녔다. 이후 프로파일러로 발령 받았는데 아무 일도 시키지 않았다. 뭘 시킬지도 모르겠으니까 그런 것 같다. 3개월 간 우울증도 왔다. 너무 무기력해졌다"라며 당시 상황을 회상했다.
사이코패스 범죄자들과 첫 만남에 대한 이야기도 했다.
박명수는 "강호순과 첫 만남에서 심부름을 시켰다고 한다. 사실인가?"라고 물었고, 권일용은 "맞다. 사이코패스 범죄자들이 얼마나 사람을 순식간에 조정하는지 알 수 있는 사례다"라고 입을 뗐다.
권일용 교수에 따르면 강호순은 권일용을 처음 마주한 순간 "나랑 대화할거면 물이라도 들고 와야지. 맨손으로 오냐?"라고 말했다고 한다.
권일용은 "같이 들어간 후배가 자신도 모르게 물을 가지러 가길래 막아 세웠다"면서 "이어 강호순을 향해 '나는 너랑 대화하고 조사하러 왔지. 물 갖다주러 온 게 아니다. 필요하다면 갖다주겠다'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사이코패스는 순식간에 사람을 움직이게 만드는 악의를 갖고 있는 자들"이라고 부연했다.
그가 수사한 첫 번째 범인은 연쇄살인범 유영철이었다. 유영철과 첫 면담 후 '이런 악마만도 못하는 사람에게 들은 이야기를 누구한테 할 수 있을 까. 아무한테도 말을 못하는 사람이 되었다'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혼자 있을 때는 스트레스도 많이 받는다고 했다. 그는 "빨리 은퇴한 이유도 그것이다. 힘든 일이 신체화돼서 온 몸에 병이 생겼다. 스트레스로 인한 질병은 다 겪었다. 위염, 식도염, 직장의 종양 등 많이 얻었다"라고 말했다.
또 박명수가 "정남규 집에서 교수님 사진이 나왔다. 당시 기분이 어떠했나?"라고 묻자 권일용은 "솔직히 반가웠다"라고 답해 청취자들을 놀라게 했다.
권일용은 "당시에는 범죄자들이 심리를 끊임없이 연구하던 시절이다. 외국 서적을 보면 연쇄살인범이 자신을 추적하는 연구관을 조사한다는 연구 결과를 봤다. 실제로 그럴까 하는 막연한 생각도 있었다"면서 "정말 내 손으로 내 사진을 발견한 순간 그동안의 연구 자료가 허망하지 않다고 생각했다"라고 이유를 들려줬다.
권일용은 프로파일러는 공감 능력이 좋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공감'하는 것은 범죄자를 이해하는 게 아니라 감정을 교류하는 것이다. 그 사람처럼 생각하고 감정을 느껴야만 행동의 동기를 파악할 수 있다. 그래야 사건이 일어났을 때 빨리 분석할 수 있는 단서를 찾을 수 있다"라고 말했다.
끝으로 권일용은 "연쇄살인범의 서사를 보면 대단한 사람이라고 보는 경우가 있다. 그들은 비열한 사람이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현대사회 범죄는 디지털 상에서 우리 주변에 은밀히 다가왔다. 우리 모두가 악을 이겨내는
권일용은 국내에 '범죄 심리'라는 용어조차 생소하던 때에 한국 경찰 최초로 프로파일러가 됐다. 3000건 이상의 범죄 현장에 투입되어 사건을 분석했으며 1000명 이상의 연쇄살인, 성범죄 등 강력범죄자를 프로파일링했다.
[이유리 스타투데이 인턴기자]
사진| KBS 라디오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