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옳은) 말도 너무 대놓고 하면 괜스레 오글거리고, 여러번 하면 잔소리로 들린다. 그걸 반복까지 한다면 (거부감 때문에) 아예 안 들리기도 한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신기하게도, 누구나 아는 정답을 이렇게 저렇게 돌려 말하고 직구로 말하고 반복해 말하는데도 싫지만은 않다. 오히려 명확하게 남았다. 복잡한 삶의 어느 지점에서, 저마다의 역경 속에서 헤매고 있을 누군가에게, 어떻게든 위안이 되고 싶다며 손을 흔들고 외치고 또 감싸안는,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감독 박동훈)다.
이학성은 탈북 후 예상치 못한 비극으로 자신의 신분과 사연을 숨긴 채 상위 1%의 영재들이 모인 자사고의 경비원으로 살아간다. 차갑고 무뚝뚝한 표정으로 학생들의 기피 대상 1호인 그는 어느 날 수학 성적 때문에 전학 위기에 놓인 한지우와 엮이게 되고, 고수를 알아본 한지우는 자신에게 수학을 알려 달라고 조른다. 이학성은 정답만을 찾는 세상에서 방황하던 한지우에게 올바른 풀이 과정을 찾아나가는 법을 가르치며 자신 역시 뜻하지 않은 삶의 전환점을 맞게 된다.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아이에게 다그침이 아닌 따뜻한 격려를 건네는 부모의 모습을 떠올리며 만들었다”는 감독의 말처럼, “삶의 근본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영화다. 외피는 학원물이지만 사실은 성인이 된 우리들의 인생을 다시 한번 곱씹고 성찰하게 만드는 어른들을 위한 작품”라는 최민식의 말처럼, 작품은 넓고도 올곧고 교훈적이다.
작품 곳곳에는 비단 청춘들을 향한 격려뿐만 아니라 정답이 없는 여러 갈래의 삶 속에서 지쳐 있는 모든 이들을 향한 위로와 진심이 가득하다. 그 방법이 세련되거나 기발하진 않지만, 확고하고도 따뜻하다. ‘진짜 어른’이 되기 위한 올바른 가치관에 대한 조언이, 포기하지 말라는 토닥임이 끊이질 않는다. 좋은 스승을 만나 난관을 극복하는 청춘과 제자를 통해 진짜 어른으로 성장하는 동화 같은 브로맨스다.
‘수학’이라는 어렵고도 이색적인 소재를 사실적이면서도 흥미롭게 풀어내기 위해서도 상당한 노력을 기울였다. 일상 곳곳의 수학을 판타지를 녹여 아기자기하고도 친숙하게 표현, 수학과 음악을 연결시켜 예술적 미학을 극대화 하는 한편, 미국의 유명한 수학자 존 폰 노이만의 명언을 응용해 메시지를 강조하는 등 다채로운 시도를 했다.
영화적 감흥보단 담고 있는 메시지가, 그 안에 담긴 진정성과 정성이 여운을 선사한다. 재미보단 의미가, 폭력적이고 자극적인 작품들 속에서 오롯이 선한 힘으로 맞서는 우직함이 돋보인다. 뻔한 말이긴 하지만 곱씹으면 틀린 게 하나 없고, 오
오는 3월 9일 개봉. 12세 관람가. 러닝타임 117분.
[한현정 스타투데이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