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 해 우리는’ 극본을 쓴 이나은 작가. 제공lSBS |
배우 최우식, 김다미가 호흡을 맞춘 '그 해 우리는’은 헤어진 연인이 고등학교 시절 촬영한 다큐멘터리의 인기로 강제 소환되면서 펼쳐지는 청춘들의 첫사랑 역주행 로맨스를 그린 작품으로, 시청자들로부터 “현실적인 연애담”이라는 호평을 받았다.
‘그 해 우리는’은 호평에 힘입어 한국 넷플릭스 드라마 부문 1위, 전 세계 드라마에서도 10위권에 진입하는 등 글로벌 인기를 누렸다. 이렇듯 뜨거운 화제를 몰고 온 작품의 집필자는 2016년 웹드라마 ‘전지적 짝사랑 시점’으로 데뷔 후, 첫 지상파 미니시리즈에 도전한 이나은(29) 작가다.
전교 1등과 꼴찌가 한 달간 함께 생활하는 내용을 담은 EBS 다큐멘터리 ‘전교 1등과 전교 꼴찌’(2018)를 보고, ‘그 친구들은 지금 어떻게 살고 있을까’라는 궁금증에서 ‘그 해 우리는’의 소재를 떠올렸다는 이나은 작가. 매일경제 스타투데이가 이나은 작가와의 인터뷰를 통해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다음은 이나은 작가와의 일문일답.
↑ ‘그 해 우리는’에서 국연수 역을 맡은 김다미(왼쪽)와 최웅 역을 맡은 최우식. 사진lSBS |
Q. 첫 지상파 미니시리즈 데뷔작이 좋은 성적을 거뒀는데, 소감이 궁금하다
이렇게 긴 작품을 처음 하다 보니 긴장했는데, 무사히 끝나서 감사한 마음뿐이다. 종영하고 나니 그간 힘들었던 기억은 전부 사라지고, 감사한 마음만 남아있다. SNS를 통해 ‘이런 고민을 나만 하고 있는 줄 알았는데, 드라마로 나와서 위로가 됐다’라는 진심 가득한 메시지를 많이 받았다. 그제서야 비로소 제가 이 드라마를 쓴 이유가 완성된 것 같다.(웃음)
Q. ‘전지적 짝사랑 시점’, ‘연애미수’ 등 청춘 로맨스물을 주로 써 왔다. ‘그 해 우리는’의 소재는 어디서 얻었나
우연히 EBS에서 방송된 다큐멘터리 ‘전교 1등과 전교 꼴찌’를 봤는데 계속 생각이 나더라. ‘그 친구들은 어떻게 살고 있을까’라는 궁금증이 생겼다. 마침 청춘을 소재로 작품을 준비하고 있던 터라 감독님께 말씀드렸는데 너무 좋다고 하셔서 진행하게 됐다. 얼마 전에 다큐멘터리에 꼴찌로 나온 친구가 SNS로 연락이 와서 ‘본인 이야기로 영감을 얻었나’라고 묻더라. 너무 반가워서 ‘맞다’라고 답장을 보낸 뒤, ‘그 해 우리는’ 대본집을 선물하겠다고 했다.
Q. 사계절을 담고 있는 작품인데, 특히 여름이 많이 생각난다. 계절감이 느껴지게 설정한 이유가 있나
청춘을 떠올렸을 때 계절을 빼놓고 상상하기가 쉽지 않더라. 또 학창 시절에는 이상하게 여름이 길었던 기억이 있다. 고등학생 시절은 여름, 초여름의 부분을 담고 싶었다. 당시에는 지루하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그 시기가 가장 우리다운 시기이지 않았나 싶다. 그래서 가제도 ‘초여름이 좋아’라고 잡았었다.
Q. 최우식, 김다미 배우가 주연으로 출연했는데, 캐스팅 할 때 고려한 부분은 무엇인가
글을 쓸 때 배우를 생각하며 쓰지 않는 편인데, 이번 작품을 기획할 때 최우식의 인터뷰 영상을 많이 봤다. 매력이 느껴져서 최우식이 출연한 예능프로그램 ‘여름방학’까지 보게 됐는데, 최웅 역할을 잘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 대본을 드릴 기회가 생겼는데, 함께해 준다고 해서 영광이었다. 국연수 역의 김다미는 최우식과 함께 할 사람으로 주변에서 추천을 받았다. 김다미가 연기하는 영상을 봤는데 한마디로 ‘너무 좋다’였다. 저한테는 두 분이 캐스팅 1순위였다.
Q. 최우식, 김다미, 김성철, 노정의 등 배우들이 표현한 캐릭터와 연기는 어떻게 봤나
캐스팅 전부터 배우들의 연기를 찾아봤고, 함께하게 됐을 때 그 배우들을 생각하며 대본을 썼다. 제가 쓴 대본이 영상으로 나왔을 때 충격을 받을 정도로 놀랐다. 캐릭터 생명력을 불어넣었더라. 글이 부족할 때 너무 좋은 배우들을 만난 것은 아닌지 감사하면서도 두려운 마음이 컸다. 저에게 과분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완벽한 연기를 보여주셔서 감사하다.
Q. 풋풋한 청춘들의 감정에 공감이 많이 간다는 평이다. 20대 작가인데, 드라마에 본인 경험들도 많이 녹였나
스스로 기술적으로나 능력적으로 뛰어난 작가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다만 제가 청춘의 시기를 지나고 있기 때문에 ‘우리가 쓰는 언어로 전한다면 시청자분들이 조금 더 공감할 수 있지 않을까’ 해서 현실에 맞춰서 포인트를 잡았다. 저의 경험도 많이 녹아 있는 작품이다. 제 이야기를 아는 친구들은 ‘네 이야기를 듣는 것 같아’라고 하더라. 주변 친구들이 이야기도 가져다 작품에 쓰는 편이다.
Q. 고등학생부터 사회인이 돼서까지 청춘들의 고민을 녹여냈는데, 드라마를 통해 하고 싶은 이야기가 무엇이었는지 궁금하다
‘그 해 우리는’이라는 제목과 마찬가지로 청춘들에게 전하는 메시지를 담았다. 저의 20대나 청춘을 돌이켜 봤을 때, 처음에는 ‘별거 없지 않나’라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돌아보면 서로의 기록이 되어줬던 친구나 가족을 통해 많은 위로와 즐거움을 얻었던 것 같다. 지루한 시기를 겪고 있던 시청자들이 이 작품을 통해 조금 더 주변을 둘러볼 여유를 갖게 됐다면 만족한다.
Q. 앞으로 어떤 작가가 되고 싶나
현실적인 작가, 주변에 있는 작가, 내 친구 같은 작가가 되면 좋지 않을까 한다. 어린 시절 드라마 작가라는 직업은 멀리 있고 대단한 직업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실제로 이 일을 해보니까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를 대신해 주는 사람이더라. 그래서 친근하게 옆에 있는 작가, 내 고민을 똑같이 가지고 있는 작가라고 생각해 주면 좋을 것 같다.
Q.
제가 쓴 이야기는 멋지고 거창하지 않은, 소소한 이야기다. ‘이런 이야기를 누가 봐줄까’ 마음 졸였는데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너무 좋아해 주시고 응원해서 감동이었다. 드라마 작가는 시청자가 없으면 존재하지 않는다. 너무 감사하고, 앞으로도 항상 옆에 있어 주셨으면 좋겠다.
[이다겸 스타투데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