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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vN '엄마는 아이돌' 연출을 맡은 민철기 PD가 프로그램과 울고 웃으며 공감을 표해준 시청자에 감사 인사를 전했다. 사진|tvN |
지난 4일 종영한 tvN '엄마는 아이돌'은 출산과 육아로 잠시 대중의 곁을 떠났던 스타들이 완성형 아이돌로 돌아오는 '레전드' 맘들의 아주 특별한 컴백 프로젝트였다. 애프터스쿨 출신 가희, 쥬얼리 출신 박정아, 원더걸스 출신 선예, 베이비복스리브로 활동한 양은지, 가수 별, 현쥬니가 걸그룹을 결성해 데뷔부터 단독 콘서트까지 이뤄내는 3개월간의 숨가쁜 여정을 그려낸 이 프로그램은 시청자들의 열띤 지지를 얻으며 공감과 환희 속 뜨겁게 막을 내렸다.
임신, 출산, 육아로 인해 경력이 단절된 '경단녀' 스타들이 프로젝트성으로나마 다시 무대에 올라 기량을 회복해가는 과정은 꽤나 흥미로웠다. 무대를 떠났던 스타들을 모처럼 만나는 반가움도 있지만, 이들이 출산으로 인해 비틀어진 골반을 이끌고 퍼포먼스를 해내기 위해 역경의 시간을 보내는 모습에 시청자들도 함께 울고, 웃었다.
한바탕 꿈 같은 무대의 주인공이 된 '마마돌'은 처음이자 마지막 '우아힙' 무대를 끝으로 박수칠 때 떠났다. 정해진 이별의 시간이었지만, 여운은 짙다. 프로그램 연출을 맡은 민철기 PD 역시 마찬가지. 그는 매일경제 스타투데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멤버들이 '꿈 꾼 것 같다'고 하는데, 저도 마찬가지"라며 섭섭함과 아쉬움이 교차하는 소감을 밝혔다.
"마치 꿈을 꾸다 깬 것 같은 느낌이에요. 멤버들도 꿈 꾼 것 같다고, 신기루 같다고 얘기하는데 아무래도 공허함이 있겠죠. '엠카'의 3분 11초짜리 '우아힙' 데뷔 무대를 위해 지난 3개월을 달려왔고, 그게 데뷔 무대인 동시에 은퇴 무대가 돼 버렸으니까요."
민 PD는 "방송은 8회 분량이 나갔지만 3개월 동안 멤버들이 연습했던 과정이나, 함께 만들어가는 과정, 서사, 이야기가 엄청나게 많았다"면서 "어제 편집실에 가봤는데 왠지 더 편집해야 할 것 같은 느낌"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아직 편집실에 있는 물건도 못 치웠다"는 그는 "저 역시 못 빠져나오고 있는데, 직접 하신 분들은 얼마나 빠져나오기 힘들까 싶다"고 했다.
'엄마는 아이돌'은 남녀 노소 시청자들에게 높은 몰입감을 선사하며 뜨겁게 종영했다. 특히 멤버들과 같은 이유로 인해 경력이 단절된 여성 시청자들 다수는 '울면서 봤다'는 평을 남겼다. '엄마'라는 이름을 잠시 내려놓고 '나'를 찾아 나선 마마돌에게는 성별을 떠나 뜨거운 찬사가 쏟아졌고 종영에 대한 아쉬움을 표현하는 의견이 다수였다.
민 PD 역시 아쉬웠지만, 축제는 여기까지였다. "딱, 여기까지였어요. 이후 더 무슨 활동을 하고, 순위 프로그램 1등을 만들고, 음방 몇 바퀴 돌고 그런 게 아니었어요. 10년의 경력 단절에 출산과 육아로 변한 몸과 체력을 어떻게 극복하고, 팬들의 응원을 받아 과연 데뷔를 할 수 있을 것인가. 그게 애초의 기획의도이고 목표였으니까요. 보너스로, 데뷔 콘서트 규모는 조금 크게도 생각해봤지만 코로나 상황 때문에 여의치 않았죠. 그래도 의미있게 잘 끝난 것 같아요. 목표했던 것보다 훨씬 많은 걸 이뤄 아쉬움도 크지만, 기분 좋은 꿈을 꾼 느낌이에요. 정말 기분 좋은 꿈이요."
'엄마는 아이돌' 기획 과정은 여느 프로그램과 다르지 않았다. 민 PD는 "걸그룹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있었는데, 어떻게 해도 기존 프로그램에서 크게 벗어나진 못하겠더라"며 "어떻게 하면 좀 다른 걸그룹을 만들 수 있을까 고민하던 중 엄마들을 모아보는 게 어떻겠느냐는 아이디어가 나와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처음에는 '엄마들이 나오겠나'부터 해서, 섭외 풀도 고민했고, 시청자들을 만족시킬 수 있는 퀄리티와 실력이 나올 수 있을 지 의문이 많이 들었어요. 그런데 역으로, 이걸 해내면 굉장히 의미있고, 누구도 시도하지 않은 거니까 해볼만한 거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어 하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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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마는 아이돌'로 그리웠던 무대에 다시 선 별, 양은지, 가희, 선예, 현쥬니, 박정아.(왼쪽부터). 사진|tvN |
"'복면가왕' 하면서 봤던 분들을 섭외에 참고했어요. 박정아, 가희, 별, 현주니 씨가 '복면가왕'에 나온 적이 있었죠. 현쥬니는 배우인데 록밴드 출신이라 노래를 잘하셨고요. 걸그룹을 만든다고 모두 다 댄스 걸그룹 멤버일 필요는 없다 싶었어요. '엄마도 힙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우리 프로그램과 잘 맞는 분들을 섭외하려고 했고, 현쥬니의 보이스 컬러나 스타일이 힙한 면이 있어 인터뷰 했어요. 단 하나 걱정된 건, 춤을 한 번도 배워본 적이 없는 분이었는데 자신감이 넘쳐 그 자신감을 보고 선택했는데, 성공한거죠."
가장 화제가 된 멤버는 단연 선예였다. 2세대 대표 걸그룹 원더걸스로 최전성기를 달리던 2013년 돌연 열애와 결혼을 발표하더니 이듬해 결혼, 출산하며 걸그룹 은퇴 수순을 밟은 그였기에 근 10년 만에 무대에 돌아온 선예에게는 뜨거운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졌다.
선예 섭외 과정에 대해 민 PD는 "처음엔 섭외를 고사하더라"고 말문을 열었다. "충분히 이해가 됐어요. 캐나다에 있고, 애가 셋이고, 독박육아고. 그래서, 아쉽긴 하지만 받아들였죠. 어떻게 나오겠나 싶었어요. 그런데, 계속 마음에 걸렸나보더라고요. 다시 전화가 왔어요 해보고 싶다고요. 그동안 가족을 위해 힘썼으니 이번엔 '너 자신을 위해 좋은 시간 보내고 오라'고 시댁 식구들도 많이 도와주셨다고 해요. 사실 첫 녹화하는 날까지도 늘어올까 들어올까 걱정했는데, 그렇게 함께 하게 된 거죠."
육아를 내려놓아야 한다는 걱정 외에도 출연진의 고민은 프로다웠다. 민 PD는 "육아도 그렇지만, 처음엔 다들 자신 없어 했다. 하고는 싶지만, 지금은 몸도 많이 변했고, 떠나 있던 시간이 오래니까. 현실적으로 보면, 나왔다가 옛 커리어가 무너질 수도 있는 거니까 충분히 이해가 됐다. 초반에 현실점검이 굉장히 냉정하고 독했는데, 그것도 흔쾌히 오케이하고 용기를 내주셔서 오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렇게 우여곡절 끝 꾸려진 '엄마는 아이돌'은 첫 회부터 '대박'을 쳤지만, 레이스 중반부 즈음 위기가 왔다. 탄력을 받아 올라갈 시기가 연말이라 결방을 피할 수 없었기 때문. 민 PD는 "그래도 결국 이분들의 노력과 스토리에 시청자들이 집중을 해주셨고, 이분들이 어떻게든 해내는 걸, 되게 잘 해내는 걸 보면서 시청자들이 감동을 받은 것"이라며 "'엄마들이 얼마나 노력했을 지 보인다'는 댓글에서 시청자들에게 우리의 여정이 잘 전달됐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멤버들도, 주위 반응과 시청자 댓글 반응에서 힘을 많이 낸 것 같다. 그런 응원들 때문에, 꿈만 같은 시간을 보냈다는 얘기를 하더라"며 "멤버들과 함께 하는 시간 자체도 좋았지만, 오랜만에 시청자의 격려와 관심을 받으니 너무 좋아하더라. 살아있다는 것도 느끼고 자존감도 올라갔다고 하더라"고 멤버들의 반응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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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마는 아이돌' 멤버들은 '마마돌'이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데뷔, 3개월 여정의 마침표로 '우아힙' 무대를 남겼다. 사진|tvN |
잔인한 스케줄에 대해 언급하자 민 PD는 "사실 3개월 안에 하기엔 벅찬 스케줄이었다"고 인정하면서도 "하지만 그렇지 않으면 3개월 안에 데뷔한다는 것 자체도 힘들고, 그정도는 해줘야 시청자 눈높이에 맞을 거라고도 생각했다"고 말했다.
"장기 프로젝트로 보여드릴 수 있는 것고 아니고, 우리는 어쨌든 물리적으로 시간적으로 제약이 있다 보니 무리한 건 알지만 이 정도는 따라와줘야 이분들의 진정성이 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모질게 다그친 점도 사실 있죠. 그렇게 해서 포기했다면 모르겠는데, 어떻게 해서든 꾸역꾸역 꿋꿋이 해내더라고요. 정말 포기하는 거 아니야? 하는 걱정도 했어요. 단계마다 멤버들 한명 한명 위기가 있었죠. 그래도 그것들을 잘 극복해서 마지막 완전체를 만들었는데, 그 과정이 참 지금 생각해도 뭐라 얘기할까요. 한편으로는 짠하고, 엄마들 대단하다는 생각을 했던 기억이 납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미션으로는 '넥스트 레벨'을 꼽았다. "저는 솔직히 '넥스트 레벨' 미션은, 엄마들이 할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첫 단체 미션으로, 10시간 안에 틀리지 않고 하면 전원 귀가였는데, 양은지의 경우 에스파 자체를 모르고 살다가 현장에서 이 노래를 처음 듣고 10시간 안에 안무를 배워 옆사람과 합을 맞춰야 하니, 되게 어려울텐데 생각했는데, 그걸 해냈을 때 저도 굉장히 기뻤고, 눈물도 났죠. 시청자들도 그런 부분에 공감해주시느 걸 보면서 기쁘고 인상적이었던 기억이 납니다."
엄마들의 라스트 댄스, '우아힙'에 대한 감상을 묻자 민PD는 주저 없이 "우아하고, 힙했다"고 힘 줘 말했다.
"다들 고생을 많이 했어요. 목소리가 다들 잘 어울려서 보컬 파트 분배에도 고심이 많았는데, 굉장히 의욕을 갖고 노래 작업에 임해주셨죠. 안무적으로도 엄마들이 활동할 때와 트렌드가 달라져서 힘든 요소들이 많았을텐데 이걸 해내는 걸 보며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가 봐도 너무 멋있었어요. 엄마도 힙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줬다고 생각합니다."
평균 '애 둘' 엄마들과의 촬영은 어땠을까. 엄마들의 '왕수다'에는 기가 빨릴 법도 했지만 민 PD는 "여리고 순수한 면이 많고, 눈물도 많았다"고 촬영 기간을 떠올렸다. 그는 "엄마들이기 때문에 서로 공감하고 이해해주는 게 있더라. 만약 그들이 10년 전, 15년 전 한창 활동할 때 만났다면 느끼지 못했을 동질감, 동료애가 있다"며 "그들은 전우가 됐다. 평생의 친구를 얻은 것 같아서 기분이 좋고 뿌듯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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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마는 아이돌' 민철기 PD는 '마마돌' 멤버들의 악바리 근성에 존경과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사진 |tvN |
엄마들의 눈물은 제작진도 수없이 울렸다. 특히 연출 최전선에 있던 '선장' 민 PD 역시 "울컥해서 참느라 혼난 순간이 많다"고 떠올렸다.
"저는, 눈물을 억지로 참았다. 현실점검 1회 때 선예씨가 '기다리다'를 부르는데, 울컥해서 참느라 혼났고요, 마지막회에 시청자들이 엄마들에게 보낸 영상 메시지를 보면서, 멤버들이 굉장히 많이 울었거든요. 그 모습이 화면에 많이 담기진 않았는데, 그 때 모니터로 보이는 (엄마들의) 세세한 근육의 떨림과 눈물을 보면서 너무 가슴이 아팠어요. 저도 너무 공감을 했죠. 그 때 눈물이 났는데 억지로 참았던 기억이 납니다. 저는 어떻게든 중심을 지키고 있어야 하니까 겉으로 울진 않았지만 마음 속으로는 눈물이 많이 났어요."
민 PD는 또 "그 외에도 울컥울컥한 순간이 많은데, 힘들고 좌절해서 나온 눈물보다는 힘듦을 극복하고 나서 나오는 눈물에 공감이 많이 됐다. 현쥬니 씨가 성대결절을 극복하는 모습이라던가, 가희 씨가 노래로 인정받은 순간, 박정아 씨가 현실점검 때 창법 올드하다고 혹평 받고서 그걸 어떻게든 이겨내려 노력하는 모습 등. 그러한 노력하는 모습들이 되게 울컥했다"고 말했다.
마마돌의 피, 땀, 눈물을 가장 가까이서 지켜본 민 PD에게 '엄마는 아이돌'은 어떻게 남았을까.
"저도 3개월 동안 이분들과 동고동락 하고 촬영장에서 편집실에서 살면서 정도 많이 들고, 저 또한 함께 꿈을 꾼 것 같아요. 이분들을 보면서 느낀 건, '뭘 하려면 이 정도 노력을 해야되는구나', '이정도로 하니까 되는구나'였죠. (마마돌 멤버들) 정말 독한 사람들이에요. 이게 참, 화면에 얼마나 잘 담겼는지 모르겠지만, 정말 이 분들의 연습하는 것, 매일 찍었어요. 엄청 많이 찍어서 예산도 오버됐어요. 그러데 그렇게 했음에도, 이분들이 연습한 그 과정을 다 담지 못했어요. 당연히 못 담겨요. 후배들과도 이런 얘기도 많이 했는데, '뭘 하려면 이 정도는 해야 된다'는 이야기요. 이래야 뭐가 되지, 어설프게 해선 안된다고. 엄마들 보면서 어떤 일에 임하는 자세라던지 그런 것들을 많이 배웠어요. 그 정도로 열심히 했고. 저도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궁금한 건, 이분들이 꿈같은 시간이 지났는데, 각자의 삶 속으로 돌아갔을 때 어떻게 변해있을 지가 궁금해요. 하룻밤 꿈으로 그치는 건지, 아니면 어떤 면에서 자신감을 얻고 뭔가를 해볼 것인지요. 물론 육아에
[박세연 스타투데이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