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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밴드 자우림이 정규 11집으로 음악 행보를 이어간다. 제공|인터파크엔터테인먼트 |
그저 하이라이트 부분을 한 번 듣는 것으로는 그 진가를 결코 알기 어렵다. 앨범 전체를, 혹은 한 곡을 듣더라도 긴 호흡으로 진진하게 듣는 순간 누구라도 자우림의 음악 세계에 빠져들 수밖에 없다.
건강상의 이유라는 불가항력의 예외적인 상황을 제외하고선 결코 멈추지도, 안주하지도 않은 이들의 음악 세계는 어느덧 정규 11집 '영원한 사랑'까지 이어졌다. 앨범은 첫 곡 '페이드 어웨이'를 시작으로 '영원한 사랑', '스테이 위드 미', '빼용빼용', '다다다', '샌디 비치', '잎새에 적은 노래', '필 플레이 러브', '다 카포', '디어마이올드프렌드', '에우리디케', '죽음이 우리를 갈라놓을 때까지'까지 총 12곡으로 채워졌다.
"밴드가 11번째 정규앨범을 낼 수 있다는 건, 많은 분들의 사랑 덕분에 가능한 일이에요. 정말 감사하고, 감회가 남다릅니다."
앨범 발매 전 화상 인터뷰로 만난 자우림은 새로 꺼내놓은 앨범에 대한 자부심을 한껏 드러냈다. 김윤아는 "기본적으로 자우림 음악은 우리가 좋으려고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좋아하는 음악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는 점, 우리는 일단 앨범을 다 완성했을 때 정말 충족되는 게 있었다. 좋은 걸 완성했다, 우리가 해냈다는 느낌이 있다. 서로의 우정과 사랑을 확인하는 것이다. 우리가 최고라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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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우림 김윤아는 "밴드가 살아남기 힘든 시대가 됐다"며 밴드신의 부활을 고대했다. 제공|인터파크엔터테인먼트 |
당초 이번 앨범은 2020년 발매를 목표로 준비했으나 "다소 어둡고 무거운 곡들을 이 시점(코로나 시국) 들려드리는 게 옳은 일은 아닌 것 같아" 발매를 미뤘다. 대신 이들은 자우림 최초의 EP '올라!(HOLA!)'로 따뜻한 위로를 건넸고 1년 뒤인 지난해 말, 11집을 내놨다.
"이제는 이 이야기를 해도, 너무 큰 민폐는 아니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물론 우리 음악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은 안 해요. 음악은 음악일 뿐이고 우리가 정책을 드리거나 할 수 있는 게 아니니까. 여러분이 이 음악을 너무 마음의 비수처럼 받아들이지 않을 때가 됐다고 생각해서 발매를 결정했습니다."(김윤아)
앨범은 대체로 어두운 멜로디에 상반되는 희망적인 가사로 채워져 있다. 이번 앨범을 통해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을법도 한데, 김윤아는 "우리는 메시지를 전할 수 있는 훌륭한 사람들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우리는 늘 '지금 우린 이래'라는 이야기를 해왔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번 앨범에도 자우림의 어두운 측면이 많이 들어있죠. 계속 그래왔다고 생각해요. 자우림의 어두운 측면은 어쩔 수 없는 것 같아요. 우리 셋의 내면에 있는 것들인데, 꾸민다도 되는 건 아니고 지워지지도 않는 거고. 11집은 검붉게 어두워서 그 부분이 마음에 들어요."(김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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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우림 이선규는 자우림 멤버 김윤아, 김진만에 대한 존경을 드러냈다. 제공|인터파크엔터테인먼트 |
그러면서 "이번 앨범으로 이루고 싶은 목표는 이미 성취했다. 우리가 듣기에 너무 좋았기 때문"이라며 "최고의 목표가 성취돼 아주 기쁘다. 듣는 분들도 비슷하게 느껴주시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데뷔 초부터 세대를 아우르며 사랑받은 자우림의 음악은 무려 25년이나 된 지금도 젊은이는 물론 중장년에게도 사랑받고 있다. 그야말로 세대를 아우르는 밴드가 된 것. 이와 같은 음악을 계속 내놓을 수 있는 비결은 무엇일까. 김윤아는 자우림 음악 속 '화자'에 대해 언급하며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자우림 음악의 주인공은 언제나 청년인 것 같아요. 남자인지 여자인지는 모르겠다. 연령도 별로 중요하지 않죠. 단지 이 사람이 청년이라 생각돼요. 마음 속에 갈등이, 갈증이 있는 사람이고, 그 사람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노래를 만들고 있죠. 조금 다른 얘기지만, 그 화자의 존재는, 제 개인 작업 할 때와 자우림 음악 할 때 큰 차이를 두는 부분이기도 해요. 이 사람은 자우림 안에서만 사는 게 아니라, 진짜 세계를 살고 있어요. 97년부터 계속 같은 세계를 살죠. 또 이 사람은 변하기도 하고 변하지 않기도 하는데, 그 사람의 이야기를 계속 만드니까 97년에 청년인 사람도, 2021년에 청년인 사람도 '이건 내 이야기야' 하고 공감할 수 있는 힘이 어느 정도 생기는 것 같고, 그게 자우림 음악의 힘인 것 같아요. 살면서 생각하는 힘을 이야기하는 것. 앞으로도 계속 그런 음악을 하고 싶어요."
늘 푸른 '청년'의 존재에도 지난 25년 사이 자우림 멤버들은 물리적으로 나이를 먹었다. 그럼에도 여전히 자우림 감성을 유지할 수 있는 힘은 무엇일까.
"물론 물리적으로는 많이 변했죠. 하지만 적어도 우리끼리는 청춘의 감정을 유지하고 있는 것 같아요. 세상에 들리는 음악에 늘 관심 갖고 호기심 갖고. 그렇기 때문에 변하지 않는 게 아닌가 싶어요."(이선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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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우림 김진만은 수록곡 중 `디어 마이 올드 프렌드`에서 위로를 받았다고 귀띔했다. 제공|인터파크엔터테인먼트 |
그런 기본 '세팅' 속 이들이 들려주는 자우림의 음악은, 그토록 긴 시간 동안 맞춰온 최상의 호흡이 있기에 가능한 일일 터. 25년 동안 자우림을 이어올 수 있는 원동력에 대해 묻자 김윤아는 "두 분(김진만, 이선규)의 인격"이라며 밝게 웃었다.
"존중하고 존경할 수 있는 동료와 일한다는 게, 아시겠지만 흔한 축복은 아니에요. 그런 점에서 셋 다 행운이라고 생각하고, 서로 예의를 지키는 게 굉장히 중요한데, 약속을 꼭 지킨다거나 서로 건드리지 않을 것을 건드리지 않는 기본적인 것들이 있기에 가능했다 생각해요."
그렇게 자우림은 굳건하지만, 이들을 둘러싼 '씬'의 환경은 극도로 변했다. 여느 인터뷰에서와 다름없이, 자우림은 밴드신이 위축된 현실에 대해서는 못내 아쉬움을 드러냈다. 특히 독보적인 '여성 프론트맨' 밴드라는 데 대해서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여자가 프론트맨인 밴드뿐 아니라, 밴드 음악 자체가 사랑받기 어려운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밴드가 주류였던 적은 물론 없지만, 요즘은 밴드 음악을 촌스럽다고 생각하기도 하고요. 일단은 밴드 음악이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일단 뭐가 많아져야 여자 남자 설정이 가능할텐데, 요즘은 밴드 자체가 별로 없죠. 특히 자생적으로 만들어진 밴드가 별로 없죠. 자생적 밴드가 나오려면 고등학교 친구들이 '야 밴드하자' 하고 만들어야 하는데, 요즘은 다 힙합 한단 말이에요. 그런 게 있고(웃음). 그래서 밴드가 살아남기 힘든 시대가 됐는데, 일단은 밴드가 많아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밴드가 많아지면 좋은 밴드가 많이 나올 겁니다."(김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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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밴드 자우림이 록 페스티벌 무대에 대한 그리움을 드러냈다. 제공|인터파크엔터테인먼트 |
[박세연 스타투데이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