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가수 홍자가 10년의 시간 중 기억에 남는 순간으로 성대결절로 고통스러웠던 순간을 짚었다. 사진|강영국 기자 |
"'미스트롯' 전에 제가 완전히 발성을 바꿨어요. 성대용종이 생겨 성대결절이 와서였죠. 2014년 정도였을까요, 그때 쯤 수술을 했던 걸로 기억해요. 그 때 이후로 발성을 완전히 바꿔야만했는데, 하다 보니 너무 힘들었어요. 가수에게 그건, 그냥 새로 태어나라는 이야기와도 같았어요. 이런 표현이 어떻게 느껴지실 지 모르겠는데, 수년간 정말 너무너무 고통스러웠어요."
그럴 만 했다. 기나긴 세월 각고의 노력을 통해 겨우 나의 것으로 만들었을 발성을 하루 아침에 바꿔야 했으니 말이다. 누가 도와줄 수도 없이 그 자신의 힘으로 이겨내지 않는다면, 가수의 삶에 마침표를 찍어야 할 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홍자가 말을 이었다.
"왜냐하면, 이겨내야 하는데, 자꾸 한계에 부딪치는 거에요. 이게, 한계가 어디까지 부딪쳐야만 되는 건가 싶을 정도로, 수 년 동안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은 한계에 부딪쳤고, 그 때 너무 고통스러웠어요. 그 때 당시엔 '난에게 왜 이런 일이 있을까' 생각도 했죠. 다른 사람들은 어려서부터 음악 배우고, 성악도 배우고, 편하게 음악 하는데 나는 왜 이런 고통이 따를까 생각도 했어요. 하지만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저에게는 빼놓을 수 없는 시절인 것 같아요. 정말 너무 고통스러웠지만, 다시 무대에 설 수 있게 해준 시절인데... 그 때를 어떻게 잊을 수 있을까 생각해요."
그 시련의 시간부터 홍자를 지켜봐 온 팬이라면, 지금 이 '홍자의 전성시대'가 본인 일처럼 감격스러울 터. 홍자는 "진짜 그 때, 박지민(홍자는 과거 본명으로 활동했다) 시절부터 눈여겨봤다고 하는 일반인 팬은 딱 한 명 있었다. 완전 데뷔 때부터 저를 봤다고 하신 분인데, 저에게 정말 많은 변화가 있구나 하는 느낌이실 것"이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그토록 외로웠던, 힘든 시간 버팀목이 되어준 이는 역시 가족이었다. 홍자는 "어머니와 동생이 제 뒷바라지를 해줬고, 제가 힘들 때 힘든 마음에 빠져있지 않도록 해줬다"며 "내가 뒤돌아보지 않도록, 버틸 수 있도록 해준 게 가족이었다"고 먹먹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역경이 있었기에 더욱 남다를 데뷔 10주년이다. 10주년 소감을 묻자 홍자는 발그레한 얼굴로 "축하해주시는 분들이 계셔서 너무 감개무량하다"며 "결의가 더 다져지는 기분"이라 말했다.
"뭔가 결심이 확 서는, 그런 시기에요. 10주년 자체보다도 앞으로에 대한 생각을 더 많이 하게 되는 것 같아요."
활동 연차가 두자릿 수가 된 만큼, 가수로서의 고민이나 음악에 대한 생각도 더 깊고 넓어졌을 터. 홍자는 고개를 끄덕이며 "이 '화양연화'라는 신곡 덕분이기도 하다"며 "'화양연화'라는 새로운 누아르 트로트 분위기의 노래를 함으로써, 좀 더 홍자의, 홍자스러운 트로트 장르를 구축하기 위해 노력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홍자의 신곡이 나올 때마다 '이번엔 어떤 느낌의 노래일까' 궁금해하고 기대할 수 있게끔 나만의 장르를 만들고 싶은 욕심이 있다"고 덧붙였다.
![]() |
↑ 홍자가 트로트 가수 데뷔 후 자신의 예상보다 빠르게 큰 사랑을 받게 된 데 대한 솔직한 생각을 털어놨다. 사진|강영국 기자 |
"완전 처음, 스무살 때 전공을 전향할 땐 빨리 잘 될 줄 알았어요. 빨리 잘 될 줄 알고 트로트 가수를 선택했는데, 이게 조금 해보니 아니더라고요. 처음엔 오히려 쉽게 생각했지만 깊이 알면 알수록 '큰일났네' 생각이 들었죠. 그렇게 조금 이 세계를 알고 나서부터는 '이렇게 하다 보면 한 예순 즈음에 노래 하나쯤은 뜰 수 있겠지' 이런 마음으로 했어요. 멀리 봤지, 빨리 될 줄은 정말 몰랐어요. 그래서 저는, 워낙 기준이 멀리 있었기 때문에 빨리 잘 됐다고 생각해왔는데 팬들은 제가 고생한 부분을 보면서 많이 안타까워하시죠. 그래도, 저는 기쁜 마음으로 감사하게 지내고 있습니다."
가수의 꿈을 위해 달려온 시간만큼, 음악 그리고 자신을 응원해주는 팬들에 대한 홍자의 '찐심'은 더 깊어졌다. 특히 팬들에 대한 홍자의 마음은, 진짜다.
홍자는 "제가 기억력이 안 좋은데 머리로 담으려 하지 않는다. 머리 아닌 마음으로 담아서, 팬들의 그 마음을 담아 놓으면, 오랜 시간이 지나 기억이 안 나더라도 그 마음은, 그 정서는 남아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마음을 담으며) 살려고 노력하고, 그렇다보니 실제로 기억력이 안 좋은 면도 있는데(웃음). 팬들에게도 언젠가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다. 제가 웬만하면 팬들 얼굴도 다 기억하고는 있지만, 정말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정성과 마음을 받으며 살고 있는데 그것들을 하나하나 다 기억할 순 없기 때문에, 내가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 생각한다"며 진심을 담아 말을 이었다.
"저는 노래로 표현하는 사람인데, 그러려면 그 때의 그 감사함, 정성을 느꼈을 때의 감정을 마음으로 기억한다면 이게 두고두고 나도 모르게 표현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어요. 팬들이 주시는 사랑을, 머리로보다는 마음으로 다 갖고, 따뜻하고 순수하고 뜨거운 느낌이 들 수 있도록. 그렇게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살고 있습니다. 이 마음을 사실, 표현할 길이 없는데 팬들이 진짜 원하는 게 뭘까 생각해보니 무대에서 노래 하는 것이더란 말이죠. 이 마음을 글로 써도 잘 전달되지 않을 것 같아 하지 못했는데 언젠가 팬들께 제 마음을 전하고 싶다고 생각해왔어요."
최근 홍자가 기타를 배우고 있는 이유도 팬들 덕분(?)이다. "공연에서 늘 똑같이 MR로 하는 게 아니라 기타로도 보여드리면 너무 좋아하실 것 같아서요. 그런 그림을 그려보면 너무 행복하더라고요. 사실 기타도 하고 싶고, 피아노도 하고 싶어서 번갈아가며 연습하고 배우고 있어요. 지금도, 보여드릴 수는 있지만 노래를 해치면서까지 하면 안 되는 거니까, 좀 더 연습해서 보여드려야지 하는 생각으로 아껴두고 있어요. 많이 애타시겠지만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 |
↑ 홍자는 `차도녀` 분위기와 다른 실제 자신의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며 `나혼자 산다`에 은근한 러브콜을 보냈다. 사진|강영국 기자 |
홍자 역시 '붐'이 가라앉는 분위기에 대해 "당연한 섭리인 것 같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서도 "트로트 붐이 일어났다는 게, 앞으로 트로트 시장이, 장르가 무한한 가능성이 있다고 보여지는 부분이기 때문에 섭섭하지 않고, 오히려 앞으로가 더 기대된다"고 말했다.
또 홍자는 "선생님들 그리고 선후배들의 좋은 점만 쏙쏙 빼서 갖춘 보석같은 인재랄까. 그런 트로트 새내기들이 많이 나와 또 한 번 트로트 장르에 빛을 내줄 거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도 대중가수로서 다행인 것은, 홍자는 이미 자신의 이름을 대중에 각인시키는 데 어느 정도 성공했다는 점이다. 그 스스로에 대한 평가를 묻자 홍자는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공존하는 생각이 있다"며 솔직하게 말을 이어갔다.
"제가 잘났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그저 정말, 객관적으로 저를 바라보려고 많이 노력하죠. 저는 사실 할 일이 너무나도 많아요. 앞으로 해야 될 부분들도 많고, 하고 싶은 것도 많고, 그 한계가 끝이 없었던 것처럼, 앞으로도 계속해서 한계를 깨려고 노력할 것 같아요. 큰 사랑을 받고 있는 것도 맞지만, 이 생각이 공존하죠."
그의 말처럼 그렇게, 홍자의 도전과 시도는 계속되고 있다. '미스트롯' 이후에도 꾸준히 신곡을 발표하며 그 자신의 곡으로 채워진 플레이리스트를 넓혀 가고 있다는 점에서다.
"사실 곡 하나 내는 게 쉽지 않아요. 꼼꼼하고 완벽하게 하고 싶은 사람으로서 곡을 발표하는 게 쉽진 않은데, 그렇게 하면서 성장해가고 있다고 생각해요. 하나하나 해나가다 보면, 또 한 번 '어 나 많이 성장했구나'를 느낄 때가 꼭 올 거라 생각하고요, 그걸 팬들도 느껴주시는 날이 올 거라고 생각합니다."
다소 차분하고, 차가워보이는 외모 탓에 선뜻 다가가기 어려운 느낌으로 비춰지는 홍자. 무대 위 모습만 보면 분명 그러한데, 예능이나 방송에서 비춰지는 모습은 그와는 180도 달리 편안함 그 자체다. 이미지에 대한 해명을 부탁하자 "저를 정말 도시녀인 줄 아는 분들이 많은데, 전혀 아니다"라며 손사래를 쳤다. "노래를 부르거나 음악에 대한 인터뷰를 할 땐 가볍게 할 순 없으니까 진지하게 하게 되는데, 저 진짜 재미있는 사람"이란다.
홍자라는 예명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홍'은 저의 외면을, '자'는 내면을 의미해요. 제가 직접 지은 이름인데, 일단 제 순박한 내면을 의미하는 '자'를 살려놓고, 좀 세련된 느낌을 보여드릴 수 있는 글자가 뭐가 있을까 생각하다 떠오른 게 '홍'이었죠. 그렇게 홍자가 된 건데, 아직 많이들 '홍'만 아시는 거죠. 순박하고 순수한 저의 일상도 보여드리고 싶어요. "
차분하고 진중한 분위기가 될 것 같단 예상을 깨고 시종 발랄하고 유쾌한 웃음이 넘쳤던 인터뷰 말미, 홍자에게 물었다. '올해, 홍자가 홍자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는 무
"너는 잘하고 있다. 잘하고 있고, 2022년도 '화양연화'를 기점으로 좋은 기분이 많이 불고 있으니, 네 기분대로 술술 풀릴거니까 걱정 말고, 지금처럼, 살아가길 바란다."
[박세연 스타투데이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