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6년 박찬욱 감독의 영화 ‘아가씨’로 데뷔한 그는 말 그대로 ‘충무로의 신데렐라’였다. 소녀 같은 작은 체구에 반짝이는 눈동자 낭랑한 목소리. 그 신비하고도 인형 같은 비주얼에 전혀 상상할 수 없었던 파격의 전라 연기라니, 그야말로 충격이었다.
이후 그는 민주화 운동을 배경으로 한 장준환 감독의 ‘1987’에서 한병용(유해진)의 조카 연희 역을 맡아 혼란한 시대 속 무심한 관찰자에서 적극적인 참여자로 성장하는 ‘보통의 인물’을 매끄럽게 표현해 호평을 받았고, 전혀 다른 색깔을 지닌 임순례 감독의 ‘리틀 포레스트’에서는 일상적이면서도 힐링 그 자체의 '채식 먹방'으로 러블리한 매력을 한껏 뽐냈다.
다음 무대는 안방극장이었다. 소문난 ‘괴물 신예’답게 첫 드라마 역시 화려했다. 바로 국내 최고의 스타 작가 김은숙의 ‘미스터 션샤인’. 하녀에서 ‘애기씨’가 된 그는 기다렸다는듯 남다른 품격의 사극 연기를 펼쳤다. 탄탄한 발성·발음 그리고 그 어렵다는 톤까지 완벽히 구사했다. ‘연기본좌’ 이병헌에도 전혀 밀리지 않는 존재감으로 불꽃 같은 의병 ‘애신’을 입체적으로 소화하며 흥행 불패 신화의 주역이 됐다.
여기에 이제는 모두의 워너비가 된 OTT 무대에도 일찌감치 진출했다. 물론 김태리가 괴팍한 여선장으로 분한 영화 ‘승리호’는 당초 극장 개봉을 목표로 제작됐지만 그녀의 타고난 복인지 운명인지, 작품은 넷플릭스와 연이 닿아 전세계 시청자와 만났다. 거칠지만 알고 보면 인간적이고 정의로운 ‘사람 냄새’ 나는 캐릭터로 또 한 번 연기 변신에 성공했다.
그리고 지금, IMF 금융 위기를 배경으로 한 드라마 ‘스물다섯 스물하나’에서 기존의 강렬과는 다른 스며드는 연기의 진수를 보여주고 있다. 꿈 뿐만 아니라, 가족마저도 빼앗아가던 모두가 힘들었던 시기, 그럼에도 결코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으며 자신만의 길을 걸어가는 불굴의 청춘을 섬세하게 연기 중이다.
특히 김태리는 이 드라마에서 수준급 펜싱은 물론 코믹부터 멜로·휴먼 드라마까지 그간의 경험들을 이용해 다양한 표현을 자유자재로 펼쳐내며 날아다니고 있다. 자극적인 드라마의 홍수 속에서도 착한 드라마의 힘을 백분 끌어 올리는 일등 공신으로 연신 시청률을 견인 중이다.
이처럼 그는 수치적 성과와 더불어 넓은
[한현정 스타투데이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