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외모 강박의 터널을 벗어난 유이(왼쪽), 이혜성. 사진|유이, 이혜성 SNS |
“대중의 시선에 내 몸을 맞춰야 한다는 극도의 강박감에 시달렸어요. 내 몸에 만족한 적도 없었고요. 8년을 하루 한 끼만 먹었죠. 가장 인기가 많았던 시기였지만 정작 제 마음의 상처는 깊었던 것 같아요. 결국 무너져 내렸으니까요."(걸그룹 출신 배우 유이)
거식증, 폭식증 등으로 대표되는 ‘섭식 장애’는 주로 마른 몸매에 집착하는 강박 관념에서 나오는 경우가 많다. 체중이 조금이라도 늘면 불안하고 자괴감을 느끼게 되고, 우울증에 빠지기도 한다. 생리 불순이나 조기 폐경, 호르몬 이상 등의 건강 이상을 유발하기도 한다. 그런데도 한 번 걸리면, 헤어나오기란 좀처럼 쉽지 않다. 대중 앞에 서는게 직업인 이들에게는 더 빈번하게 일어난다. 그래도 최근엔 이런 문제를 솔직하게 고백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아나운서 출신 방송인 이혜성(30)은 최근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외모 강박과 그에 따른 섭식 장애로 보낸 20대를 고백해 비슷한 일을 겪고 있는 또래들의 공감을 사고 응원을 받았다. 또 인기 걸그룹에서 배우로 변신한 유이(34)도 강박으로 고통스러웠던 시간과 함께 이를 건강하게 극복한 경험을 들려줬다. 이들은 어떤 시간을 보냈고, 어떻게 벗어날 수 있었을까.
↑ 이혜성은 20대 대부분을 외모 강박과 싸우며 보냈다고 고백했다. 사진|이혜성 유튜브 캡처 |
이혜성은 “저랑 비슷한 고민 때문에 아직 고통 겪는 분들이 있을 것 같아 (저의 경험을 토대로)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 싶어 영상을 찍게 됐다”고 운을 뗀 뒤 “여러분들도 거울 속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아 중요한 약속이나 행사, 모임에 가지 못했던 적이 있나요? 저의 20대는 좀 그랬던 것 같다. 대학교에 들어가고 20살 때부터 최근까지 8년 정도의 시간을 외모 강박과 싸우면서 보냈다”고 털어놨다.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그는 “가장 즐겁고 행복하게 지낼 수 있는 황금 시기에 다이어트에 집착하고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을 자책하면서 보냈다. 살이 조금이라도 찌면 다이어트 강박에 오히려 폭식을 했고, 일주일에 7~8kg 살이 한꺼번에 찌는 등 극단적인 상황을 반복해 튼살도 생겼다. 스트레스는 점점 더 심해졌다”고 돌아봤다.
5일 연속 굶으며 물만 먹은 적도 있다는 그는 “지금 생각하면 미친 짓이었다. 폐인이었다. 성격도 예민해지고 정상적인 생활이 어려웠다. 타인의 사소한 말도 흘러두지 못하고 되새김질하면서 남들과 나를 비교하고, 자책했다”고도 했다.
↑ 유이는 대중의 시선에 몸을 맞춰야 한다는 강박에 고통받았다고 했다. 사진|tvN ‘온앤오프’ 캡처 |
그는 앞서 출연한 ‘나 혼자 산다’에서도 “‘애프터스쿨’ 활동 당시 악플 때문에 항상 다이어트를 해야 했다. 워낙 멤버들이 다 마르고 길쭉해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꿀벅지’로 사랑을 받았지만, 부정적인 반응이 있으면 그것에 더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밝혔다. 특히 히트곡 '뱅' 활동 중에는 '뱃살 논란'으로 극심한 상처를 받아 8년간 하루에 한 끼만 먹는 등 극단의 식단을 유지했다고 했다.
꿀벅지라 불리며 건강미인의 대명사처럼 불리던 유이가 어느날 갑자기 살을 쪽 빼고, 새다리처럼 가느다란 다리로 나타난 뒤에는 이런 일이 있었던 것.
유이는 “당시 의상이 배꼽티였는데 '유이 뱃살 논란'이 생겼다. 어린 나이에 상처를 너무 많이 받았고, 사람들이 내 몸매에 이렇게 관심이 많나 싶더라. 그들의 시선에 몸을 맞추게 됐다. 이후 드라마를 할 때는 살을 뺐더니 그것대로 악플에 시달렸다. 거식증에 걸렸다는 이야기를 내내 들었고, 그때부터는 하루 한 끼만 먹었다. 그렇게 8년을 보냈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걸그룹 오마이걸 멤버였던 진이는 2017년 거식증 등을 이유로 활동을 중단했다가 팀을 탈퇴했다. 레이디스 코드 멤버 이소정은 방송에서 "다이어트를 시작하고 1년 가까이 생리가 없었고, 호르몬 수치가 갱년기 여성의 수준"이었다고 밝힌 바 있다.
최고의 싱어송라이터 아이유도 지난 2014년 SBS '힐링캠프'에 출연해 “‘모 아니면 도’라서 완전 절식하거나 폭식했다. 사소한 스트레스도 피부로 느껴지고, 내가 나를 못 믿고 싫어지니 끝도 없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건강도 나빠지고, 토할 정도로 먹어 병원 치료도 받았다"고 고백했다.
↑ 외모 강박에서 벗어나 건강을 찾은 이혜성(왼쪽), 유이. 사진|tvN, 이혜성 유튜브 |
이혜성도 그랬다. 그는 “내가 스스로 힘들게 하면 바뀌는 게 없다. 키가 작은 게 콤플렉스여서 늘 힐을 신었고, 키 큰 사람을 항상 부러워했지만 이제는 내가 보다 잘 소화할 수 있는 귀여운 스타일을 찾아 장점을 어필한다”며 “외모에서 완전히 자유로워질 순 없지만 말도 안 되는 미의 기준에서 벗어나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사랑하는 연습을 꾸준히 했다. 먹고 싶은 걸 먹되 건강하게 적당량을 섭취하고 내게 맞는 운동을 찾아 꾸준히 관리 중이다. 자존감을 일으켜준 책과 영화 등의 도움도 받았다”고 설명했다.
유이 역시 “이제는 몸무게보다 건강한 몸 그리고 근육 량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모든 면에서 목표치가 전과는 달라졌다”며 “보여주기 식이 아니라 스스로 자존감을 높이고 만족감을 가질 수 있는 목표를 세워 꾸준하게 관리 중이다. 정말 행복해졌다”고 말했다.
이지훈 헬스 트레이너는 “상황에 따라 정신과 등 전문적인 치료가 병행되는 것이 가장 좋지만 무엇보다 스스로 여유로운 마음을 가지고 오랜 기간 지속 가능한 사이클을 만들려고 노력해야 한다. 혼자보단 가족 등 주변의 도움을 받아 심리적 안정감을
그러면서 이 트레이너는 “극단적이고 단기적인 목표에 집착하지 말고 적당한 운동과 균형 잡힌 식사를 통해 안정적 패턴화를 구축한 뒤 점층적인 목표를 세워 단점보단 장점을 강조하고, 자신만의 아름다움을 만들어 가길 바란다”고 조언했다.
[한현정 스타투데이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