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수 별이 `엄마는 아이돌`을 통해 무대에 돌아온 소회를 전했다. 사진|CJ ENM |
가수 별(본명 김고은, 39)이 꿈처럼 지나간 '엄마는 아이돌'을 언급하며 복잡미묘한 감정이 섞인 웃음을 보였다.
별은 지난 4일 종영한 tvN '엄마는 아이돌'을 통해 오래 고대해 온 무대의 '꿈'을 이뤘다. '엄마는 아이돌'은 출산과 육아로 잠시 대중의 곁을 떠났던 스타들이 완성형 아이돌로 돌아오는 '레전드' 맘들의 아주 특별한 컴백 프로젝트. 별을 비롯해 애프터스쿨 출신 가희, 쥬얼리 출신 박정아, 원더걸스 출신 선예, 베이비복스리브로 활동한 양은지, 배우 현쥬니가 걸그룹을 결성해 데뷔부터 단독 콘서트까지 이뤄내는 3개월간의 숨가쁜 여정을 그려낸 이 프로그램은 시청자들의 열띤 지지를 얻으며 공감과 환희 속 뜨겁게 막을 내렸다.
그렇게 꿈 같은 시간이었지만, 프로그램 종영 후 근황은 사실 '물으나마나'였다.
"아이들과 거의 항상 시간을 보내던 생활을 하다가, 근 3개월 동안 늘 엄마가 해줬던 것들을 다른 사람 손 빌려 했죠. 아이들이 그걸 불평불만 하는 건 아니지만 제가 미안한 마음이 많이 들어서, 최대한 급한 스케줄이나 공식적인 거 말고는 그동안 못해줬던 거 다 해주면서 지내고 있어요."
별은 "거짓말처럼, (설)연휴와 함께 막내부터 시작해 돌림감기가 시작되서 둘째가 유치원에 못 가고 기침 때문에 아이들이 잠을 잘 못 자니 사흘 밤을 새웠다. 그러다보니 '아 이게 현실이구나'라고 느낀다"며 "아이들 재워놓고 잠시 사진첩을 바라보며 한껏 멋부리고 찍은 걸 보다가 거울을 보면서 (괴리감에) 헛헛한 마음이 든다"고 웃픈 현실을 언급했다.
↑ 별은 가족들의 도움과 응원으로 `엄마는 아이돌`에 도전장을 냈다. 사진|CJ ENM |
2002년 '12월 32일'로 혜성같이 등장, 여성 솔로 발라드 가수로 활약한 별에게도 '엄마'라는 이름이 붙은 지난 10년간, 무대는 먼 얘기였다. 가수 겸 방송인 하하와 2012년 결혼 후 임신과 출산을 무려 3번이나 반복한 지난 10년 사이, 아이들은 무럭무럭 자랐지만 '가수 별'의 시간은 멈춰 있었다.
언제가 될 지 모르지만 늘 가슴 한편에 품고 있던 무대의 꿈. 그랬던 별에게 다가온 '엄마는 아이돌'과 '마마돌'의 기회는 뜻밖의 선물과도 같았다. 가수로서 무대에 다시 설 수 있다는 기쁨은 말할 것도 없고, 평생을 '발라드 가수' 이미지에 갇혀 살아온 그에게, 이토록 변화무쌍한 변신의 기회였으니 말이다.
"사실 답답함이 많이 컸어요. 하고 싶은 게 많고, 할 수 있다고 생각한 게 많이 있었는데, 별이라는 이름으로 살아오고, 가수 활동을 해오면서... 물론 별이라서 누린 호사도 너무 많지만 별이라서 하면 안 되고 할 수 없었던, 그런 것들도 많았던 것 같아요. 데뷔 때 이미지가 너무 강하다 보니 뭔가 여성스러운 발라드 가수에, 세 아이의 엄마로 각인돼 있었죠. 저의 원래 모습 속에는 굉장히 개구진 것도 많고 거친 면도 많은데, 많이 갇혀 살게 됐어요. 이제와서 그걸 깨부수고 나오기 힘들었는데, '엄마는 아이돌'이 너무 좋은 명분이 됐고, 저로선 이때다 싶었죠. 많은 걸 할 수 있겠다는 마음으로 도전했고, 많은 분들이 '별에게 이런 면도 있구나' 하고 봐주신 것 같아요."
하지만 육아에서 아예 손을 떼고 합숙까지 해가며 3개월을 보낸다는 건 엄마로서 쉽지 않은 결정. 별의 가장 든든한 지원군은 가족이었다. 별은 "너무 감사하고, 기적 같다. 나를 위해 희생해준 가족들, 나의 상황을 다 맞춰 케어해 준 스태프들. 너무 많은 도움을 받았다"며 고마워했다.
↑ 별은 `발라드 가수` 이미지에 갇혀 있던 자신에 대한 편견을 깨고 싶다고 말했다. 사진|CJ ENM |
특히 별은 남편 하하에 대해 "남편은 이전부터 (육아로 인해 활동하지 못하는 점에 대해) 나에게 항상 미안해했는데, 내가 이걸 하니 굉장히 좋아하더라. 한구석의 미안함이 풀리는 것 같은 느낌도 있고"라고 웃으며 말했다.
가희, 박정아, 별, 현쥬니, 선예, 양은지까지. 그들은 한 마디로 '전우'였다.
"정말 어떻게 이렇게 모아주셨는지, 제작진에게 감사했어요. 스케줄도 빡세고 예민할 수 있는 방송적 장치(현실점검)도 있었고, 서로가 뭔가 조금만 잘못 생각하면 엇나갈 수 있는 것도 있었던 것 같은데, 어쩌면 이렇게 선하고 따뜻한 사람들을 모아놔서 서로가 서로를 의지했고 바라볼 수 있었어요. 기꺼이 양보하고 어깨를 내어주는 사람들이었죠. 서로에 대한 고마움과 든든함으로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마마돌 멤버들은 6인 단체로 처음 선보인 '넥스트 레벨'을 비롯해 데뷔곡 '우아힙'은 물론, 유닛곡과 개인곡까지 다양한 무대를 선보이며 시청자의 눈과 귀를 즐겁게 했다. 하지만 짧은 시간 내 여러 퍼포먼스를 선보여야 하는 미션은 멤버들에게 버거웠을 일. 특히 이들은 완벽한 무대를 위해 오로지 연습 뿐인 합숙 기간을 보냈다. 잔인한 스케줄에 대해서는 연출을 맡은 민철기 PD조차도 인정했을 정도다.
별 역시 "하는 동안 너무 힘들다 보니 이런저런 생각이 다 들었다"고 혀를 내두르면서도 연일 마음을 다잡을 수 있었던 그들만의 이유를 소개했다.
"우리 모두 한번씩은 화려하게 활동해봤던 사람들이니까, 지금 이런 지원을 받고, 스포트라이트 받으면서 이렇게 할 수 있는 시간이 언제 또 우리 인생에 있을까, 아마도 쉽지 않을 거라는 걸 아는 거죠. 이 시간이 최선을 다하지 않은 채 지나가버리면 후회할 것을 알고 있는 성숙한 나이가 되니까, 그런 마음이 찾아올 때마다 서로가 서로를 다독이며 끌어올렸어요."
↑ 별은 임신, 출산, 육아로 인해 경력이 단절됐지만 "한 순간도 가수 삶이 끝났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사진|CJ ENM |
"전 초반에 한 번 확 왔던 것 같아요. 여기 들어올 때 마음은, 별이 보여주지 못했던 여러가지를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였어요. 내가 여기서 주인공 되고자 하는 마음도 없고, 큰 욕심 갖고 시작한 게 아닌데, 뭔가 보여줘야 하는 부분도 있고 평가라는 장치도 있다 보니, 저는 그런 마음으로 하고 있었지만 그렇게 보이지 않는 부분도 있었을텐데, 진지함과 간절함이 덜 보인다고 보시는 분들도 계셨을 거예요. 중간점검 미션 때 처음 눈물 터진 게, 모든 사람의 노력하는 모습이 다 같을 순 없는 거고, 저는 즐겁게 긍정적으로 해야 능률이 오른다고 생각하는 편이라 진지하고 간절함보다는 파이팅 있는 모습으로 갔는데, 뭔가 오해받고 있다는 생각이 드니 마음이 힘들었죠."
별은 그러면서도 "그래도 그건 또 그 때 잠깐이었고, 이건 무대로만 보여드리는 게 아니라 과정을 보여드릴 수 있는 프로그램이니까, 내가 어떤 마음으로 임하고 있는지 진정성 있게 보여드리면, 무대까지 보여드리면 알 거다 하고 생각했다. 이후 미션이 거듭될수록 좋은 말씀을 많이 해주셔서 열심히 한 보람이 느껴지더라"고 말했다.
다양한 무대 중에도 제일 기억에 남는 무대로는 '넥스트 레벨'을 꼽았다. 별은 "여섯 명이 처음으로 같이 했던 무대라 기억에 남고, 마지막 콘서트 할 때 데뷔곡 엔딩곡으로 했는데, 그 때도 기억에 남는다. 매 순간이 너무 소중했다. 혼자 있을 때보다, 같이 했을 때가 너무 좋았다. 더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고 말했다.
열 살 드림이부터 일곱 살 소울이, 네 살 송이까지. '엄마바라기' 삼남매의 반응도 궁금했다.
"둘째도 아직 엄마가 뭘 한 건지 잘 몰라요. 드림이 정도는 아는 나이고요. 아빠랑 본방도 보는데, 일단 저희는 특수하게 엄마 아빠가 둘 다 연예인인 케이스이다 보니 다른 엄마들 아이들 반응보다는 좀 뜨뜻미지근한 건 있는 것 같아요.(웃음). 그래도 뭔가 주변에서 아빠 이야기는 많이 듣고 했어도 엄마가 가수라는 걸 알지만 눈으로 직접 보고는 못 느끼다가, 이번에 보면서 되게 신기해하더라고요. 좋아하고 자랑스러워하고 그랬어요. 엄마가 제일 예쁘다고 얘기해줬고요."
↑ 별은 올해 데뷔 20주년을 맞아 하반기 새 앨범으로 돌아올 것이라 말했다. 사진|CJ ENM |
신곡 발표를 기념해 홍대 인근 공연장에서 진행된 쇼케이스에는 하하도 참석해 "셋째는 없다"며 아내의 도약을 응원했다. 하지만 하늘이 준 선물, 송이의 등장에 '가수' 별의 시간에는 또 다시 긴 쉼표가 찍혔다. 당시에 대해 묻자 별은 "사람 일이 계획대로 되는 게 아니더라"고 웃으며 말을 이었다.
"어릴 땐 부정적이고, 조금은 슬픔에 빠져있는 면도 있었는데 그런 마음이 나의 영혼을 갉아먹을 뿐, 쓸모 없다는 걸 깨닫고 난 뒤에는 부정적인 생각을 안 하는 쪽으로 마인드컨트롤 하면서 사는데요, 아이 키우는 건 내 뜻대로 안 되더라고요. 아이를 낳고 키우는 동안엔 가수 활동이라든가 내 자존감 이런 것을 생각할 겨를도 없이 그저 좋은 엄마가 되고 싶고 아이를 잘 키우고 싶은 마음이었죠. 하루하루가 그렇게 지나간 것 같고, 그래서 크게 우울증에 빠지거나 자존감이 바닥을 쳤다거나 그런 감정을 가질 틈도 없었던 것 같은데 뒤돌아보니, 돌보지 못하고 지나왔던 마음들이 있더라고요. 내가 알아차리지 못하고 돌봐주지 못했던 나의 마음들. 그런데, 내가 하고 싶던 일들을 하고 에너지를 쓰고 나니 많은 게 해소되는 걸 느꼈고, 목말라있던 게 해소되는 걸 느끼면서 너무 감사했어요."
별은 "공백 없이 활동해왔다면 예전에 기계처럼 스케줄 다니던 게 감사한 일이라는 것도 절대 몰랐을 것"이라며 "자의든 타의든 그것을 하지 못하게 됐을 때, 그 시절을 그리워하는 마음으로 떠올리면 그 때가 얼마나 소중했는지 감사하게 되고, 이게 얼마나 사랑 받으면서 하는 일인지에 대해 느끼게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의 이 시간이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는 걸 너무 잘 알기 때문에, 더 최선을 다해 열심히 할 수 있었다"고도 부연했다.
2022년, 데뷔 20주년의 포문을 '엄마는 아이돌'과 함께 기분 좋게 열어 젖힌 별. 그 자신에게 특별한 해인 만큼 하반기에는 꼭 새 앨범으로 돌아올 계획이란다.
"마음 한 구석에 늘 '나는 다시 노래를 할 거다, 무대에 설 거다'라는 마음을 갖고 있었어요. 그 시기가 조금 늦춰
[박세연 스타투데이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