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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규 감독이 `지금 우리 학교는`의 세계적 인기에 기쁜 마음을 드러냈다. 제공| 넷플릭스 |
지난달 28일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K좀비물 '지금 우리 학교는'(이하 '지우학')은 가상의 도시인 효산시의 한 고등학교에 좀비 바이러스가 급속도로 퍼지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는다. 고립된 학생들이 좀비들과 사투를 벌이는 가운데 어른들에 대한 신뢰, 사회적 불평등, 학교폭력 등 다양한 갈등이 드러나고 그 속에서 피어나는 아이들의 우정과 사랑도 그려진다. 지난 2009년 주동근 작가가 네이버 웹툰에 연재한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한다.
'지우학'은 공개 하루 만에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콘텐츠 순위 집계 사이트 '플릭스 패트롤'에서 넷플릭스 TV쇼 부문 글로벌 1위를 차지한 뒤 7일까지 10일 연속 정상을 지켰다.
전 세계가 '지우학'에 주목하고 있는 가운데 연출을 맡은 이재규(52) 감독은 지난 7일 화상 인터뷰를 통해 "이렇게 반응이 좋고 많은 분들이 긍정적으로 얘기하고 재미있어한다는 게 신기하고 얼떨떨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 감독은 "'드라마 세계 1위'라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신기했다. 2년간 같이 일했던 시간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될 거란 예상을 못했다"면서 "열심히, 진심을 가지고 극을 만들어서 사람들이 좋아해 주고, 내면에 담긴 정서, 감정을 알아줄 거라는 기대는 했지만 이렇게까지 반응이 좋을 줄은 몰랐다"고 기쁜 마음을 드러냈다.
'지우학'은 전 세계 최대 59개국에서 1위를 차지할 정도로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지난해 '오징어 게임' 에 이어 비영어권 콘텐츠가 또 한번 전 세계 콘텐츠 시장을 사로잡은 것. 비결은 뭘까.
이 감독은 "좀비물이라는 장르에 대한 관심이 전 세계적으로 많은 것 같다"면서 "테크니컬 스태프들, 액션팀, 무술팀, 좀비 배우들과 안무가들 등 스태프들이 구현한 능력치들이 예상보다 높아서 시청자들이 재미있게 즐긴 것 같다"며 "(그동안 공개된) 좀비물이 많은데 성인들 대상이다. '지우학'은 청소년들이 어떤을 선택하고 반응하는지가 담겨서 새롭고 신선하지 않았을까"라고 봤다.
극 중 좀비 바이러스에 감염된 대다수는 죽어 좀비가 되지만 일부는 심장이 뛰는 채로 좀비 바이러스를 지닌 '신인류'가 된다. 남라(조이현 분), 귀남(유인수 분) 등이 그렇다.
이에 대해 이 감독은 "코로나19 바이러스 같은 경우에도 10명이 좁은 공간에 있었을 때 몇 명은 감염이 되고 몇 명은 감염되지 않고 또 몇 명은 잠복기를 가지지 않나. 좀비 바이러스 또한 100% 좀비가 되지 않는 돌발적인 상황이 있지 않을까 예상했다. 그래야 새로운 이야기를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아직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2, 3번째 이야기를 하게 된다면 확장성이 있지 않겠나"라고 새롭게 설정한 포인트를 설명했다.
이어 "남라는 면역자, '이뮨'이다. 바이러스는 보유하고 있지만 강한 항체가 있어서 발병하지 않은 것이다. 좀비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심장이 멎은 뒤 좀비가 되는데 은지(오혜수 분)와 귀남은 살아있는 상태로 좀비가 된 '이모탈'이다. 이뮨은 다른 사람을 감염시키지 못하지만 이모탈은 감염 시킬 수 있다. 구체적인 것은 스포일러가 될 수 있다. 의지로 이뮨, 이모탈이 된다기 보다는 다양한 상황과 면역 체계라서 그런 것"이라고 소개했다.
'지우학'은 이뮨과 이모탈 등 설정부터 시즌제를 예상하고 만든 작품이라고 했다. 벌써부터 국내외 시청자와 매체에서는 시즌2에 대한 기대를 내놓고 있다.
이 감독은 "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상황을 봐야 한다"면서도 "시즌1을 많이 사랑해주면 시즌2가 가능하지 않을까 한다"고 소망했다. 그러면서 "시즌 2를 염두하고 설정한 것도 있다. 조금 더 재미있고 확장된 이야기 있을 것"이라며 "시즌1이 인간들의 생존기였다면 시즌2는 좀비들의 생존기가 될 것 같다"고 귀띔했다.
영상화 된 '지우학'은 원작 웹툰보다 순화된 부분이 많다. 나연(이유미 분)이나 귀남(유인수 분)의 일부 잔혹한 장면은 생략됐다. 이에 대해 묻자 이 감독은 "(그런 장면은) 영상물로 구현되면 견디기 힘들 것 같았다"면서 "이 드라마를 쉽고 즐겁게 볼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영상으로 만들면서 순화하거나 다듬은 것들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웹툰의 큰 흐름은 그대로 가지고 왔다. 하지만 캐릭터들, 그들의 관계, 사건들은 원작과 다르다. 무엇보다 바이러스의 기원이 다르다"면서 "바이러스가 어디서 왔고 왜 발생했는지 설명하기 어려워서 안 하려고 했다. 그런데 '인간에게서 바이러스가 생겼고 바이러스를 막을 수 있는 것도 인간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 조금 더 우리들의 이야기 되지 않을까 싶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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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규 감독이 일부 수위 높은 장면에 대해 사과하며 연출 의도를 밝혔다. 제공| 넷플릭스 |
원작에서 원인 불명이었던 좀비 바이러스는 극중 학교 폭력을 당하는 아들을 위해 아버지가 만든 것으로 나온다. 좀비 바이러스의 확산이라는 디스토피아의 시작이 학교 폭력에서 비롯되는 설정이다.
이 감독은 "우리는 크고 작은 폭력에 노출돼 있다. 좀비물을 좋아하는 것도 그런 지점인 것 같다. 이야기를 쉽고 재밌게 즐기면서도 물밑에서 어떤 것을 느낄 수 있는 극이 되길 바랐다. 표면적으로는 학교 폭력으로 구성했지만 일반적인 사회와 크게 다르지 않다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학교라는 공간 안에도 어른성과 소년성의 존재가 대립하는 것처럼 사회에서도 책임지는 사람과 무책임한 사람이 있다. 이런 것들은 모든 집단에서 벌어지는 일이다. 처음엔 '애들이 저렇게까지 잔인하구나' 할 수 있지만 그걸 보면서 '우리 사회와 다르지 않은 지점이 있구나, 나는 어떤 사람인가'하는 생각을 할 수 있었으면 했다"고 바랐다.
"또 좀비냐"는 일부의 우려를 넘어 공개 후 호평을 많이 받은 '지우학'이지만 미성년자 성폭력 등 일부 에피소드로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소위 일진 무리들이 은지의 교복을 억지로 벗기고 촬영하는 선정적인 묘사가 들어간데 대해 일각에서 "굳이 필요한 장면이었냐"며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
이 감독은 "우리 사회에는 많은 비극이 일어난다. 그걸 단순히 보여줘서 자극하고 관객을 끌어드리려는 의도는 전혀 아니었다"면서 "후반부를 보면 알지만 은지는 사진이 노출되는 게 두려워 죽는 한이 있어도 휴대폰을 없애려 한다. (이런 폭력이) 피해자에게 얼마나 잔인한 것인지 느낄 수 있었으면 했다. 또 그러기 위해서는 기본 설정값이 있어야 했다. 은지가 죽으려 하는 상황을 만들려면 필요하겠다고 생각했다"고 연출 의도를 설명했다.
또 학생 미혼모로 등장하는 희수(이채은 분)에 대해 그는 "젊은 미혼모들도 많고 원하지 않은 임신이 많다.
[김소연 스타투데이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