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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이담. 사진 ㅣ스튜디오 산타클로스 |
사건의 핵심을 숨긴 인물로, 미스터리한 매력을 가진 ‘김이설’로 시청자를 만났다. 이이담은 극중 윤재희(수애 분)가 대표로 있는 갤러리의 도슨트 김이설 역을 맡아 윤재희 곁을 맴돌면서도 정체를 숨기는 한편, 남몰래 성진가(家)에 복수를 계획하는 인물을 연기했다.
그의 말마따나 “뚜렷하지 않은 그 이목구비 때문에” 더욱 기묘했고, 캐릭터는 더 실감났다. 고요한 카리스마의 수애와 팽팽한 텐션을 유지하며 긴장감을 유발했다.
최근 진행된 JTBC ‘공작도시’ 종영 화상 인터뷰에서 만난 이이담은 “이설을 보낼 준비가 있지 않다”면서도 “(주연에 대한) 부담감은 계속 있었지만, 그걸 잘 이용하려고 했다. 긴장을 놓지 않고 계속 집중하려고 하면서 끝까지 달렸던 것 같다”고 돌아봤다.
극 초반 미스터리한 분위기로 캐릭터를 구축했던 이이담은 전개가 진행되면서 점차 숨겨진 목적과 비밀로 성진가에 스며든 인물 ‘김이설‘을 설득력 있게 구현해 시청자들을 극에 몰입하게 했다.
다채로운 감정 연기도 흡입력 있게 선보였다. 슬픔과 분노, 절망과 회한 등 그간 표출하지 못했던 응축된 감정이 터져 나온 듯 시시각각 변주하는 인물의 내면을 안정적으로 담아냈다.
이이담은 “초반엔 의문스럽게 무슨 생각을 하는지, 어떤 생각을 갖고 접근했는지 보여지지 않았으면 했다”며 “이설은 아픈 트라우마를 갖고 있지만, 그것보다는 윤재희(수애)를 대하는 감정에 중점을 뒀다. 그 지점에 대해 고민을 했다”고 했다.
“마냥 힘 없고 상처 많은 인물일까 생각했는데, 캐릭터를 구축할 때는 오히려 이설이 그런 트라우마를 피하지 않고 겉으로 표현하며 단단해졌다고 생각했어요. 초반엔 이설이 왜 윤재희(수애)에게 접근하는지 궁금하게 보여주려고 했고, 후반엔 이설이 자기 아들에 대한 애정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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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이설’은 거대한 권력의 추악한 민낯을 벗기기 위해 맞서 싸운 인물이었다. 사진 ㅣ스튜디오 산타클로스 |
오랫동안 꿈꾸던 복수는 끝내 이루지 못한 채 충격적인 죽음을 맞는 결말로 끝났다. 김이설은 건물 아래로 추락하며 처참한 최후를 맞았다. 새드 엔딩에 대한 아쉬움은 없을까.
“아뇨, 현실적인 결말이라 생각해요. 연기하면서도 죽음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 느꼈어요. 이설 역시도 죽음을 각오하고 직진하고 달려들었을 거예요. 결국 이설도 죽음을 피하지 못했고 재희도 바라는 걸 이루지 못했잖아요. 욕망을 선택하는 모습이 현실적이라 생각했어요. 아마도 전하고자 한 메시지는 비록 강한 자들이 이겼지만 ‘더 이상 이런 피해자들이 생기면 안 된다’는 게 아닐까 싶었어요.”
‘김이설’을 연기하면서 인간적으로 공감된 부분도 있었다고 한다.
그는 “자신이 낳아 입양을 보낸 아이가 정준혁 집에 있다는 걸 알게 된 뒤 충격을 받은 게 마음 아팠다”고 했다. “자신에게 트라우마를 준 사람 집에 아들이 살고 있었다는 게 큰 충격으로 다가왔을 것”이라며 “또 윤재희를 좋아하게 되면서 변화하는 마음에도 공감됐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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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이담은 “연기를 하면서도 죽음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 느꼈다”고 했다. 사진ㅣJTBC |
그는 “촬영을 하면서 감독님도 이건 둘의 멜로 같다는 이야기를 했다. 윤재희와 케미도 그렇고, 정준혁과 감정선도 그렇고 대사를 하다 보면 자연스레 관계가 형성이 되더라. 그런 식으로 캐릭터를 만들어갔다”고 웃었다. 기억에 남는 장면도 수애와 벌인 머리채 신이다.
“선배님과 머리채 잡는 신이 있었는데 촬영하면서도 재밌었죠.(웃음) 처음엔 그래도 액션이니 선배님을 다치게 할까 봐 긴장하고 촬영을 했는데, 컷 하자마자 서로 재밌다고 이야기하며 웃었던 기억이 남아요.”
수애로부터 받은 강렬한 아우라도 전했다. 이이담은 “수애 선배님은 대사를 안 하고 계셔도 눈에서 느껴지는 대사와 에너지가 있었다”며 “몰입이 되게 하는 너무나 강렬한 에너지였다. (선배님이) ‘이렇게 해볼래’가 아니라 제 길을 스스로 찾을 수 있게 도와주는 그런 느낌이었다”는 것.
배우로서 롤모델도 수애다. “예전에 연기를 배울 때도 선생님들이 선배님 작품을 따라 해 보라고 할 정도로 배울 점이 많다”며 “정말 좋아하고 멋진 선배님이라 내 롤모델이다. 또 케이트 블란쳇이 입체적으로 연기하는 걸 배우고 싶다”고 말했다.
데뷔 5년차. 이이담은 영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슬들’, ‘두개의 빛: 릴루미노’, LA 독립영화제 수상작 ‘이매몽’의 주인공으로 차근차근 필모그래피를 쌓아왔다.
“이제 시작이다. 배우라는 직업은 정말 ‘배워야 하는’ 자세가 있어야 한다는 걸 느꼈다”
“여러가지 역할을 소화할 수 있는 얼굴이라 생각해요. 거지 역할도 할 수 있고, 쌍꺼풀이 없어서 나름의 카리스마 있는 역할도 어울릴 수 있겠다 싶어요. 부잣집 역할도 잘 어울릴 수 있고요.(웃음)”
[진향희 스타투데이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